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산가옥의 유령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4
조예은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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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죽고 저세상에 가지 못하는 건 억울하게 죽어서일 때가 많겠지. 시간이 많이 지나고 잘못한 사람이 세상에 없을 때는 죽은 사람한테 무엇을 해주어야 할까. 죽은 사람이 산 사람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것처럼 산 사람이 죽은 사람한테 해줄 수 있는 건 없다. 아니 아주 없지는 않나. 죽은 사람 이야기를 들어주기. 죽은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산 사람이 들을 수 있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어렵지만 소설에서는 할 수 있겠다.


 이 소설 제목 《적산가옥의 유령》에서 적산가옥이라는 말 잘 몰랐던 것 같다. 적산가옥은 적이 산 집이란다. 난 이걸 적이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샀다는 걸지도 모르겠다. 적이 사고 살았던 집, 둘 다일지. 한국은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던 때가 있었다. 그때 일본은 한국을 자기 땅으로 만들려고 일본 사람을 한국에 살게 했다. 땅을 마음대로 빼앗고 이 땅에서 난 곡식이나 다른 것도 빼앗아갔구나. 그렇게 빼앗아 갔는데도 일본에는 못 사는 사람 많지 않았나. 돈이 있는 사람은 먹고 사는 게 그리 힘들지 않았겠지만, 가난한 사람은 하루 먹고 사는 것도 힘들었을 거다.


 적산가옥인 붉은 담장집은 일본 사람인 가네모토가 1930년대에 지었다. 가네모토는 일제강점기 때 무역상으로 조선에서 빼앗은 땅에서 나온 곡식을 수출해 돈을 벌었다. 가네모토는 그 돈으로 세계에서 사치품을 사들였다. 붉은 담장집에는 비싼 물건을 넣어두는 별채가 있었다. 예전엔 일본 사람 집이었던 곳이 지금은 한국 사람 집이었다. 현운주 외증조할머니 집. 외증조할머니는 그 집을 운주한테 물려주었는데 거기에는 조건이 있었다. 운주가 적산가옥에서 한해 지내야 했다. 운주는 서른살로 일본에서 지내고 일을 했는데 앞으로 거기 있어도 잘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어서 거기를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운주는 외증조할머니가 물려준 적산가옥을 고쳐서 카페나 펜션을 할까 했다.


 앞부분까지 쓰니 평범해 보이는데, 앞에는 외증조할머니가 이상하게 죽은 모습이 나오고 외증조할머니 일기도 조금 나왔다. 운주 외증조할머니는 소설을 쓰기도 했는데 적산가옥 이야기를 쓴 듯했다. 여러 소설 공통점은 적산가옥에 비밀 공간이 있고 무서운 일이 일어난다는 거다. 운주는 그걸 그저 소설로만 여기려고 했는데, 운주가 적산가옥에서 지내자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운주는 별채에서 이상한 소리를 듣고 꿈을 꾸면 자신이 아닌 외증조할머니 박준영이 되었다. 꿈속에서 운주는 외증조할머니가 겪은 일을 자신도 경험하는 거구나. 준영(외증조할머니)은 간호사 일을 하다가 적산가옥 입주 간호사로 일하게 된다. 어릴 때 준영은 가네모토와 아내와 아들이 붉은 담장집에 오는 걸 보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고 아내는 죽고 아들만 남았다. 아들이 아팠다. 아들 유타카는 자해를 하고 작은 동물을 해부하기도 했다. 그런 모습 보면 무서울 것 같은데. 준영은 두려워하면서도 유타카를 안됐다고 여겼다. 적산가옥 별채 지하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게 되고도 준영은 일을 그만두지 않았다. 준영은 자신이 가네모토나 의사와 공범자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별채 지하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고 준영과 다른 결정을 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돈이 있어야 했으니. 유타카는 준영을 원망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모르겠다. 준영은 평생 죄책감을 갖고 살았을 것 같다. 누군가한테 말하지 못하고 소설에만 썼구나. 준영은 유타카가 나타나도 말은 듣지 않았다. 유타카한테 말하지 마라고 했구나. 준영은 죽기 얼마전에 들은 말은 모르는 척할 수 없었다. 이 소설은 준영이 겪은 일과 지금 운주 이야기가 펼쳐진다. 운주가 남편이 있다고 말했을 때는 조금 놀랐다. 갑자기 튀어나온 것 같아서. 예전에 운주가 사귄 사람이 결혼한 사람이었다는 걸 몰랐다고 말한 건 운주가 사람을 잘 못 본다는 걸 나타낸 걸까. 그럴지도.


 내가 적산가옥 같은 데 살고 이상한 일을 겪는다면 좀 무서울 것 같은데, 글로 보는 건 그렇게 무섭지 않았다. 무섭게 여겨야 하는데. 귀신 보면 깜짝 놀라고 무서워할지도 모르겠지만. 앞에서 말했 듯 귀신은 사람한테 아무 짓도 못한다. 그저 모습만 보일 뿐이다. 진짜 무서운 건 사람이다. 속이고 배신하는. 유타카를 괴롭힌 것도 사람이다. 적산가옥은 불에 탄다. 이제 유타카는 저세상에 갔겠지. 죽은 사람을 기억하는 건 산 사람 몫이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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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4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5-08 0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25-05-08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읽었지만 마음이 아픈 소설이었어요. 자신의 욕망만 중요한 사람들 나쁩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