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내가 달라졌다 생각학교 클클문고
김이환 외 지음 / 생각학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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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중학생 때는 어땠던가.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별 일 없이 학교에 다녔다. 사춘기 같은 거 없이 지나갔다. 그때 뭔가 달랐다면 지금도 달랐을까.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어릴 때도 그렇지만 지금도 나를 있는 그대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아니 어린 내가 좀 더 나았을지도. 다시 생각하니 어린 나는 조금 바보였구나. 이런 말을. 지금도 다르지 않지만, 그때는 더했지. 선생님 말은 다 들어야 하고 어기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상한 거, 그게 아닌데 하는 생각 거의 못했다. 중학생 때 난 책을 안 봤다. 책을 안 보다니, 그건 고등학생 때까지 이어지는구나. 그때 책을 좀 봤으면 좋았을 텐데. 또 이런 생각을 하다니.


 이 책 《어느 날 문득, 내가 달라졌다》에는 다섯 사람 소설이 담겼다. 다섯가지 이야기에 나오는 아이는 중학생도 있고 고등학생도 있다. 네 편은 중학생 이야기지만 정명섭 소설 <꿈속을 달리다>에는 고등학생 창욱이가 나온다. 정명섭과 김이환은 과학소설이다. 사춘기 아이는 어느 때든 있구나. 누구나 지나가는 때로 누군가는 심하게 앓고 누군가는 별 일 없이 지나간다. 앞에서도 말했듯 난 사춘기 조용히 지나갔다. 그런 거 느끼지도 않았던가. 아니 조금은 달랐을 텐데, 그때 잘 생각해보지 않았다. 사춘기도 오면 오고 가면 가는구나 했던가. 재미없는 나였다. 재미없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사춘기가 오면 가장 많이 달라지는 건 몸일까, 마음일까. 둘 다일지도 모르겠다. 사춘기를 제대로 보내지 못하면 몸만 자라고 마음은 자라지 않을지도. 사춘기는 몸과 마음이 어긋나는 때구나. 마음이 몸을 따라가지 못하는. <가슴, 앓이>(정해연)에서 선하는 자기 몸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그건 둘레 친구가 놀려서기도 할 것 같다. 성조숙증, 그런 것은 자신이 걸리고 싶어서 걸리는 건 아닐 텐데. 선하는 친구 세린을 만나고 자기 몸을 좋아하게 된다. 세린이처럼 자신을 있는 그대로 좋아하는 사람 얼마나 될까. 그러고 보니 세린이는 자신한테 어울리는 옷차림이 어떤 건지 잘 알았다. 자신을 알아야 자신을 조금 좋아하겠다. 난 아직도 나를 잘 모를지도. 언제 알 거야.



 “다른 애들이 싫어한다고 해서 나는 그 애들에 맞춰 똑같이 살 생각은 없어. 내가 좋아하는 대로 살 거야.”  (<가슴, 앓이>에서, 58쪽)



 “중요한 건, 네가 너를 싫어하지 않는 것. 사람마다 다 콤플렉스가 있지만 그건 어쩔 수 없이 나의 한 부분이잖아. 그 한 부분 때문에 나를 싫어하지 말고 그놈과 함께 잘 살아보자고.”  (<가슴, 앓이>에서, 60쪽)



 초등학생이라고 이성에 관심없지 않겠지. 요즘은 유치원생도 이성친구가 있던가. 난 없었고, 없는데. 없어도 되지만. <열네살, 내 사랑 오드 아이>(조영주)는 아이들한테 따돌림 당하지만, 이성친구를 만나고 조금 나아지는 아이 규리 이야기다. <소녀들의 여름>(장아미)은 동성친구하고 겪는 미묘한 감정일까. 그런 것도 보이고 몇 사람이 친하게 지내는데 누군가 새로운 사람이 왔을 때 그 아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그런 거. 그때는 친구도 중요하다. 친구라고 해서 모두 똑같이 해야 하지 않는데도 친구한테 미움받지 않으려고 자기 마음과 다른 걸 하기도 한다. 사람은 다 다르다 말하는 사람이 하나는 있어야 할 텐데 좀 다른 거 좋아하면 어떤가. 같은 걸 좋아해서 친구가 되는 건 어릴 때만은 아니겠다.


 앞에서 잠깐 말한 정명섭 소설 <꿈속을 달리다>와 김이환 소설 <지아의 새로운 손>은 저마다 다리와 손을 이식하는 이야기다. 다리는 인공지능인데 거기에 사람 기억을 넣었다. 장기 이식수술 받은 사람이 장기 기증한 사람과 비슷한 버릇이 나타난다는 말 있지 않나. 여기에서는 그런 걸 느꼈다. 창욱이는 차 사고로 다리가 잘려서 인공지능 다리를 이식했다. 그 뒤로 창욱이 다리가 조금 달라졌다. 예전에는 잘 달리지 못했는데, 지금은 다리가 잘 달리고 달리고 싶어했다. 다리가 생각을 가지고 있다니. 인공지능에 들어간 사람 기억 때문이구나. 그건 달리기하던 사람 거였다. 창욱이는 앞으로도 달릴까.


 마지막 <지아의 새로운 손>(김이환)에서 지아는 태어날 때 손이 없었다. 자랄 때는 기계 손을 여러 번 이식하고 어른이 되면 진짜 손을 이식할 거였다. 시간이 흐르고 이제는 자라는 손을 이식할 수 있게 됐다. 지아는 진짜 손보다 기계 손이 더 좋았다. 지아는 자신처럼 기계 손을 가진 리아를 만난다. 리아는 다른 행성에서 살고 거기는 중학생도 돈을 벌어야 했다. 지아가 사는 곳은 모두가 물건을 나눠써서 돈이 없어도 괜찮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렇다면 살기 좋을까. 돈 걱정 안 해도 되겠지. 지아는 리아가 돈이 없어서 진짜 손을 이식하고 싶어하고 할 수 없다는 말을 듣는다. 그런 걸로 자신은 좀 낫다고 생각하는 건 별로지만, 자신한테 있는 걸 잘 아는 것도 중요하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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