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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삶, 책들의 운명 ㅣ 걸작 논픽션 18
수전 올리언 지음, 박우정 옮김 / 글항아리 / 2019년 10월
평점 :
책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런 사람이 다 도서관에 가지는 않을 거다. 이 책을 쓴 수전 올리언는 어렸을 때는 엄마와 함께 도서관에 가서 책을 많이 빌려서 봤다. 수전은 그걸 꽤 좋아했다. 수전은 어렸을 때부터 책과 친하게 지냈구나. 난 그러지 못했는데. 책 이야기가 나오면 어김없이 하는 말이구나. 어릴 때는 도서관도 몰랐다. 도서실이 있는 학교도 있었을 텐데 내가 다닌 곳은 다 없었다. 지금은 도서실이 생겼을까.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예전과는 달라졌겠지. 지금 아이들은 책과 가까운 데서 자라다니 부럽다. 하지만 아이들이 책 볼 시간이 없겠다. 밖에 나가 놀 시간도 없고 책 읽을 시간도 별로 없겠지. 세상이 좋아져도 아이들은 그리 좋은 것 같지 않다. 아니 아이들은 나름대로 지금을 즐길까. 내가 지금 아이가 어떤지 몰라서 안됐다고 생각하는 거구나. 책 안 봐도 큰 문제 없기는 하다. 그래도 책을 읽지 않는 것보다는 읽는 게 조금은 낫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수전이 도서관에 다녔다고 말했는데 수전은 대학에 들어가고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기보다 책방에서 새 책을 샀다. 혼자 살면서 책을 사 모았다. 수전은 도서관이 왜 있어야 할까 하는 생각도 했다. 책을 많이 사는 사람은 이런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책을 별로 못 사는 난 도서관이 있어서 다행이다 생각한다. 수전이 다시 도서관에 가게 된 건 아들이 사서를 만나서였다. 그때 수전은 로스앤젤레스에 살았는데 우연히 도서관 재단을 운영하는 켄 브레처를 만나고 1986년 4월 29일에 로스앤젤레스 중앙도서관에 큰불이 났다는 걸 알게 된다. 그날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과 도서관에 갔던 사람은 그렇게 큰불이 되리라는 걸 몰랐다. 로스앤젤레스 중앙도서관은 지은 지 60년 된 건물로 평소에 화재경보기가 잘못 울리기도 했나 보다. 하지만 그날은 화재경보기가 잘못 울린 게 아니었다. 불은 7시간 이상이나 지나서야 꺼졌다. 많은 책이 불에 타고 물에 젖었다.
도서관에는 불에 쉽게 탈 게 많다. 바로 종이로 만든 책이다. 로스앤젤레스 중앙도서관에는 많은 자료와 책이 있었다.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은 불이 난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걸 지켜보기만 했다. 중앙도서관을 고치려던 때기도 했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다니. 누군가 불을 질렀을까. 불이 꺼지고도 열은 닷새나 갔다. 자원봉사자가 많이 오고 책을 옮겼다. 물에 젖은 책은 냉동고에 넣으면 괜찮다고 하던데, 도서관에 있던 책은 한두권이 아니니. 도서관은 축산물과 농산물 업체에 연락해 냉동고를 빌렸다. 그런 책이 70만권이었다. 만권도 엄청 많은데 7만권도 아닌 70만권이라니. 도서관에 있던 책은 200만권이 넘었다. 책이 많은 것도 불이 난 까닭일 수 있을까. 어릴 때부터 사람 관심을 받고 싶어하고 배우가 되겠다고 말한 해리 피크가 도서관에 불을 지른 사람으로 조사 받았다. 해리 피크는 조사 받을 때 다른 말을 늘어놓았다. 본래 거짓말을 잘했단다. 누군가를 즐겁게 해주거나 관심 끄는 걸 좋아했다. 해리 피크가 1986년 4월 29일을 어떻게 지냈는지 알 수 없었다. 해리 피크는 1993년에 죽었다.
해리 피크 이야기를 봤을 때는 늘 거짓말 하는 사람이 있을까 했는데, 이런 사람 있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사람은 자신이 거짓말 한다는 거 자체도 모르지 않을까 싶다. 많은 사람은 거짓말을 하면 죄책감을 느끼는데. 로스앤젤레스 중앙도서관에 어떻게 불이 나고 어디에서 시작했는지 알기는 어려웠다. 조사관은 다른 건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사람이 불을 질렀다 여기고 누군가 한사람이라도 잡으려 했다. 그게 해리 피크였다. 로스앤젤레스 중앙도서관은 1993년 10월 3일에 다시 문을 열었다. 시간이 걸렸지만 다시 문을 열게 됐구나. 그렇게 된 건 많은 사람 도움이 있어서였다. 처음에는 도서관을 다시 열 수 있을까 했을 듯하다. 불이 나고 얼마 뒤에는 도서관 살리기 모금 방송을 하기도 했다. 도서관이 문을 다시 열게 됐을 때도 자원봉사자가 와서 책을 꽂았다. 그 많은 책을 도서관 사람이 꽂았다면 시간이 엄청나게 걸렸겠지. 그때를 기억하는 사람은 로스앤젤레스 중앙도서관에 가면 남다른 느낌이 들 것 같다.
처음 도서관이 생겼을 때는 회원비를 내야 했다. 한국은 어땠을까. 회원비는 싸지 않아서 부자만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봤다. 도서관 문은 처음부터 누구한테나 열린 게 아니었구나. 시간이 흐르고 도서관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은 노숙인이 도서관에 많이 가나 보다. 도서관이 주민센터 같은 느낌도 들었다. 도서관에 무언가를 묻는 전화도 왔다. 이건 어느 나라 도서관이나 비슷할까. 내가 도서관에 전화하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도 안 하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로스앤젤레스 중앙도서관에는 2014년에 온라인 직업고등학교를 만들었다. 도서관에서 그런 걸 하다니. 오래전에도 도서관 학교를 세우기도 했구나. 도서관이 생기고 여성은 교사와 사서를 하게 됐다고 한다. 한때는 도서관장을 남성이 했는데 예전에는 여성이 맡기도 했다. 내가 다니는 도서관은 책을 늦게 돌려줘도 돈을 내지 않는데 미국 도서관은 빌린 책을 늦게 돌려주면 돈을 받는가 보다. 지금은 어떨까. 한국에도 그런 도서관 아주 없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여기에는 로스앤젤레스 중앙도서관에 불이 난 것뿐 아니라 역사와 이런저런 도서관 이야기가 담겼다. 도서관 책을 훔친 이야기도 있구나. 나한테 도서관은 그저 책만 빌리는 곳이지만, 다른 사람한테는 여러 가지 노릇을 하는 듯하다. 미국은 사서가 복지사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노숙인이 찾아와서 그럴지도. 청소년을 위한 곳도 있었다. 한국에는 청소년을 생각하는 도서관 있을까. 청소년은 도서관에서 책을 보기보다 공부하는 것 같다(요새는 그러지 못하는구나). 가정과 학교가 청소년을 생각해야 한다고 여겼는데, 도서관도 청소년한테 도움을 주면 괜찮을 것 같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