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 9
최명희 지음 / 매안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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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대하소설에서 하나인 《혼불》을 읽기로 하고 지금까지 왔다. 이번에 만난 건 《혼불》 9권으로 ‘5부 거기서는 사람들이’다. ‘혼불’은 열권이고 5부까지다. 아쉽게도 작가가 소설을 끝내지 못했다. 책이 열권이니 이런저런 이야기 많이 나오겠지 했는데, 9권인데도 이야기는 별로 나아가지 않았다. 매안 이씨 집안이 저무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말 본 것 같기도 한데, 지금 조금 기울기는 했다. 시간이 더 가면 무너지겠지. 그 일은 못 보겠다. 그저 상상해야겠구나. 벌써 세상은 달라졌다. 여전히 옛날을 사는 매안 이씨 집안. 이씨 집안 사람이 다 그런 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종손 집안과 친척인 강호는 지난번에 이기채한테 노비를 자유롭게 해주라 했다. 이번에도 강호가 나와서 강호가 무슨 일을 하려는 건가 했는데, 강호는 절 호성암에 간다. 거기에서 종이꽃을 만드는 스님 도환을 만난다. 호성암에는 독립운동을 하다 고문 받고 사람이 아주 달라진 이두석이 있었다. 지금은 다른 곳으로 옮겼다. 이두현 이두석은 형제로 두 사람은 조선을 생각했다. 형인 이두현은 창씨개명을 하지 않고 버텨서 경찰(순사)한테 자주 끌려가고 맞았다. 이번에는 절에 숨었다. 동생 두석은 일본에 가서 독립운동을 하다 잡히고 고문 당했다. 이제 예전과 같지 않은데도 일본은 두석을 감시했다.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하다 잡히고 고문 받고 그 뒤에 제대로 살지 못한 사람 많을 거다. 그 고문하는 게 나중에도 남았구나.


 호성암 스님인 도환은 강호한테 불교 사천왕 신앙을 말한다. 불교에는 십계가 있단다. 이 말 어디선가 한번 본 것 같기도 한데. 사천왕이라는 것도 있구나. 여기에서 말하는 거 보니 아주 모르는 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대단한 사람 넷을 사천왕이다 하는 게 불교에서 온 거구나. 난 절에 가서 제대로 본 적 없다. 불상은 알아도 사천왕 잘 몰랐다. 이번에 잘 알았다면 좋았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사천왕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도 있단다. 조금 다르다고 한다. 사천왕은 다 다르다고 했다. 한사람이 만들어도 다 다를 텐데. 만드는 사람이 다르고 생각하는 게 다르니 다를 수밖에 없겠다. 조선은 불교를 억압하기도 했다. 사천왕은 임진왜란 때 거의 타고 남은 게 별로 없었다. 남은 곳은 아주 적었다. 조선이 불교를 풀어준 건 조선에 큰일이 일어났을 때 승병이 일어나서다. 그때 사천왕을 복원했단다.



 “부디 제가 친견하온 사천왕 각 존위께서 이번 법회로 청정도량인 사찰을 지키고 보호하여 부처님과 불법을 옹호하시듯, 우리 국토 삼천리 금수강산과 배달겨레 조선민족 만백성 하나 하나를 엄히 수호해 주셨으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강호는 도환을 보고 바로 서 두 손을 모으며 축수한다.


 이를 받아 도환이 정중하게 합장한다.


 아아, 사천왕의 위력으로 우리가 이 어둠의 질곡을 벗을 수만 있다면. 백이라도, 천이라도, 더 많이라도, 강토의 동·남·서·북 앉은 자리 선 자리 방위마다, 영험하신 존엄상을 우뚝우뚝 세워 날마다 도량을 개설하련만.  (203쪽)



 기도하고 법회를 열어서 나라가 좋아진다면 좋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되겠지. 강호는 사천왕이 조선이 독립하는 데 힘을 빌려주기를 바랐다. 그건 강호만 생각한 게 아니구나. 스님 도환도 다르지 않았다. 사천왕 이야기에서 단군왕검 이야기까지 가기도 했다. 다른 사람 이야기는 여전히 나오지 않고. 강호는 도환이 하는 말을 즐겁게 들었는데, 난 강호와 같은 마음이 아니었구나. 사천왕은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 사람 일은 사람이 해야지. 사람이 약해서 무언가에 기대는 거겠다. 그걸 나쁘다고 말하지 못하겠다. 강호는 한 사천왕 발밑에 있는 음녀를 보고 강실이를 떠올렸다. 강호가 강모와 강실이 이야기를 아는 건 아닐 것 같은데.


 강실이는 어떻게 되려나. 오류골댁은 부엌에서 밥을 짓다 강실이를 생각했다. 불을 지필 때 다른 생각을 하면 안 될 텐데. 불똥이 치마에 튀고 불길을 잡지 못하게 됐다. 강실이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데. 강실이는 옹구네가 자신을 좋은 마음으로 도와준다고 생각했다. 그럴 수가. 효원도 강실이 걱정을 했다. 효원이 친정 어머니가 오랜만에 편지를 보내줘서 읽어봤는데, 거기엔 강실이 이야기가 없었다. 이제 곧 강실이가 안행사에 가지 못했다는 걸 알겠구나. 황아장수는 아예 오지 않았다. 강실이는 혼자서라도 떠나려고 옹구네한테 차표를 사다 달라고 했다. 그 말을 옹구네가 들어줄 리 없지. 옹구네는 또 다른 일도 꾸몄다. 강태가 집에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부적을 우례한테 주었다. 그 부적은 백단이가 해준 거다. 그런 거 들키고 우례가 매 맞으면 어떡하려고. 부적에 정말 힘이 있을까. 무언가 모르는 힘이 움직이는 건 사람 마음이 아닐까.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 말이다.


 이기채와 이기표는 일본이 조선 사람을 징병하게 됐을 때 강모와 강태가 여기 없는 걸 다행이다 여겼다. 기표는 만주에 갈지, 그 모습이 나올지.




희선





☆―


 (스님이 절에 속한 일 한 가지를 제대로 잘 해 놓는다는 것이, 곧 불문과는 아무 연관도 없을 것 같은 나를 위하여 하는 일이 되는구나. 큰 것을 깨달았다. 사람이 누구나, 제가 할 수 있는 일만 열심히, 꾸준히 해나간다면, 그것이 모여서 결국은 실한 세상을 이루는 것이다. 문화도, 학문도, 살림살이도.)  (1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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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5 18: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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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6 23: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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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6 18: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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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6 23: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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