ビブリア古書堂の事件手帖 2 栞子さんと謎めく日常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2 시오리코 씨와 수수께끼에 싸인 나날)
책 이야기뿐 아니라 어떤 이야기도 잘할 수 없는 나는 무엇보다 책 이야기를 즐겁게 하는 시노카와 시오리코가 부럽다. 고우라 다이스케 말에 따르면 시오리코는 책 이야기를 할 때면 아주 다른 사람이 된다고 한다. 스위치가 켜진 듯. 첫번째 책에서 시오리코는 병원에만 있었다. 끝에서는 병원을 나왔다. 어쨌든 비블리아 고서당에 나가서 일을 한 건 고우라 혼자였다. 가끔 시오리코 동생 아야카가 책방을 보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시오리코와 고우라가 같은 공간에 있었다. 그렇다 해도 아주 다른 점은 없다. 시오리코는 책으로 벽을 만들어두고 그 안에서 컴퓨터로 홈페이지를 보거나 책을 보기도 했다. 비블리아 고서당에 찾아오는 손님은 고우라가 맞았다. 고우라가 없었을 때 시오리코는 어떻게 했을까. 그때는 또 어떻게든 했을지도. 책방에 바로 오는 사람보다는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책을 사는 사람이 더 많았을지도 모르겠다. 고우라가 일하게 되고 알게 된 사람은 가끔 찾아오기도 할 것이고. 책방을 하려면 책뿐 아니라 사람도 좋아해야 한다고 하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 듯하다. 어쩌면 이것은 소설이기에 있을 수 있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어딘가에 실제로 비블리아 고서당 같은 곳이 있으면 좋겠다. 그러고 보니 이곳 시간이 멈추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 것 같다. 그래도 시간은 흐른다.
비블리아 고서당을 그만두고 일자리를 찾던 고우라는 다시 비블리아 고서당에서 일하기로 했다. 나이 많은 분이 자기 이야기를 하면 책 몇 권은 된다고 하는데, 고우라도 이 말과 같은 말을 했다. 비블리아 고서당에서 일하게 되고 그만두고 다시 일하게 된 이야기를 하면 책 한권은 된다고. 나는 마음속으로 ‘그 이야기 책 한권으로 나왔는데’ 했다. 이 책은 고우라가 이야기하는 것이라기보다 쓰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말이 있기도 하다. 다시 생각하니 이야기하는 것이나 쓰는 것이나 같겠다. 내가 쓰는 것도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으니까. 어떻게 하면 잘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책을 읽고 그것에 대해 쓰는 것은 해도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어쩌면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데도 무엇이든 써야 한다는 마음 때문인지도. 그래도 아주 가끔은 이것저것 생각나기도 한다. 이야기가 잠깐 다른 곳으로 흘렀다. 책을 읽고 쓰는 것을 나는 여전히 어렵게 느끼는데 시오리코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어려운 책을 읽고 감상문도 아주 잘 썼다. 시오리코가 초등학생 때 자전거를 타고 여러 책방에 다니면서 책을 샀다고 하니, 고우라는 그때의 시오리코를 보고 싶다고 했다. 두 사람은 초등학생 때 스쳐지나간 적이 있을까.
