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여름 2023 소설 보다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6월
평점 :
품절




   




 지난 ‘소설 보다 봄 2023’은 두꺼웠다. 늘 그러려나 했는데, 그렇지는 않구나. 단편소설이 실릴 테니. 《소설 보다 여름 2023》에는 여전히 단편소설 세 편이 실렸다. 세 작가 다 처음 봤다고 생각했는데, 책 보면서 이번 소설이 두번째인 작가가 있다는 거 알았다. 소설 제목 <전조등>(김기태)은 생각나지만 작가 이름은 잊어버렸다. 소설 제목은 생각나도 어떤 이야기였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예전에 읽고 쓴 걸 보니 평범한 ‘나’라는 말이 보였다. 단편소설 기억할 때도 있지만 읽고 잊어버리기도 한다.


 이번 ‘소설 보다 여름 2023’ 두번째에 실린 김기태 소설 <롤링 선더 러브>는 시간이 흐르고 떠올릴까. 처음부터 이런 말하면 미안하지만, 이 소설 나중에 생각나지 않을 것 같다. 조맹희 서른일곱살 여성이 나오고 사랑이 하고 싶다면서 텔레비전 방송에 나가게 된다. 연애 예능 방송인가. 텔레비전 방송에는 별 게 다 있구나. 그런 방송에서 만나고 사귄 사람 끝까지 갈까. 방송이 아닌 데서 만나도 헤어지는구나. 사람은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겠다. 오랜 시간 함께 할 사람을 만나는 건 쉽지 않겠다. 그런 거 생각하고 사람을 만나지는 않겠다. 첫눈에 마음에 들어 아주 빠르게 결혼까지 가는 사람도 있겠다.


 첫번째는 공현진 소설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다. 제목 보고 세상이 멸망하는 이야기가 나올까 했던 것 같기도 하다. 단순하구나. 그런 게 나오지 않는다고 세상이 괜찮을까. 실제 지금도 세상은 멸망해가고 있을지도. 인류는 언제까지 살려나. 대멸종이 찾아왔을 때 살아남는 사람이 있을지. 난 수영 못해서 세상이 물에 잠기면 죽겠다. 곽주호와 문희주는 수영을 배운다. 꿀벌이 사라졌다는 기사를 보고 언젠가 세상이 물에 잠길 때를 대비한 걸지도. 곽주호와 문희주는 수영반에서 꼴찌였다. 취미로 배우는 곳에서도 잘하는 사람 못하는 사람을 나누는구나. 그건 어디에서나 마찬가지던가.


 곽주호는 눈치가 없는 사람이다. 그래도 회사에서 사람이 사고로 죽었을 때 그대로 일하면 안 된다고 여겼다. 회사 사람은 그걸 받아들이지 않겠지. 회사는 사고가 나면 벌금을 내고 다시 기계를 돌린다. 다른 사람도 먹고 살려면 일해야 한다. 주호는 그런 게 잘못됐다 여기고 기계를 멈추어서 일을 쉬어야 했다. 회사는 여전히 안전을 생각하고 켜두어야 하는 센서를 꺼두고 기계를 돌릴 거다. 주희는 지구를 생각하고 물건을 덜 사려고 하는데, 새로운 걸 배울 때 물건을 많이 산다. 날마다 물건을 버리려고 한다. 그런 거 보니 나도 버려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니멀리즘은 아니고 되기 어렵지만. 왜 희주가 일을 그만둬야 했는지 자세한 건 나오지 않았지만, 주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학교에서 일어난 일도 바로 잊으면 안 된다 했을 것 같다. 잊지 않아야 한다고 하는 주호와 희주가 이상한 게 아닌데.


 마지막 소설 <재와 그들의 밤>(하가람)에서 ‘나’가 말한 추자 씨는 그저 아는 사람인가 했다. 추자 씨는 ‘나’의 엄마였다. 엄마가 아닌 이름으로 말할 수도 있겠지. ‘나’는 뜻대로 되지 않는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쉬려고 집인 울산에 돌아온 것 같다. 그날 산불이 나고 ‘나’와 추자 씨가 함께 살던 아파트가 불에 탈지도 몰랐다. 이 소설 보니 언젠가 동해에 산불 났을 때가 떠오르기도 했다. ‘나’는 아파트가 타 버리기를 바랐을까. 그건 아닐 거다. 아니다 생각하고 싶은 건지.


 이 소설은 ‘나’보다 추자 씨와 덕미 씨 이야기가 더 보이기도 한다. ‘나’가 보는 두 사람인가. 추자 씨는 한해 사이에 달라졌다. 그동안은 그런 일이 없었지만, 덕미 씨를 만나고 달라진 거 아닐까 싶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갈까. 어떻게든 살아가겠지. 지금은 힘든 거 안 해도 되지. 앞으로 다른 힘든 일을 해야 할지도.




희선





☆―


 곽주호와 문희주는 성인 기초 수영반 꼴찌였다. 선수도 아니고 수영을 배우려는 강습반에 꼴찌라는 게 있을 수 있다고 곽주호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자기가 그 반에서 꼴찌로 여겨진다는 것도 전혀 알지 못했다. 애초에 못한다는 게 뭔지 몰랐다. 못하는 것이 꼴찌로 여겨질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다. 수영을 못하니까 배우는 게 아닌가. 곽주호가 등록한 수영 강습반 전단지에는 ‘왕 기초반’이라고 큼직하게 적혀 있었다.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에서, 공현진,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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