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나라 쿠파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수현 옮김 / 민음사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올해 이사카 고타로 책 자주 나오는군요. 새로 나오는 것도 있고 예전에 나온 게 다시 나오기도 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보다 적지만. 전에는 차가 말을 했는데 이번에는 고양이가 말을 합니다. 책을 보는 우리는 우연히 톰을 만난 ‘나’처럼 톰이 사람 말을 알아듣는다는 것을 알지만 이야기속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릅니다. ‘나’와 사람들. ‘나’는 아내가 바람을 피워서 낚시를 하게 됐습니다. 아내가 바람을 피웠는데 무슨 낚시 할지도 모르겠군요. 이것 말고 다른 취미도 있었습니다. 아내와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기보다 바깥을 돌아다니게 된 거겠지요. ‘나’가 배를 타고 낚시를 하는데 배가 뒤집힙니다. 그때 바람이 불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니 잿빛 고양이가 ‘나’ 가슴 위에서 말을 했어요. 톰이 알고 말을 한 건 아니고 그냥 했더니 ‘나’가 톰 말을 알아들은 거예요. 그때는 서로 놀랐습니다. 배가 뒤집혔을 때 ‘나’는 어딘가 다른 세상에 간 것인지도. 톰이 사는 곳은 우리가 사는 곳하고 달랐습니다. 원을 그리면 반은 철국이고 반은 톰이 사는 나라였어요(나라 이름은 모르는군요). 반원 안에서 왕이 있는 마을이 톰이 사는 곳입니다. 나라가 반원보다 작을지도 모르겠어요. 그 작은 나라를 철국이 지배하게 된 이야기를 톰이 ‘나’한테 들려줍니다.

 

톰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어딘가 조금 이상합니다. 저는 그런가 했을 뿐이군요. 아니 그 나라에서는 왜 나라 바깥으로 나가지 못할까 하는 생각은 했군요. ‘나’는 톰이 해준 말을 듣고 이상하게 여겼습니다. 철국하고는 오래전에 싸우다 지고, 다시 여덟해 동안 싸움을 하게 되었거든요. 그게 끝나고 철국 병사가 그 나라에 와서 왕인 칸토를 죽이고 마을 사람 몇을 잡아갔습니다. 겁에 질린 사람들은 쿠파 병사가 자신들을 도와주러 오기를 바랐습니다. 쿠파 병사는 뭐냐구요. 십년 전까지 그 나라에서는 해마다 몇 사람을 뽑아서 삼나무가 쿠파가 되었을 때 무찔렀습니다. 삼나무가 생물이 된다니 조금 믿기 어려운 일이지요. 그 나라 사람들은 모두 믿었습니다. 쿠파 병사에 뽑히는 걸 기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쿠파 병사가 되면 다시는 집에 돌아올 수 없었거든요. 왜냐하면 쿠파를 무찌를 때 사람들은 쿠파 속에 든 물을 뒤집어써서 투명해지거든요. 이 이야기는 그 나라에 전해 내려오는 겁니다. 십년 전에 왕 칸토는 쿠파가 사라졌다고 했습니다. 그 뒤로는 쿠파 병사를 뽑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투명해진 쿠파 병사가 돌아오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철국 병사가 왔을 때 아무도 타지 않은 말이 한마리 있었습니다.

 