자매와 형제는 사이가 아주 좋을 수도 있지만 아주 나쁘기도 하다. 자매와 형제 사이가 좋고 나쁜 것은 부모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을지도 모르겠다. 부모 탓만 하기는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자매여도 서로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쪽만 마음을 닫기도 한다. 마음을 닫는 쪽은 거의 동생이다. 경험은 없지만, 지금까지 본 책을 생각하면. 언니와 동생 가운데 마음의 여유가 있는 것은 언니 쪽이다. 고스가 나오와 고스가 유이 두 사람 가운데서도 동생인 유이는 언니가 남자친구를 사귀고(실제는 차였는데) 이런저런 책을 읽는 것을 보고 언니가 자신보다 앞서간다고 느꼈다. 자기도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다 해서는 안될 일을 했다. 그것이 무슨 일인지는 책에서 확인하기를. 골이 깊어져서 다시 좋은 사이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도 있지만, 고스가 나오와 고스가 유이는 사이가 좋아졌다. 둘이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해서겠지. 이제는 가장 좋은 친구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중학생도 읽기 어려워하는 책을 시오리코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읽고 감상문을 썼다. 시오리코는 어렸을 때부터 책에 둘러싸여 살았을 테니 책을 많이 읽었을 것이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이었을 때는 집에 안 좋은 일이 있었다. 그때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데 어떤 일은 잊지 않기도 한다. 제대로 말을 하지 않으면서 왜 이런 말을 꺼냈을까. 초등학교 4학년이라는 말 때문이다. 집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4학년 겨울방학을 보내고 5학년으로 올라갔는데 그때 나는 어떻게 지냈을까. 타임머신이 있다면, 무엇인가를 바꾸기 위해서라기보다 그냥 어느 때 내가 어떻게 지냈는지 보러 가고 싶기도 하다. 어렸을 때 일을 소설로 쓰는 사람은 그때 일을 잊어버리지 않고 모두 기억하고 있는 걸까. 그런 사람도 부럽다. 자기한테 일어난 일을 잘 기억하는 사람. 지금부터라도 잘 잊지 않도록 하면 좋겠지만. 그때는 ‘잊지 않을 것이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 ‘그런 일이 있었던가’ 한다. 사람은 잊을 수 있기에 살아간다고 하지만 생각하면 슬프기도 하다.
고우라와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고 대학교 1학년 때까지 사귄 여자친구 아키호가 비블리아 고서당에 죽은 아버지가 남긴 책을 팔게 된다. 비블리아 고서당에 책을 팔게 한 사람은 아키호 아버지다. 고우라와 아키호 그리고 또 다른 친구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이야기가 조금 나왔다. 고우라가 떠올린 일이다. 그건 그렇고 시오리코는 아키호 아버지가 남긴 책을 보고 아키호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말하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책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 취미, 직업에 나이까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정말 그럴까. 예전에는 나도 책 사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데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보면서는 많이 사지 않게 되었다(이 책은 빌려볼 수 없어서 샀고 책이 많으면 좋겠지만 짐이 늘어서). 나와 같은 사람은 가지고 있는 책을 봐도 알 수 있는 게 적지 않을까 싶다. 이 세상에 시오리코와 같은 사람이 많지 않기를. 시오리코는 거의 탐정에 가깝다. ‘책탐정’이라고 하면 어떨까. 시오리코는 아키호 아버지 책으로 아키호 아버지가 아키호한테 하려고 한 말을 알아냈다. 다른 때보다 조금 늦었던 것은 감기기운 때문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마음과는 다르게 말하기도 한다. 자기 마음을 제대로 나타내기 어려워서일 것이다. 그런 마음을 모르지는 않는다. 그래도 어떤 말은 살아있을 때 해야 하지 않을까.
일본에서는 아주 친하지 않는 한 상대를 성이 아닌 이름으로 부르지 않는다. 시오리코는 고우라와 아키호가 성이 아닌 서로의 이름을 말하는 것을 보고 부러워했다. 그러고는 고우라를 ‘다이스케 씨’라고 했다. 고우라도 시오리코한테 시노카와가 아닌 시오리코라고 해도 되느냐고 물어봤다. 시오리코는 친구가 별로 없어서(거의 없을지도) 그런 것을 부러워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것을 보고 두 사람 사이가 가까워졌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세번째 이야기에서 시오리코는 고우라한테 엄마 이야기를 하고는 자신은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다. 드라마 같은 데서 들을 법한 말. 책이나 드라마나 다르지 않을까. 엄마가 어느 날 갑자기 집을 나간 일은 시오리코한테 충격이었던 것 같다. 엄마와 많이 닮은 자신도 엄마처럼 하는 것은 아닐까 했다. 그래도 시오리코는 엄마가 자신한테 무슨 말을 하지 않았을까 하고 엄마가 남겨준 책을 찾고 있다. 이것은 고우라가 알아냈다. 고우라는 따로 시오리코와 만나고 싶어했는데, 시오리코는 무엇보다 헌책방에 가 보고 싶다고 했다. 다른 사람 마음은 아주 잘 알아도 정작 자기 마음은 잘 모르는 사람도 있는데 시오리코도 그런 듯하다. 어디에서든 책만 생각하는 시오리코. 무엇인가 하나를 아주 좋아할 수 있어서 좋겠다. 나는…….
