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 오늘의 젊은 작가 27
은모든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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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는 건 다른 사람 말을 들어주는 게 아니고, 자신이 말하는 거겠지. 난 말을 아주 못해. 말 안 해도 살기는 하지만. 글말은 많이 하는 것 같아. 아니 그것도 그렇게 잘하지 못해. 말보다 조금 나을 뿐이야. 말도 잘 알아듣기 어렵기도 한데, 글은 더하지 않을까 싶어. 그래도 천천히 보면 다는 아니어도 조금은 알아듣기도 해. 그렇지. 이건 내 생각일 뿐일까. 왜 이런 말을 했느냐고. 이 책 《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를 봐서지. 은모든 작가 이름은 들어본 적 있지만, 소설은 이게 처음이야. 은모든은 진짜 이름일까. 별걸 다 알고 싶어하는군. 이 책을 다 보고 문득 은모든은 진짜 이름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어.

 

 누군가 자신한테 뭔가 말하면 어떤 기분일까. 처음에는 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자기 이야기를 할까 하다가, 딱히 할 말이 없으니 듣기만 할 것 같아. 경진은 사흘 쉬기로 하고 과외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얼마 뒤 과외를 마친 해미 엄마한테서 전화가 와. 해미가 집에 없다고. 해미 엄마는 과외할 때 뭔가 이상한 일 없었느냐고 말해. 경진은 과외했을 때를 떠올리고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지만 별일 없었다고 해. 경진은 해미가 자신한테 뭔가 말하고 싶어했는데, 그때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자세하게 묻지 않았어. 그 뒤로 잘 모르는 사람이 경진한테 자기 이야기를 해. 곧 경진이 쉬어서 그런지 경진은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잘 들어줘. 그런 신기한 일이 일어나다니. 재미있는 일일 듯해. 난 다른 사람 이야기 듣는 거 좋아해. 그래서 소설, 이야기를 좋아하잖아.

 

 앞에서 글이라 했는데, 책을 본 다음에 쓰는 건 감상이군. 경진이 다른 사람 말을 아주 안 들은 건 아니지만, 본래는 잘 들어주지는 않았나 봐. 해미가 말하고 싶어하는 걸 들어주지 못해서 조금 달라졌을까. 경진은 쉬는 동안 해미한테서 연락이 오길 기다려. 그 사이 경진은 친구를 만나고 친구가 결혼문제를 말하는 걸 들어주고, 우연히 길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를 듣기도 해. 그러다 엄마를 떠올리고 예전에 엄마한테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생각하고 고향에 가. 고향집에서 만난 엄마는 예전과 달라졌어. 지금까지 여유가 없었는데, 이젠 다른 사람과 어딘가에 가고 산책을 하고 커피도 맛좋은 걸 마셨어. 엄마가 그렇게 바뀐 모습 보는 건 좋을 듯해. 사람은 한번밖에 못 사는데, 아등바등 산다고 뭐가 좋겠어.

 

 고향에 갈 때 그리고 고향에서도 경진은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들어. 사람은 힘들거나 괴로운 일이 있으면 누군가한테 말하고 싶기도 하겠지. 지금 괴롭지 않다고 해도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 하고 싶을지도. 난 그런 거 별로 안 하고 싶지만. 난 그저 우울하다고만 하는군. 자세한 건 말할 수 없어서 그래. 경진은 고등학교 동창 웅이도 만나. 웅이는 경진이 싫다는데 자꾸 낮술을 마시자고 해서 왜 그러나 했어. 그건 좀 싫을 것 같더라고. 내가 술을 싫어해서 그런 거겠군. 웅이도 경진한테 자기 이야기를 해. 누나 아이 쌍둥이를 돌봐서 어른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더군. 조카가 예쁘다 해도 가끔 벗어나고 싶을 때도 있겠지. 그건 부모가 느끼는 것일 텐데. 하루쯤 친구를 만나고 스스럼없이 얘기해서 웅이 마음이 괜찮았겠지. 그런 건 한번이나 두번이면 괜찮아도 자주 그러면 말 듣기 싫을 것 같아. 웅이가 여자친구한테 자주 불평을 늘어놓았더군. 그것 때문에 헤어졌대. 상대가 말 잘 들어준다고 늘 불평을 늘어놓으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어서 한 말이야.

 

 살다 보면 누군가 자신한테 이런저런 이야기 하는 날도 올까. 꼭 그런 건 아니겠군. 경진은 여러 사람 말을 듣고 다들 사는 게 쉽지 않구나 생각했을 것 같아. 슬픈 이야기를 한 사람도 있어. 그 이야기 보니 나도 슬펐어. 다행하게도 해미는 집에 돌아왔어. 이제 경진은 해미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해. 자주는 어려워도 다른 사람 이야기 그저 들어주기만 해도 괜찮을 거야. 말하는 사람은 무언가 답을 바라지 않고, 그저 말하고 싶은 걸 거야. 난 무슨 말 들으면 뭔가 말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을 해. 이게 문제군. 그래서 나한테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가 봐. 그냥 난 소설, 이야기 볼래. 그것도 이야기 듣는 거잖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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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0-18 0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은 책~!! 희선님 말대로 소설을 읽는것도 이야기를 듣는것과 같은 거겠죠? 저는 사람들이 저에게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제가 듣는걸 좋아해서 그런건지 ㅎㅎ

희선 2021-10-18 01:40   좋아요 1 | URL
새파랑 님한테는 다른 사람이 이야기 잘 하는군요 저는 만나는 사람이 없어서... 저는 말보다 글로 쓰는 게 좋은데, 그것도 좋아해야 하죠 어떤 건 쓰기보다 말하는 게 편하겠지요 말은 하면 사라지기도 하니... 그게 아주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희선

서니데이 2021-10-19 1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은모든 작가는 처음 듣는 이름이예요.
민음사의 젊은 작가라고 하니, 앞으로 조금 더 많이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희선님, 좋은 저녁시간되세요.^^

희선 2021-10-20 01:22   좋아요 1 | URL
저는 이름은 알았는데 책은 이게 처음이네요 찾아보니 단편도 있고 경장편이랄까 그런 것도 있군요 민음사에서 이렇게 책이 나왔으니 앞으로 더 자주 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름이 별나서 한번 보면 잊어버리지 않을지도...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