앞에 나온 알쏭달쏭한 일은 나중에 다 풀립니다. 톰이 ‘나’한테 철국 병사를 쫓아내달라고 했을 때는 어떻게 혼자 그것을 할 수 있을까 했는데 그럴만 해서 한 말이더군요. 어떤 이야기든 끝까지 보면 앞에 나온 수수께끼는 풀리는군요(아니 끝까지 알 수 없는 것도 가끔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한번 생각해볼까요. 예전에는 반공만화라는 게 있었습니다. 거기에 나온 북한군은 늑대였습니다(아주 어릴 때 본 건데도 기억하다니). 어린이는 그것을 보면 북한 사람은 늑대인가보다 생각하겠지요. 어떻게 보면 이것은 거짓 정보군요. 톰이 사는 그 나라도 누군가 정보를 바꾸었습니다. 사람들을 지배하기 위해서지요. 다른 것을 사람들이 모르게 하려고 왕은 적이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는 까닭으로 나라를 높은 벽으로 둘러쌌습니다. 적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도 있지만 그 나라 사람이 밖에 나가는 것도 막은 겁니다. 적도 진짜 적이 아니고 만들어낸 겁니다(쿠파). 철국은 있지만. 앞에서는 누군가라 하고 뒤에서는 왕이라 했군요. 아주 작아도 자기 나라라고 생각하면 좋은 건지도 모르죠. 그것 또한 힘이군요. 사람은 힘 맛을 알게 되면 그것을 놓고 싶어하지 않기도 하지요. 아무리 좋은 말을 하고 착한 얼굴을 하고 있다 해도 힘을 가진 사람 진짜 마음은 모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사카 고타로는 비슷한 말을 자주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가 진짜라 믿고 있는 게 거짓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라고 하네요. 어느 한쪽만 생각하지 말고. 무엇이든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듣고 그렇구나 하기보다 자기 눈으로 확인하고 스스로 판단해야 하죠. 어렵다고 해서 그냥 있기보다 뭐라도 해 보기. 쥐도 비슷했습니다. 쥐는 늘 고양이한테 쫓기는 신세였는데 바깥에서 온 쥐가 고양이와 이야기를 해보라고 했어요. 고양이는 쥐가 말을 하는 걸 듣고 놀랍니다. 말을 나누면 고양이는 쥐를 잡기 어렵겠지요. 사람도 동 · 식물이 말을 못한다고 생각하고 괴롭히죠. 우리가 말을 못 알아들을 뿐이고 동 · 식물도 괴로움을 느끼겠지요. 말이 통하지 않아도 마음을 알려고 하면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은 같은 말을 하니 더 잘 통할 텐데 그게 어렵기도 하군요. 그것은 자기만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럴 때는 아무리 말해도 싸움밖에는 안 될지도. 사람은 왜 잘 모를까요.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그것도 맞는다는 것을. 언젠가 저도 그렇게 될까봐 걱정입니다(한번도 그러지 않은 것처럼 말했군요). 마음을 닫지 않아야 할 텐데.

 

쥐와 고양이는 우리나라 사람과 다른 나라 사람으로 바꾸어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 안에서도 외국인 노동자. 쥐는 힘없는 쪽이군요. 고양이가 말해서 나쓰메 소세키 소설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그 고양이는 사람을 보기만 했던가요. 실제 고양이와 개가 사람 말을 알아듣고 모르는 척할지도 모르죠. 그래도 사람은 그러면 안 되겠지요. 만나고 말을 하게 되어서 힘들어하면 모르는 척할 수 없다고 말한 사람도 있어요. 요괴를 만난 나츠메예요. 힘든 사람을 보면 모르는 척하지 않고 말이라도 들어주면 좋겠습니다. 제가 다른 것은 못해서 이런 말을 했네요. 말 들어주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냥

 

이 책을 봐서 그런지 꿈에 고양이가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고양이가 아니고 햄스터였는데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제가 먹이를 줘야 할 텐데 생각하고 그것을 찾으러 밖에 나갔더니 고양이도 따라서 밖에 나왔습니다. 그것을 보고 저는 고양이가 어딘가 다른 곳으로 가면 어쩌나 걱정했어요. 전에도 이런 일 있었으니 괜찮겠지 한 듯합니다. 먹이는 안에서 찾아야지 왜 밖에서 찾았을까요. 다음날에는 쥐가 나왔습니다. 이 책 하루에 다 못 봤습니다. 하루 만에 보는 책 별로 없네요. 쥐는 한두 마리가 아니고 떼로 나왔습니다. 그곳은 학교 교실이었습니다. 쥐떼가 나와서 ‘발을 들어야 해’ 하고 생각했는데,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모르겠네요. 아무것도 아닌 꿈이군요.

 

여기 나온 고양이를 톰이라고 한 건 이사카 고타로가 만화 <톰과 제리>를 좋아해서일까요. 쥐 가운데는 이름이 제리인 쥐가 있었을지.

 

 

 

희선

 

 

 

 

☆―

 

“(……) 지금까지는 커다란 돌을 앞에 두고 그것을 피해다니고 있었을 뿐입니다. 두려운 마음에 겁을 먹고 눈을 돌린 채 그 옆으로 돌아서 다녔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밀어 봐야 한다’고. 밀어보면 돌은 움직일지도 모릅니다. 혹은 땅에 박힌 산처럼 꼼짝도 하지 않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밀어는 봐야 한다고요.”  (170쪽)

 


서로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고양이와 쥐 관계는 평행선일 것이다. 그러나 아주 조금이라도 상대한테 다가서고자 마음먹는다면 두 선은 언젠가 어딘가에서 만날지도 모른다. 가능성은 남는다.  (529~5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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