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미숙 창비만화도서관 2
정원 지음 / 창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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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 난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하기도 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언니는 동생한테 잘 해줄 것 같지 않나. 하지만 꼭 그렇다고 할 수도 없겠다. 오빠든 언니든 사람이 괜찮아야 동생한테 잘 하지. 그건 부모가 괜찮아야 하는 건가. 이것도 좀 아닌 것 같다. 왜 이런 생각이 들까. 나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부모가 아이한테 좋은 모습을 보이면 아이는 그런 부모 모습을 본받겠다. 반대로 별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 아이는 저도 모르게 그걸 익히고 만다. 난 그러지 않아야지 하고 늘 생각해야 하는데 그렇게 자신을 잘 제어하는 사람 있을까. 없지는 않겠구나. 폭력은 폭력을 물려줄 뿐이다. 이런 말하니 조금 서글프구나. 사람 삶이 서글프지만. 자주 싸우는 부모 모습을 보고 자라는 아이 안됐구나. 그런 건 경험 안 하는 게 좋은데.

 

 사람이 살다 보면 싸울 때도 있겠지만, 부모도 어릴 때는 부모가 싸우는 모습 보면 안 좋았을 텐데. 왜 나이를 먹고 자신이 어른이 됐다 느끼면 자기 부모를 따라하는 걸까. 술 마시고 자기 아내를 때리거나 아이를 때리기도 하다니. 예전에는 그런 사람 많았구나. 지금은 그러면 큰일날까. 큰일 안 날지도. 식구니까 용서해라 할 거 아닌가. 그런 말 정말 싫다. 부모니까 언니니까 봐줘야 하다니. 미숙은 어릴 때 언니한테 맞은 듯하다. 그런 모습 제대로 나오지 않지만 그런 말을 했다. 아빠는 술을 마시면 엄마를 때리고 언니는 미숙을 때렸다고. 언니는 언니대로 안 좋아서 가장 힘 없는 미숙이를 때렸겠지. 언니 마음을 누군가 보듬어 줬다면 그러지 않았을지도 모를 텐데.

 

 미숙이가 언니한테 맞는다 해도 그렇게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내가 잘못 본 걸까. 미숙이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자기 이름을 ‘미숙아’ 라 하는 걸 더 싫어했다. 미숙아, 그냥 이름을 부르는 것 같지만 아이들 마음은 그게 아니었다. 놀리는 거였다. 이름으로 놀리다니. 마음이 맞는다기보다 미숙이는 어쩌다 보니 전학온 재이와 친하게 지내게 된다. 재이가 있어서 미숙이는 덜 외로웠는데, 같은 중학교를 함께 마치지는 못했다. 고등학교에서 미숙이는 다시 재이를 만난다. 미숙이가 재이를 좋아하는 건지 그냥 친구여서 함께 있었던 건지 잘 모르겠다. 미숙이가 재이와 친하게 지냈지만 어딘가 어색하기도 했다. 그걸 뭐라 하면 좋을지. 그저 끌려다니는 느낌. 재이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미숙이네 집 이야기를 소설로 써서 상을 받았다. 미숙이는 재이한테 배신당한 것 같았나 보다. 그 뒤로 학교에 가지 않고 재이도 만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은 아빠가 시인인 사람 부러워할지도 모르겠다. 미숙이 아빠는 시인이었다. 괜찮은 시 쓰면 뭐 하나. 술 마시면 아내를 때리는데. 아빠는 병으로 죽는다. 그 병이 언니한테도 나타났다. 그런 일이 일어나다니. 어쩐지 그런 일은 이야기에서나 일어날 듯하다. 현실에서는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자기 식구한테 못되게 굴어도 아무렇지 않게 산다. 시간이 더 흐르고 나이를 많이 먹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아빠와 언니가 죽은 다음에 미숙이 편해진 것 같다. 그런 건 좀 그렇구나. 이 이야기에는 별난 일은 없다. 우리 둘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겠지. 부모한테 사랑받고 자존감 높게 자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반대인 사람이 더 많을지도. 어릴 때는 어쩔 수 없겠지만, 자라고는 자신이 자신을 좋아하면 좀 낫겠지. 이렇게 말하기는 쉬워도 그렇게 하기는 어려운 일이구나. 아니 미숙이는 그럴 거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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