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 1
최명희 지음 / 매안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과 작가는 알았지만 무슨 이야긴지 몰랐던 《혼불》, 한번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불문학상’이 있고 상 받은 소설 몇 권 보기도 했다. ‘혼불’은 모두 열권인데, 끝난 게 아닌가 보다. 작가가 끝까지 못 쓰다니. 이야기가 끝나지 않은 건 책 읽는 사람이 아쉬울지, 다 쓰지 못한 작가가 아쉬울지. 둘 다 아쉽겠다. ‘혼불’ 시대는 일제 강점기다. 이때만 나오는 건 아니겠지만, 이걸 알게 되니 《토지》(박경리)가 생각났다. 혼불 공간 배경은 남원 매안이라는 곳이다. 시작할 때는 대나무가 많은 대실이 나오지만. 대나무숲.


 어떻게 보면 시작은 좋은 일인데, 그게 모두한테 기쁜 일은 아니었다. 혼인을 하는 이씨 문중 대종손 이강모가 그랬다. 나이는 열다섯살이다. 혼례식을 치를 때는 정신이 없었겠지만. 사람들은 강모를 예쁜 신랑이다 했다. 그런 말은 신부가 들어야지(이런 생각 잘못된 건가). 신부인 허효원은 컸다. 효원이 강모보다 나이가 많아서 클 수도 있는데, 효원은 아버지 골격을 닮아서 컸다. 옛날 이야기에 그런 사람 나오지 않던가. 그래도 그 사람은 시집을 일으켜 세우고 많은 사람이 좋아했던 것 같다. 그런 일은 옛날 이야기에만 있는 건 아닐지도. 옛날에 있었던 일도 옛날 이야기구나.


 예전에는 가문 문중을 중요하게 여기기도 했다. 지금도 그런 거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 있겠다. 매안 이씨 문중은 청암부인 강모 할머니가 살려낸 듯한 느낌도 든다. 청암부인은 혼례를 치르고 남편이 죽은 다음에 시집에 왔다. 옛날에는 그랬구나. 여자는 남편이 죽어도 시집에 가서 살아야 했다니. 재가를 아주 못하는 건 아니었을 텐데. 열녀가 되기를 바라기도 했구나. 열녀는 죽은 남편을 따라 죽는 사람이던가. 청암부인은 참 대단하다 싶다. 시동생 아이를 양자로 들이고 집안 대를 잇게 했으니 말이다. 시아버지는 아내 둘을 먼저 보내고 정신을 놓고 아들을 먼저 보내고 죽었다. 그런 집안으로 청암부인이 온 거다. 지금 생각하니 청암부인은 좀 나았던 것 같다. 나이가 어렸을 때는 힘들었겠지만, 자신이 집안 어른이니 누가 함부로 대하지 않았겠다. 이씨 집안 살리기보다 다른 걸 했으면 좋았을걸. 이런 생각은 지금이어서 하는 걸지도.


 손이 귀한 집안 종손인 강모는 그게 부담이 되겠다. 자기 마음에 있는 사람 이야기는 하지도 못하고. 그 사람이 좀 먼 사람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강모 마음에 있는 건 사촌동생 강실이었다. 이름 보고 친척일지도 모른다 생각했는데 사촌이라니. 잠시 누군가를 마음에 두었다가도 마음을 다잡는 사람도 있을 텐데, 강모는 그러지 못했다. 효원이 크지 않고 강실과 비슷했다면 달랐을지. 강모는 음악에 재능이 있어 보인다. 그때 클래식 잘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었겠나. 음악한다고 하면 풍각이다 하고 낮잡아 봤으니. 강모가 음악 공부하러 일본에 가고 싶어하는 건 모든 것에서 달아나고 싶어서였다. 음악에 큰 뜻이 있지도 않았다. 그런 게 잘 될까.


 처음 혼례식에서 강모와 효원 사이는 정해진 건지도. 혼례식 때 두 사람이 쥔 실타래가 꼬였다. 그건 두 사람 앞날을 상징하는 것 같지 않나. 기울어가는 가문을 상징하는 걸지도. 강모는 첫날밤 효원을 내버려두기도 했다. 혼례를 올리고 한해가 지나고 효원은 매안에 왔다. 강모는 한해 동안 효원한테 아무 연락도 안 했다. 혼례 치렀다고 바로 정이 생기지는 않겠구나. 함께 살다보면 나아질까 싶지만, 그것도 어려워 보인다. 강모는 아직 학생이어서 전주에서 학교에 다녔다. 할머니 청암부인은 효원을 잘 맞아주었지만 시어머니 율촌댁은 효원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청암부인은 남편 없는 시집에 왔다 해도 엄한 시어머니는 없었다. 효원은 다르다. 그런 효원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청암부인은 효원한테 아들을 낳고 대를 이어라 하는데. 시어머니뿐 아니라 시아버지 이기채도 효원을 반기는 것 같지 않았다.


 일본은 조선 사람한테 창씨개명을 하게 한다. 군 지원군을 받기도 했다. 아직은 지원이지만 시간이 더 가면 강제가 되고 잡아가겠구나. 일본은 조선에서 쌀을 많이 가져갔다. 쌀뿐 아니라 농사 지어야 할 소와 놋쇠도. 먹고 살기 어려운 때였다.




희선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3-10-24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25 0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