魔性の子 十二國記 (新潮文庫) (文庫)
小野 不由美 / 新潮社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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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성의 아이   십이국기

오노 후유미

 

 

 

“누구나 이곳은 자신이 살 곳이 아니다 하고, 누구나 한번은 돌아가고 싶다고 말해. 돌아갈 곳은 없는데도 그래. 이 세계에서 달아나고 싶기 때문이야.”  (358쪽)

 

 

사람은 누구나 지금 사는 곳이 자신이 살 곳이 아니다, 생각할까. 어렸을 때 자기 부모가 진짜 부모가 아니다 생각한 사람이 있었다는 말은 들은 듯하다(여기에도 잠깐 나온다). 이것은 동화 혹은 만화영화 탓은 아닌가 싶다.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아이 앞에 부자 부모나 친척이 나타나는 이야기 말이다. 이것은 ‘신데렐라’와 같구나. 나는 어땠을까. 어렸을 때 무서운 드라마를 보고 엄마가 사람이 아닌 다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몇살 때인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흘러서 동생이라고 하고 찾아오는 사람 없을까 하는 생각도(내가 가진 게 별로 없으니, 부자 동생이면 좋겠구나 하는 건 지금 생각했다. 그저 생각만 한 거다. 다른 사람한테 신세지는 거 안 좋아한다). 누군가는 자신한테 여동생이 있었다고 뚜렷하게 생각했지만, 나는 뚜렷하지 않았다. 이것도 드라마를 봤기 때문일지도. 형제가 아니고 아들이나 딸이 아버지를 찾아왔던 것 같다. 어쩌면 그런 이야기도 지금 사는 곳과는 다른 곳을 그리워해서 나온 건지도 모르겠다. 글에는 글을 쓴 사람이 가진 욕망도 담으니까.

 

 

“여기는 진짜 세계가 아니야. 여기는 진짜 집이 아니고 진짜 부모가 아니야.”

 

고토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여기에서 달아나면 어딘가에 마음 편하고 좋은 세계가 있다고 생각해. 너를 위해 준비된, 너한테 딱 맞는 그림에 그린 듯한 행복이 널린 세계가 있다고 생각하지. 그런 건 없어, 어디에도 없어.”  (358~359쪽)

 

 

살다보면 어렸을 때 꿈꾸던 게 진짜가 아니다는 걸 알고, 이곳이 내가 살아가야 하는 곳이다 생각하겠지. 예전에 나는 지금 사는 곳이 아닌 다른 곳에 가서 살고 싶었다. 시간이 흐른 뒤에는 여기에서도 잘 못 사는데 다른 곳에 간다고 잘 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경우는 다른 세계를 꿈꾸었다기보다 새로운 것을 하지 못한 거다. 이것도 그렇게 좋은 건 아니구나. 지금까지 제대로 한 게 없으니 말이다. 내가 남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건 성격이 그 모양이라 그런 걸 어떻게 하나. 세상에 자신을 다 이해해주는 사람, 혹은 내가 모두 다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사람은 없을 거다. 그저 그런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바라는 것일 뿐이다. 사람은 이해하지 못해도 이해하려고 하면 좀더 나은 관계가 되지 않을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람도 있지만. 다른 세계와 사람과 어울리는 것은 다른 이야기인가. 꼭 그렇지 않다고 본다. 너와 나는 바라보는 곳이 다르구나 하는 말도 하지 않는가. 아주 똑같지 않아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좀더 편하기는 하다.

 

십이국기가 완전판으로 다시 나오면서 이 《마성의 아이》는 맨 앞(0)으로 왔다. 나는 이게 나중에 나온지 알았는데,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보다 먼저 나왔다는 것을 얼마전에 알았다(지난번에도 한 말이다). 이 책은 십이국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나왔다. 이 이야기를 십이국기와 별개로 보면 호러라는 말을 하던데, 십이국기를 몰랐다면 그런 느낌이 들었을 것 같다. 이 책은 나중에 나온 《어스름 내린 물가 새벽 하늘(책 제목 ‘황혼의 물가’에서 ‘황혼’은 다른 말로 썼다, 뜻이 조금 다를까)》을 본 다음에 봐도 괜찮을 듯하다. 이 책 《마성의 아이》 시작하는 부분은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과 같다. 시작은 같지만 펼쳐지는 이야기는 다르다. 하나는 나아보이지만 그래도 조금 안타까워 보이고, 이것은 이것대로 슬프게 보였다. 자신의 듯과 다르게 사람이 다치고 죽고, 더 이상 이 세상에는 있을 곳이 없어지는 것을 보니. 다카사토가 무엇인지 몰랐다면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이 책을 만날 사람을 생각하면 다른 말은 안 해야 하는데. 이제는 십이국기로 나왔으니 조금 낫겠지.

