十二國記 圖南の翼 (文庫, 新潮文庫 お 37-59 十二國記)
오노 후유미 지음 / 新潮社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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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남의 날개   십이국기

 

 

 

큰일을 계획하는 일을 도남의 날개를 편다 해서, 왕이 섞여서 산을 오르는 일을 붕새 날개를 탄다고 한다.  (381쪽)

 

 

책을 끝까지 다 보고 생각한 것은 내가 이렇게 쓰는 게 몇번째일까다. 해설을 쓴 사람은 이 책이 삼백권째라고 한다. 서른다섯 해 동안 쓴 것으로, 이것은 문고 해설만 말하는 거다. 문예평론가니 글을 더 쓰지 않았을까 싶다. 잡지 같은 데. 이 책은 여러 권이어서 올해 안에 다 읽을 수 있을까 했는데, 읽기 시작하고 한주에 한권 읽자 하고 읽었더니 벌써 반이 훨씬 넘었다. 처음에는 한달에 한권이나 두권 보려고 했는데. 마음먹고 하니 하는구나 싶지만, 다른 책은 별로 못 봐서 그게 좀 아쉽다. 살아가는 건 하는 게 있으면 못하는 것도 있는 거다. 모든 것을 다 하고, 모든 책을 다 읽을 수 없다. 더 보고 싶으면 부지런히 볼 수밖에 없다. 책을 빨리 못 읽는 것도 있고, 게으르기도 해서 그게 어렵다. 게을러서 공부도 제대로 안 하고 그냥 책을 읽는다. 나는 따로 공부하는 재주는 없는 듯하다. 따로 글을 쓰는 재주도 없고. 누군가는 재주를 타고 나기도 하지만, 꾸준히 애써서 잘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보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서 책을 읽는 거다. 따로 못하니까. 책 읽을 때 제대로 보고 싶은데 그것도 잘 못한다.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열두 나라가 있는 세계에는 나라마다 왕과 기린이 있다. 왕이 없는 나라는 사람이 살아가기 어렵다. 공국은 왕이 죽고 스물일곱해가 지났다. 공국 기린이 있는데도 여전히 왕은 나타나지 않았다. 왕에 맞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겠다. 부잣집 막내로 나고 자란 슈쇼는 자신만 잘 먹고 잘 입고 안전한 곳에서 사는 게 마음 편하지 않았다. 슈쇼가 사는 마을에도 요마가 나타나고 학교 선생님은 요마한테 죽임 당했다. 본래 슈쇼는 관리가 되기 위해 공부했는데 학교가 문을 닫아서 공부를 더 할 수 없게 되었다. 어른들은 나라에 왕이 없어서 요마가 나타나고 살기 어렵다고 하지만 봉산에 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슈쇼는 이제 열두 살인데 그런 어른을 한심하게 여겼다. 슈쇼 자신이 봉산에 오르기 위해 집을 떠난다. 여기에서는 왕에 뽑히려고 황해를 건너 봉산에 오르는 것을 ‘승산’이라고 한다. 왕에 뽑히려고 한다기보다 하늘 뜻을 재보려고 한다고 해야 할까. 자신한테 왕이 될 자질이 있는지 없는지. 왕은 겨우 한사람인데. 나도 이렇게 생각한다. 겨우 한사람인데 내가 되겠어 하는. 한 나라를 책임져야 하는 왕은 더하겠다. 열두 살 슈쇼는 왕이 될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 생각했다. 자신이 넘치는 아이다. 대국 기린 다이키와는 반대로. 자란 환경이나 처지가 다르니 그럴 수밖에 없구나.

 

이것보다 앞 이야기 《바람의 만리 밝아오는 하늘》을 봤다면 슈쇼가 공국 왕이 되리라는 것을 알 거다. 슈쇼는 방국 공주였던 쇼케이를 무척 안 좋게 대했다. 이 책을 보니 슈쇼가 왜 그랬는지 알겠다. 공주만큼은 아니더라도 슈쇼도 어릴 때부터 모자람 없이 자랐다. 슈쇼는 부자인 집 안에만 있지 않고 다른 사람을 보고 자기 집에서 일하는 사람을 보았다. 힘들게 사는 사람을 알았다고 해야겠다. 그것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차이가 있겠지. 쇼케이가 잘한 건 아니지만, 쇼케이는 안 좋게 대하면 더 안 좋아지는 성격이었다. 나도 사람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모르는데 이런 말을 했다. 모든 사람과 좋은 인연이 될 수 없겠다. 나중에 쇼케이가 자신이 잘못한 걸 깨달아서 다행이다. 그러지 않았다면 쇼케이는 언제까지나 슈쇼를 원망했을지도 모르니까. 슈쇼가 왕이 된다는 걸 먼저 말하다니. 끝을 알고 있다 해도 괜찮다. 끝보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되기까지니까.

