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가구를 팝니다 인생그림책 33
이수연 지음 / 길벗어린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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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런 사람이 많지 않다 해도 있기는 하다. 하고 싶고 잘 하는 일을 하고 먹고 살면 즐겁겠지만, 그건 그것대로 힘들 거다. 잘 하는 것도 늘 잘 하는 건 아닐지도 모르잖아. 세상엔 글 잘 쓰는 사람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런 사람이 다 작가가 되지는 않는다. 지금은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기도 하지만. 책 한권을 내고 두번째 세번째로 이어져야 작가겠지. 그림 잘 그리는 사람도 악기를 잘 다루는 사람도 많다. 그걸 자기 나름대로 해 나가는 사람도 있구나.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몇 사람 안 되어도 자신이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테니 말이다.


 이 책 《어쩌다 보니 가구를 팝니다》(이수연)에는 사람도 나오지만 곰이 중심이다. 처음에 그림 보고 곰이 아닌 개인가 했다. 개 사원도 나오기는 한다. 여우는 바로 알아봤다. 여자 곰이라는 건 나중에 알았다. 곰은 가구 회사에서 가구 파는 일을 한다. 하지만 일하고 여섯 달이 됐는데도 계약을 따 내지 못했다. 그것 때문에 상사한테 안 좋은 말을 들었다. 곰이 쥐 손님 집에 가고 첫 계약을 했는데, 얼마 뒤 쥐 손님은 가구가 비싸다면서 계약을 취소했다. 처음으로 계약한 게 안 되다니. 곰은 쉬는 날에도 회사에 가고 늦게까지 일했다.


 곰은 자주 집 꿈을 꾸었다. 그 집에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곰은 꿈에서도 일을 했다. 곰은 꿈에서 깨고는 왜 자꾸 집 꿈을 꾸나 한다. 한번은 집을 고치기도 했다. 그런 꿈을 꾸다니. 난 예전에 살았던 집 꿈을 어쩌다 한번 꾸기도 했다. 별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집인데 왜 그런 꿈을 꾸는지 모르겠다. 집이 꽤 넓고 물건이 별로 없는 꿈도 꾼다. 꿈속에서는 그걸 꽤 좋아했다. 내가 정리를 잘 못해서 꿈에서는 정리를 하는가 보다. 집 안으로 물이 들어오는 꿈은 꾸고 싶지 않다.


 가구 회사에서는 실적을 공개하기도 하고 실적이 뛰어난 사원한테 상을 주었다. 오렌지 여우는 실적이 뛰어나고 우수 사원 상도 받았다. 곰은 실적은 내지 못했지만, 손님을 만나면 이야기를 잘 들어줬다. 가구 전시장에 왔던 새 손님과 공사하는 아파트에서 만난 멧돼지 손님은 곰과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다. 새 손님은 곰한테 손님을 소개해주기도 했다. 시간이 가면서 곰은 조금씩 달라졌다. 손님 이야기를 그냥 듣고 거짓 웃음을 웃었다. 곰은 실적도 많이 올라서 우수 사원이 되기도 한다. 곰이 그렇게 되다니. 그런 모습 보는 거 어쩐지 쓸쓸했다.


 어느 날 곰 귀가 여우 귀로 바뀌었다. 곰은 깜짝 놀랐지만 일하러 간다. 다른 여우는 곰 귀가 달라진 걸 몰랐지만 개는 알아봤다. 곰은 개와 친하게 지냈다. 개는 디자인 일을 하고 싶어했는데, 가구 회사에서 가구를 팔았다. 그래도 개는 자기 나름대로 즐겁게 일했다. 개는 자신이 디자인 하는 건 아니어도 손님한테 도움이 되는 일을 해서 보람을 느꼈다. 곰은 그런 개를 부러워했다. 곰은 음악을 하려는 꿈을 놓지 않은 캥거루 손님도 만났다. 곰 꿈은 뭐였을까. 곰은 작가가 되고 싶었다. 어릴 때는 친구한테 이야기를 들려주었나 보다. 곰은 지금 이대로 사는 게 괜찮을까 생각한다.


 새 손님이 산 탁자를 집에 배달할 날짜를 정해야 했는데, 새 손님과 연락이 되지 않았다. 새 손님 남편이 곰한테 전화를 하고는 새 손님이 차 사고로 죽었다고 했다. 곰은 꽤 충격받았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게 삶이다. 곰은 가구 박람회장에서 개수대를 사려는 손님한테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말한다. 물건을 팔려면 그러지 않아야 하지만. 곰 귀가 본래대로 돌아오고 곰은 일을 그만둔다. 곰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를 바란다. 그러려고 가구 회사를 그만둔 거겠다. 난 하고 싶은 게 아니어도 개처럼 자기 일에 보람을 느끼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난 그러지 못하지만).




희선





☆―


 간절히 바라고 죽 붙잡아 두지 않으면 사라져 버리는 것들이 있어요.  (66쪽)



 왠지 예술이라는 건,

 잘 잡히지 않는 안개 같다고 느꼈어요.

 인테리어 학과는 취업이 잘 된다고 해서 전공했고,

 어쩌다 보니 졸업하고 이렇게 가구를 팔게 됐죠.

 매달 돈을 벌고, 저축하고, 통장에 숫자가 늘어가고,

 그래야 불안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


 저는 무언가 안심이 되는 삶을 살고 싶은 것 같아요.

 (후, 뭘 변명하는 걸까. 진짜 그만 말해야겠다.)  (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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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5-10-31 0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술과 실제 생계와의 큰 차이가 있어 예술을 겸한 직업을 잘 꾸려가는 사람들을 보면 참 대단하단 생각을 하곤 하는데 인용문을 보니 여러 생각이 드네요.

희선 2025-11-07 07:16   좋아요 0 | URL
자신이 잘하고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돈도 벌면 좋지만, 그렇게 사는 사람도 있고 그러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예술은 더 힘들겠습니다 그걸 해내는 사람 다 대단합니다


희선

서니데이 2025-10-31 2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학을 갈 때, 전공을 정할 때, 하고 싶은 것보다는 다른 이유로 정하게 될 때가 많고, 직업도 그런 면이 없지 않은데, 다들 조금씩 그런 것들이 있을거예요.
그래도 어쩌다보니 졸업을 했고, 취직을 했고, 통장엔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면 성공한 인생의 과정 아닐까 싶은데요.
희선님, 오늘은 10월 마지막 날이고, 내일부터 11월입니다.
좋은 일들 가득한 따뜻한 한 달 보내세요.^^

희선 2025-11-07 07:18   좋아요 0 | URL
일자리 때문에 대학을 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하고 싶은 걸 일로 하는 사람만 있지는 않겠습니다 어떻게든 잘 살아가면 좋을 텐데, 쉽지 않은 일입니다 처음엔 하고 싶은 걸 못해도 시간이 흐르고 하고 싶은 걸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십일월이 오고 여러 날이 흘렀네요 2025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니... 며칠 춥다가 덜 추워졌는데, 주말에 비 오고 추워진다고 하더군요 서니데이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