 

다카사토는 열살 때 집안 뜰에서 사라지고 한해가 조금 지난 뒤 다시 나타났다. 한해 동안 어디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다카사토가 다니는 고등학교에 교생실습을 나온 히로세는 어렸을 때 죽음에 가까운 일을 겪었다. 그때 본 곳은 아주 좋았다고 한다. 히로세가 바로 자신이 진짜 살아야 할 곳은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이다 생각하는 사람이다. 다카사토는 지금 사는 곳이 싫은 것보다 한해 동안 지낸 곳을 기억해내고 싶어한다. 중요한 약속을 잊었다면서. 다카사토를 알면 히로세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히로세는 다카사토를 모르기 때문에 남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만 보고 자신과 같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모두 히로세다. 히로세처럼 다른 곳을 꿈꾸는 사람은 없을지 몰라도, 다른 세계에 갈 수 없는 건 같지 않은가. 자신을 보는 듯해서 히로세가 안되어 보이는 것인지도. <십이국기> 만화영화를 볼 때도 이런 마음이 들었다. 히로세와 비슷한 스기모토를 보고. 본래 소설과 다르게 만화영화에서 요코는 스기모토와 다른 아이(아사노)와 함께 다른 세계에 갔다. 스기모토는 그곳이 바로 자신이 살아야 하는 세계라 생각하지만 아니었다. 자신이 아니고 왜 요코인가 하면서 요코를 샘내고 미워했다. 히로세가 다카사토를 도와주지만 스기모토처럼 바뀌는 거 아닌가 했는데, 그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

 

사람은 약하다는 말로 사람이 하는 일을 정리할 수 있을까. 다카사토를 괴롭히거나 손을 대는 아이는 다치거나 죽기도 했다. 사람들은 다카사토가 보복한다고 여기고 다카사토와 가까이 지내지 않았다. 어떤 아이는 다카사토를 종교 같은 걸로 만들려고 했다. 그때 몇몇 아이는 다카사토한테 잘 보이려고 했다. 그것은 진심으로 다카사토와 친구가 되려고 했다기보다 안 좋은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또 누군가 다치자 이번에는 다카사토가 없으면 괜찮을 거다 생각했다. 이런 무서운 생각을 하다니. 아이들만 그런 식으로 보여줬지만, 그런 생각 아이들만 할까. 히로세가 사는 아파트 사람도 다르지 않았다. 신문, 텔레비전 방송 모두. 많은 사람이 한사람을 공격하는 일은 현실에서도 일어난다. 진짜 잘못한 사람도 있겠지만, 억울한 사람도 있을 듯하다. 보이는 것만 보면 실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를 거다. 많은 사람이 그러니까 재미로 끼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잘 모르면서 화내는 것도 안 좋고, 재미로 끼어드는 것도 안 좋다. 나는 어느 쪽도 아니겠다. 무슨 일 때문에 시끄러운지 아예 모를 듯하다. 이것도 별론가. 많은 사람이 한두사람을 어떻게 하려는 건 무섭다. 이런 장면 《바람의 만리 밝아오는 하늘》에도 있다. 만화영화에서 본 거지만, 소설에도 있겠지(예전에 소설도 봤지만 그런 게 있었는지 없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다시 보면 알겠지. 거기에 나온 건 그럴 만한 까닭이 있었다). 집단의 광기.

 

우리나라 사람도 그렇고 일본사람도 보통 사람과 다르면 그 사람을 멀리 한다. 멀리하기보다 이상하게 보나. 다카사토는 이상한 일을 겪은 것 때문에 괴롭힘을 당했다. 보통 사람은 그럴 때 괴로워하겠지만 다카사토는 그러지 않았다. 혼자여도 쓸쓸해 보이지 않았다. 다카사토는 진짜 달라서 그런 거다. 책을 보는 우리는 알지만 책 속에 나오는 사람은 모르겠구나. 현실에 다카사토 같은 아이가 있다면 어떻게 대해야 할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믿으면 되겠다. 다른 아이는 다카사토를 무서워했다. 친구가 되기에는 좀 어려워 보이지만, 무서워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소설은 바뀌지 않지만 현실은 바꿀 수 있다. 다카사토 같은(기린) 아이를 만날 일은 없을 것 같지만. 다카사토와는 다르게 우리는 이곳에서 살아가야 한다. 히로세는 아쉬워했지만, 이곳에서 살아가기로 했을 거다. 어쩌다 다른 곳으로 흘러가는 사람도 있지만 히로세도 그곳으로 가도 괜찮겠다 생각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우연히 가는 건 괜찮지만 가고 싶어서 가는건 안 된다는 걸까.

 

 

 

희선

 

 

 

 

☆―

 

“저는 무서웠어요. 쭉 목적없이 살았기 때문에 발판을 잃는 게 무서웠어요. 벼랑 끝에 있는 것 같았어요. 두 손에 쥔 게 없어서 발판이 무너지는 게 무서워서 고등학생이라는 자리를 바랐어요.”  (326쪽)

 

 

“사람은 더럽고 비겁한 생물이야. 그것은 우리 사람이 짊어진 숙명으로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거기에서 달아날 수 없어. 이기심 없는 사람은 없어. 자기만의 이익이나 만족을 얻으려는 욕망이 없는 인간은 인간이 아니야.”  (362쪽)

 

(히로세가 다카사토한테 하는 말이다. 어쩌면 좋을까 다카사토는 사람이 아니고 아주 자비로운 기린인데. 히로세는 다카사토도 자신과 같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말했을 텐데, 그런 모습 안되어 보였다. 욕심 없고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진 사람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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