+더하는 말
지난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일본에서 나오는 책을 알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게 나왔다. 고스가 나오 때는 신초사에서 나오는 문고책에만 있는 가름끈. 옛날에는 다른 데서 나오는 책에도 있었지만 지금은 신초사에서 나오는 문고책에만 있다고. 가름끈이 달린 책을 내는 출판사가 한곳 더 있다는 말은 만화책에 쓰여 있다. 여기에는 고스가 유이 때다. 책 사이에 끼워져 있는 전표(책속에서는 슬립이라고 했다, 일본에서도 그렇게 말한다)다. 이것은 만화책에도 끼워져 있다. 예전에 일본에서 나온 만화책을 처음 샀을 때 그것이 뭔가 했다. 그러고는 책갈피로 쓰라는 것인가 했다. 하지만 책갈피로 쓴 적은 없다. 고우라는 이 전표를 책에서 빼고 책을 다 읽은 다음 다시 끼워두는 사람은 없겠지, 했는데 그것은 잘 모르고 한 말이다. 그런 사람 있다. 바로 나다. 처음에는 그냥 뺐는데 다음부터는 그대로 끼워두었다. 이런 나도 참 이상하구나. 나는 책을 아주 깨끗하게 보는 편이다.

왼쪽 분홍색이 슬립(전표) 옆에는 3권, 어쩐지 자랑하는 것 같다^^
*그냥 짧은 이야기, 친구
고등학생이 되고는 아침에 일찍 학교에 간다.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책을 읽으면 기분이 좋다. 집중도 잘되고 이야기가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 나홀로 교실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다. 30분 남짓이다. 그 뒤에는 반 아이들이 하나 둘 학교에 온다.
한주가 지나고는 나홀로 교실에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내 대각선 앞자리에 앉는 아이가 나보다 조금 뒤에 학교에 왔다. 그 아이도 학교에 일찍 와서 나처럼 책을 읽었다. 하루하루 가다보니 그 아이가 어떤 책을 보는지 알고 싶어졌다. 지금까지 책 이야기를 나눠본 친구가 없었는데, 어쩌면 그 아이와 이야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두주가 지나고 다시 돌아온 월요일 아침에 나는 교문에 서서 그 아이를 기다렸다. 교실에 같이 들어가면서 잠깐 이야기해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5분, 10분이 지나도 그 아이가 오지 않았다. 그 아이는 다른 날보다 늦게 학교에 왔다. 교실에서 말을 해봐도 될 테지만 누군가한테 먼저 말하기 어려워하는 나여서. 뒤에서 보니 그 아이는 자기 짝하고는 조금 친해진 듯했다.
첫째 시간이 끝나자 그 아이는 가방에서 다음 시간 교과서와 다른 책을 꺼내서 그 책을 읽었다. 얼핏 보았는데 어디선가 본 듯한 책이었다. 나는 어쩐지 반가워서 그 아이 옆에 가서 말을 했다.
“너, 이름 김성민이지? 나는 박희진이야.” 성민이는 깜짝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이어서 말했다. “이 책 나도 요새 읽고 있어.” 성민이는 그 말에 반가운 듯 웃었다.
우리가 학교에 일찍 와서 읽은 책은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미카미 엔)이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