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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년 식물 탐구의 역사 - 고대 희귀 필사본에서 근대 식물도감까지 식물 인문학의 모든 것
애너 파보르드 지음, 구계원 옮김 / 글항아리 / 2011년 11월
평점 :
이 책은 식물의 명명체계, 곧 분류학이 태어나게 된 역사를 다룬 책이다. (701쪽)
사람은 생각하고 모르는 것을 알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아주 옛날에는 지금과는 다르게 세상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을 것이다. 아는 것이라기보다 알려진 게 없었다고 해야겠다. 지금 우리는 아주 편한 세상에 살고 있지 않나 싶다. 옛날 사람들이 탐구한 것들이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지금 사람이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없던 옛날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는 플라톤이 만든 아카데메이아가 있었다. 공부를 하는 곳이겠지. 내가 이런 말을 꺼내게 되다니. 지금까지 철학과 관계있는 책을 거의 본 적이 없어서 말할 기회가 없었다. 식물 탐구인데 왜 철학이 나올까 할지도 모르겠다. 지금 식물을 연구하는 것은 과학에 들어갈까. 하지만 기원전 아테네에서는 식물 탐구를 철학에서 시작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동물 연구를 했고, 제자인 테오프라스토스는 식물 연구를 했다. 이 책 속에는 이런 말이 많다. ‘가장 처음’이라는 말. 테오프라스토스는 가장 처음 자연계의 질서를 찾으려 애쓴 사람이다. 자연계에 어떤 형태의 질서가 있다고 여기고 식물 자체에 의문을 던졌다. 여기에는 철학자가 사물을 ‘그 본질’에 따라 나눔으로 자연계의 ‘완벽한 형태’에 대한 생각에 이를 수 있다는 플라톤의 사상이 드러나기도 한다. 조금 적어둔 것을 그대로 썼는데 제대로 알고 쓰는 게 아닌 것 같다. 테오프라스토스는 식물을 나누고 구별하려고 했다. 식물에도 마음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사람과 똑같지는 않다 해도 식물에도 감정이 있지 않을까 싶다. 식물한테 음악을 들려주거나 하면 잘 자란다. 좋은 말을 들려주는 식물과 나쁜 말을 들려주는 식물에 대한 것을 연구한 사람도 있지 않던가. 여기에는 아직 이런 이야기는 없다.
책 앞부분은 재미있다. 내가 이런 것도 재미있어한다는 것을 알고 신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오는 사람이 늘어나자 집중력이 떨어졌다. 테오프라스토스가 식물 탐구를 하면서 《식물 연구》라는 책을 썼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는 테오프라스토스한테 도서관을 물려주었다. 하지만 테오프라스토스가 죽은 뒤 그 책들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아테네에서 유럽 전역, 아랍 지역 그리고 신대륙에 이르기까지 간다. 처음에는 이런 것을 잘 몰랐던 것 같다. 다른 곳이네 하는 생각은 했는데. 식물 탐구를 하는 사람을 한 나라 한 지역에 한정하지 않았다. 동양이 없는 게 아쉽구나. 동양에서 새로운 식물이 많이 들어왔다는 말만 있다. 그리고 어쩐지 동양에서는 약초에 대한 것을 더 많이 알려고 했을 것 같다. 그리고 서양에서도 오랫동안 약초를 중심으로 정리했다. 테오프라스토스는 철학자였지만, 뒤에는 거의 의사가 식물을 알려고 했다. 앞에서 책 이야기를 하다가 다른 쪽으로 빠졌다. 옛날에는 책을 많이 없앴다. 한 나라에 쳐들어가면 가장 먼저 도서관에 있는 책을 태웠다. 아리스토텔레스나 테오프라스토스가 남긴 책은 거의 사라졌다. 그래도 아주 사라지지 않기도 했다. 다른 나라 말로 옮긴 것이 있었다. 책이 많이 없어져서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그 일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은 없으면 다시 만들려고 하니까.
나는 거의 처음 들어보는 이름 플리니우스는 이런저런 것을 보고 정리를 했다. 그런데 인쇄기가 발명되고 플리니우스 책은 널리 퍼졌다. 플리니우스는 식물을 실제로 보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한 사람이 플리니우스만은 아니었다. 그래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식물을 본 사람도 있었다. 옛날에는 식물 이름이 제대로 없었다. 부분에 대한 이름도. 그것을 글로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한 식물을 정해서 그것과 견주어서 썼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서는 그림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금은 사진기도 있으니 사람이 그리지 않아도 쉽게 보여줄 수 있기도 하다. 처음에는 그림을 자세하게 그리지 않았다. 추상으로 그리기도 했다(이것은 어떤 종교 때문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예술이라면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정보를 확실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실제와 똑같이 그려야 한다. 어떤 사람은 화가가 그린 그림에 글을 쓰기도 했다. 그 그림이 중요하기는 했다. 글과 그림을 모두 한 사람이 했다면 훨씬 정확했을 텐데. 그런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내가 이름까지 외워서 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름은 외우지 못했다. 이런 책은 한번이 아니고 여러번 보면 더 좋을 것 같기는 하다. 이 책 속에는 그림도 있다. 옛날에 식물을 어떻게 나타냈는지 조금 엿볼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이런 말도 있었다. 사람들이 식물을 두려워했다는. 어떤 식물을 얻으려면 의식을 해야 했다. 그것도 재미있게 보였다. 의식을 하게 한 것은 함부로 한 식물을 다 캐가지 못하게 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을까. 어떤 사람은 죽기 얼마 전까지 식물 그림을 모으고 식물에 대해 글을 썼는데 끝내 책은 내지 못했다. 시대와 운이 좋았던 사람도 있었다. 이것은 어떤 분야에서든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옛 사람들이 오랫동안 식물을 탐구해서, 그것을 구별하고 나누고 또한 이름을 지었기에 지금 우리는 혼란스럽지 않다(앞에서도 비슷한 말을 했구나). 그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일이 아니다. 이 말을 하니 무엇이든 끈기를 갖고 해야 한다는 게 생각난다. 옛날에는 이름 모르는 꽃이나 나무라 해도 괜찮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말하면 안 되겠지. 그런데 내가 아는 식물 이름은 얼마나 될까. 내 둘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밖에는 없다. 좀 더 많이 알고 있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하지만. 모르는 것을 새로 알아내야 하는 것도 아닌데 게을러서 알아보지 않는다. 옛날 사람보다 지금 사람이 더 탐구 정신이 없다(나만 그런 것일지도). 지구에 사는 것은 동물뿐 아니라 식물도 있다. 사람은 이런 동 · 식물과 함께 살아간다. 사람뿐 아니라 동 · 식물도 소중하게 여겨야 하지 않을까.
*테오프라스토스 이름 외우기 힘들다, 그리고 빨리 잊어버릴지도 모르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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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는 서양에서 식물과 동물에 대한 지식도 형이상학이나 천문학에 대한 지식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학생들한테 가장 처음 이해시킨 스승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모든 제자 가운데 테오프라스토스는 스승의 뜻을 가장 분명하게 이해했다. (9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