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어하우스 플라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0
혼다 데쓰야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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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셰어하우스 플라주》(혼다 데쓰야)를 보면서 무슨 말을 쓸까 먼저 생각했어요. 요새 책을 천천히 봐서 전보다 더 그런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책을 다 본 다음에 생각해도 괜찮은데, 왜 먼저 어떻게 쓰지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책을 보다보니 별로 할 말이 없을 것 같더라구요. 집중도 못한 느낌입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고. 저랑 다르니 모르는 거군요. 저와 비슷한 점이 있다 해도 알기 어려운 면이나 제 마음에 들지 않는 면이 있겠지요. 저는 죄를 짓고 다시 시작하려는 사람 마음 잘 모릅니다. 제가 그런 처지가 아니니까요. 아니 지금 생각하니 정말 그럴까 싶기도 하네요. 엄청난 잘못은 아닐지라도 작은 잘못은 저질렀을지도 모르겠네요. 겸손해야 할 텐데.

 

 플라주라는 곳은 아래층은 카페 겸 술집이고 위층은 전과가 있는 사람이 세 들어 사는 곳으로, 여기는 문이 없어요. 세상은 죄 지은 사람한테 엄한 잣대를 댑니다. 죄를 짓고 형을 살고 나와 새롭게 시작하려는 사람도 있을 텐데, 세상은 그걸 제대로 보지 않지요. 저도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어요. 한번 어떤 잘못을 저지르면 또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멀리 할 것 같아요. 그런 마음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아예 모르고 시작하면 괜찮을지도. 어느 정도 그 사람을 겪어보고 나중에 알게 되면, 예전과 다른 사람이다 여길지도. 그건 할 수 있을 듯합니다. 많은 사람은 예전 일을 알게 되면 아주 달라지기도 하지요. 죄를 지었던 사람이 다시 죄를 짓는 건 그럴 때가 아닐까 싶어요.

 

 죄를 짓기 전에 한번 생각하면 참을 텐데 싶기도 합니다. 요시무라 다카오도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어서 딱 한번 각성제를 하고 집행유예를 받았어요. 그것 때문에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카오가 살던 곳에 불이 나고 지낼 곳이 없어져요. 그때 다카오는 이 플라주에 들어가요. 거기에는 다카오까지 여섯 사람이 살았어요. 모두 전과가 있는 사람이었어요. 다카오는 다시 일자리를 구하려고 하지만 잘 안 됐어요. 어느 날엔가는 예전에 일하던 곳 사람을 만나요. 그 사람은 다카오 때문에 회사에도 피해가 있었다고 말하고 다카오한테 예전에 했던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하라고 해요. 차갑게 들리는 말이지만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죄를 지으려다가 참는 건 자신이 죄를 지었을 때 자신뿐 아니라 둘레 사람한테도 피해가 가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그런 생각 안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카오는 자신 때문에 회사나 회사 사람이 안 좋았다는 걸 몰랐던 것 같아요.

 

 

 아버지는 분명 한사람 목숨을 빼앗았다.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렀다. 그러나 이 나라는 법치국가다. 설령 죄를 지었다 해도 제대로 벌을 받으면 용서해주어도 좋지 않은가. 그 사람이 제대로 갱생했는지 어떤지, 재범 가능성이 높은지 낮은지 그건 또 다른 문제일 터다. 일단 벌을 받은 사람한테는 다시 시작할 기회를 준다. 그 정도는 사회가 보장해 주어도 좋지 않은가. (346쪽~347쪽)

 

 

 앞에 옮긴 말은 셰어하우스 플라주를 만든 준코가 한 생각이에요. 준코 아버지는 잘못해서 사람을 죽이고 감옥에 들어갔다 나와요. 준코 아버지는 다시 시작하려고 했지만 잘 안 되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요. 다른 죄도 무겁기는 하지만 잘못해서 사람을 죽게 하면 그것도 무거운 죄지요. 벌을 받았다고 해서 그게 끝은 아니다 생각해요. 하지만 그건 다른 사람이 심판할 수 없는 거겠지요. 죄를 뉘우치고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려는 사람도 있을 텐데. 죄인이다 하고 아무것도 못하게 하면 안 되지 않을까요. 준코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버지를 생각하고 자신이 전과자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곳을 만들려고 했어요. 세상에 플라주 같은 곳이 많다면 좋을 텐데 싶네요.

 

 죄는 한번 지으면 씻기 어려워요. 죄를 지은 사람은 그걸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사회뿐 아니라 많은 사람 마음도 바뀌어야 하지만. 한번 진 십자가는 내려놓기 어렵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런 제 생각 엄격한 건지도. 그래도 기회는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기 죄를 뉘우치고 다시 시작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테니. 믿어야지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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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15 09: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범죄 경력자의 셰어하우스라니 특이한 내용이네요. 제가 읽고 있는 책이랑 왠지 느낌이 비슷한거 같아 흥미롭네요~!!

희선 2021-06-17 00:00   좋아요 1 | URL
범죄를 지은 사람은 자기 마음대로 방 구하기도 어렵겠습니다 처음에는 잘 몰라서 방을 빌려줘도 나중에 죄를 지었다는 걸 알면 거의 쫓겨나잖아요 여기에는 문이 없는 게 별납니다 어쩌면 다시 죄를 짓지 않기를 바라고 그렇게 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scott 2021-06-15 15: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혼다 데쓰야 한동안 레이코 형사 시리즈물 독파 했었는데
언젠가 부터 안찾아 읽게 되었네요.
죄를 지을 수 밖에 없는 사회, 세상은 죄인을 어떻게 처벌 한후 어떤 방법으로 새로운 인간으로 만들어 야 할지 이책 쉽게 읽기 힘든 책인 것 같습니다.

희선 2021-06-17 00:05   좋아요 2 | URL
히메카와 레이코, 예전에 일본 드라마 <스트로베리 나이트> 봤어요 그 드라마에 나온 사람이 바로 다케우치 유코였네요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생각나서... scott 님 글 보고 알았던 것 같습니다 몇해 전에 다시 그 드라마 만들었더군요 저는 히메카와 레이코 시리즈 몇 권밖에 못 봤습니다

죄를 지었다 해도 형을 마치면 살아야 할 텐데, 사회나 세상은 그런 사람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하네요 이런 건 앞으로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