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나를 보고 날짜를 봐
날짜가 바뀔 때는 그대로 둬도
달이 바뀌면 나를 한장 뜯거나 넘겨야 하는데
그걸 하는 게 느려
달이 바뀌는 게 아쉬워선가
시간은 자꾸 흐르는데 말이야
가끔 사람이 나를 뚫어지게 보기도 해
그럴 때 조금 부끄럽기도 해
사람은 내 마음을 모르겠지
날짜만 잠깐 보면 좋을 텐데
중요한 날이 생각나서 그랬나 봐
달력으로 벽에 걸려 있는 것도 쉽지 않아
가만히 있는 게 뭐가 어려울까 싶지
그게 힘든 거야
움직이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내가 있어서 사람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해
*해마다 벽걸이 달력을 받던 곳에서 못 받았다. 벌써 다 떨어졌다고. 언젠가도 거기에서 달력 못 받았구나. 2024년 벽걸이 달력 하나도 못 받나 했는데, 다행하게도 다른 데서 얻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