 

가장 길게 나오는 것은 황해를 지나는 거다. 황해라고 해도 여기는 바다가 아니다. 황해에는 요마나 요수가 산다. 사람은 살지 않는 곳으로 사람이 이곳을 지나서 봉산에 가는 것은 무척 어렵다. 문을 지나 봉산까지 가는 것은 한달 반이나 걸린다고 한다. 황해에 들어가는 문은 네 곳이 있다. 문은 번갈아가면서 한해에 한번씩 모두 네번 열린다. 봉산에 오르려는 사람은 황해를 잘 아는 사람한테 길 안내를 맡기기도 한다. 슈쇼도 운 좋게 그런 사람을 만나서 자신을 봉산에 가게 해달라고 한다. 이름은 간큐다. 우연히 만나 도움받은 리코도 있는데, 이 사람 정체는 마지막에 나온다. 슈쇼는 열두 살이지만 똑똑하다. 이곳은 왕이 되는 데 나이는 상관없다. 그래서 슈쇼 같은 아이도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왜 아이라는 말을 했느냐 하면, 슈쇼가 똑똑하지만 아직 잘 모르는 게 많기 때문이다. 나도 슈쇼와 같은 마음이었는데. 황해를 잘 알면 여러 사람한테 조심할 일을 가르쳐주고 서로 도와야 한다 생각했는데, 길 안내하는 사람은 자신을 고용한 사람만 도왔다. 슈쇼는 그런 모습을 별로 안 좋게 보았다. 그래서 간큐와 싸우기도 했다.

 

어느 나라 왕이나 봉산에 올라서 왕으로 뽑히는 건 아니다. 가끔 기린이 왕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기린이 찾아내서 왕이다 하는 사람도 괜찮은 왕이 되겠지만, 황해를 지나 봉산에 오르는 사람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꼭 봉산에 오르지 않아도 그만큼 고생하고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 괜찮을지도. 요코가 그랬으니까. 안국 왕 쇼류는 왜에서 모든 것을 잃고 이곳으로 왔다. 슈쇼는 집을 떠나 여러 사람을 만나고 황해를 건넌다. 어쩐지 시험 같기도 하다. 슈쇼는 호적이 없는 사람이 살아가는 어려움을 알고, 황해를 고향으로 여기는 사람도 알게 된다. 호적이 없어도 자유롭게 사는 사람도 있지만, 한 집에서 일하면서 그저 먹고 살기만 하는 사람도 있다. 호적이 없어서 자기 나라가 없는 사람은 왕이 있거나 없거나 상관없다 생각한다. 안국 기린 로쿠타는 왕이 있어서 나라가 망한다고 생각했는데, 이것과는 조금 다르겠지. 우리가 사는 곳과 다르지만 이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생각했는데 나도 잘 모르겠다. 호적 없는 사람을 자기 집안에서 일하게 하는 사람은 어쩐지 조선시대 양반 같다. 슈쇼도 이 나라에 노예가 없지만 그런 사람을 노예라 생각하고 자기 아버지를 안 좋게 여겼다. 슈쇼는 어떻게 제대로 생각하게 됐을까. 그 점 신기하다. 공부하고 자기 눈으로 보고 생각해서겠지.

 

언젠가 좋아지기를 바라지 않고 자신이 좋게 만들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슈쇼는 그걸 했다. 자신이 왕이 되리라는 자신도 있었다. 그런 자신은 어디에서 온 걸까. 자신 넘치는 사람 부럽다. 그런 것을 부러워하기만 하는구나. 왕이 되는 건 어렵겠지만, 자신이 바라는 것은 스스로 얻으려 하는 게 좋을 듯하다. 여기에서도 큰 뜻만 말하는 건 아니겠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도 하지 않는가. 신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하는 사람한테는 운이 돌아온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하지만 나는 열심히 안 하는구나. 나는 큰 것보다 작은 것을 바라서일지도. 이것은 바라는 게 아주 없는 건 아닌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특별히 어떤 것을 바라기보다 우연히 좋은 일이 일어나면 좋다. 나쁜 일도 우연히 일어난다는 덫이 있구나. 슈쇼처럼 자신 넘치지 않지만, 나도 나를 조금 믿어야겠다.

 

 

 

희선

 

 

 

 

☆―

 

“봉산에 오르지 않느냐고 물으면 웃어. 내가 아이고 왕이 얼마나 힘든지 황해가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몰라서 말한다는 얼굴이야. 내가 어리고 부잣집에서 자라서 세상물정을 모르기 때문이다 하고 웃지. 자기들만 안다는 식이야.”

 

“그…… 그래.”

 

“내가 볼 때는 가까운 곳에서 사람이 죽는데 남일처럼 보는 사람이 더 세상물정 모르는 거야. 죽는 것도 괴로운 것도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아니야?”

 

“그러네.”  (3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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