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마음동호회
윤이형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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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이 나온 걸 알았을 때는 한번 만나보고 싶었어요. 보고 싶다 생각하는 책 다는 아니지만 보게 되는 것도 있어요. 이 책도 그런 책에서 한권이에요.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치고 첫번째 이야기면서 소설집 제목이기도 한 <작은마음동호회>를 봤어요. 저도 마음이 작기는 합니다. 작은마음동호회가 글 쓰고 책 만드는 엄마 모임이라는 걸 알고 조금 아쉬웠어요. 그것보다 처음부터 나는 저 안에 들어갈 수 없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여기 담긴 소설에 이런 이야기 얼마나 있으려나 하고 조금 걱정했는데, 다행하게도 그 뒤로는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이야기가 제 처지와 가깝지는 않지만. 비슷한 일은 겪을 수도 있겠지 했어요. <작은마음동호회>도 그렇게 보면 될 것을. 앞에서도 말했듯 저는 마음이 작습니다. 그래도 책 봅니다. 이 세상에 나온 책 가운데 저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해요. 그저 다른 사람 이야기를 보고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해야지 어쩌겠어요. 본래 소설은 다른 사람을 알려고 보는 것이잖아요. 자신을 들여다보려는 것도 있지만.

 

 여자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자신보다 남편이나 아이를 먼저 생각하겠지요. 남편이나 아이도 소중하지만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면 좋겠네요. 자신이 하고 싶은 걸 많이 참지 않기를. 옛날과는 다르게 지금은 그런 사람이 더 많겠지요. 지금 생각하니 윤이형 책 여러 권 만났네요. 장편보다 짧은 건 그런대로 봤는데 단편소설은 여전히 어렵네요. <승혜와 미오>는 동성인 두 사람이 사귀고 함께 살지만 여러 가지를 생각하더군요. 지금은 동성애를 아주 안 좋게 보지는 않지만 식구한테 말하지 못하고 일터에도 알리기 어렵겠지요. 승혜와 미오는 조금 성격이 달라요. 그것 때문에 서로 섭섭한 마음을 가져요. 이런 일은 이성 사이에서도 일어나겠지요. 서로 다른 두 사람이기에 빠르게 서로한테 빠져들어도, 시간이 흐르면 그걸 안 좋게 여기기도 하잖아요. 그래도 승혜와 미오는 아직 괜찮은 듯합니다. 승혜는 미오와 이런저런 말을 하려고 해요.

 

 둘레에서 보기 어려워도 몸과 마음이 달라 힘들어하는 사람 있겠지요. <마흔셋>에서는 재경 동생이 성전환 수술을 해요. 어머니는 암으로 죽고, 죽기 전에 재윤이 수술하려 한다는 걸 알아요. 본래 재경은 언니였는데 이젠 누나가 되고 동생 재윤을 받아들여요. 몸과 마음이 다른 것도 참 힘들 것 같아요. 성전환 수술 위험하기도 하니 식구는 안 하기를 바랄 것 같지만, 당사자는 다르겠지요. 재윤은 본래 자기 모습을 찾았다고 여기고 살겠군요. <이웃의 선한 사람>에서는 ‘나’가 차 사고를 당할 뻔한 자기 아이를 구해준 스물여덟살 남자한테 빚을 갚지 못해 화를 내기도 해요. 남자는 앞날을 볼 수 있다는 이상한 말을 해요. 그것보다 ‘나’가 남자를 처음 봤을 때 남자는 그네를 타면서 이상한 소리를 냈어요. 나중에 ‘나’의 아이 연두를 구해준 게 놀이터에서 만난 남자라는 걸 알고 또 다른 걸 알게 돼요. 남자는 ‘나’가 밤에 밖에서 담배를 피울 때 ‘나’한테 식초를 부은 사람이었어요. 그 일 때문에 ‘나’는 남자가 일부러 연두한테 사고가 나게 꾸민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이웃의 선한 사람이 정말 착할까요. 나쁜 마음으로 위험에 빠진 아이를 구하지는 않겠지요. 이 이야기보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많은 사람이 죽는 사고가 일어난다는 말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 그게 이웃의 선한 사람 때문일 수도 있다 말하는 듯했어요. 그런 일 일어나지 않으면 좋을 텐데.

 

 다음 이야기는 판타지 같습니다. 용과 용기사가 나오거든요. 생각하는 용과 무언가를 만드는 용이라 해야겠군요. 용은 싸움과 번식 두 가지만 했는데 생각하는 용이 나타났어요. 그것도 둘이나. 용이 나오는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듯합니다. 생각(의심)하고 살라고 말하는 거겠지요. 지금은 많은 사람이 생각할 시간을 잘 만들지 못하지 않나 싶기도 해요. 생각하라는 말만 하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다음 이야기 <님프들>에서 준이 누군지 잘 모르겠어요. 아버지였다가 친구였다 남편이었다 아들이었다 해요. 그 준은 죽었어요. 아마 민은 준이 죽어서 준을 여러 사람으로 생각하게 된 게 아닐까 싶어요. 자신이 살려고. 마지막을 보면 준은 아들 같기도 해요. 민은 아이를 잃은 엄마일지도. <이것이 우리의 사랑이란다>에서는 어느 날 섬광이 비치고 많은 사람, 거의 남자가 무언가한테 끌려가고 갇혀 살아요. 그렇게 많은 남자를 가둔 무언가는 그걸 사랑이라 해요. 사랑한다고 상대를 가두면 안 될 텐데. 혹시 그건 남자가 여자한테 했던 거였을까요.

 

 윤이형 소설 보는데 구병모가 생각나기도 했어요. 왜 그랬는지 모르겠네요. 구병모가 쓴 글이 책 맨 뒤에 있어설지도. <수아>는 SF 같네요. 언젠가 일어날지도 모를 로봇의 반란 같은 느낌이 듭니다. ‘수아’는 로봇 이름이고 뒤에는 번호가 붙어요. 사람은 로봇이 사람 말을 잘 듣기를 바라는군요. 그러면서 쉽게 버리기도 하지요. 이건 동물도 다르지 않군요. <역사>는 짧은 이야긴데 무얼까 싶네요. 제가 느낀 건 괴롭다 해도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는 거예요. 이번에 좀 높은 고개를 넘은 듯도 합니다.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넘었다는 것만 기뻐해야겠습니다.

 

 

 

*미처하지못한말

 

 다 쓰고 나니 한편 안 썼다는 게 생각났습니다. 다른 것도 그렇게 잘 읽어냈다고 하기 어려운데. <피클>을 잊어버린 건 할 말이 없어서였을지도. 이 소설 보는데 한번 본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예전에 <악스트>에서 만났다는 게 생각났어요. 잡지사에서 일하던 유정이 편집장한테 성폭력 당했다고 한 말이 진짜인지 거짓인지 잘 모르겠어요. 선배인 선우는 별로 친하지 않았던 후배 유정이 일을 그만두고 자신한테 그런 말을 쓴 전자편지를 받고 어찌해야 할지 몰랐어요.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믿었다고 생각하더군요. 시간이 조금 흘렀지만 선우는 그 말을 믿기로 해요. 여성이 여성의 적이라는 말이 생각나기도 하는군요. 여성이 마음을 모아야 할 텐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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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10-23 2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친구와 통화 중에 여자의 적은 여자였군, 하는 말을 했답니다.
그래도 동지인 경우가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희선 2020-10-25 23:59   좋아요 0 | URL
맞는 말씀입니다 여자의 적이 여자일 때도 있지만, 같은 여자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더 많겠지요 여자끼리 서로 도울 때가 더 많지 않나 싶습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