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팔십하루(581)는 내가 글을 쓴 날짜야. 처음 백일은 하루 이틀 빼놓고 한해 정도도 그랬는데, 그 뒤로는 쓰지 않은 날도 있어. 그래도 한달에 보름은 쓰려고 했어. 하루에 삼십분에서 한시간쯤. 가끔 한시간 넘을 때도 있었지만. 좀 더 시간을 들였다면 나은 글을 썼을지. 쓰고 싶은 게 떠오른 날보다 그러지 않은 날이 더 많았어. 앞으로도 그렇겠지.

 

 나만 기억하는 거겠지만, 언젠가 난 글을 써도 구원은 없다고 했어. 그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야. 여전히 내가 글을 잘 못 써서 그럴 테지. 시간이 흐르면 마음이 자라야 할 텐데, 아직도 많이 모자란 마음이야. 사람이 나이 먹는다고 다 어른이 되는 건 아니잖아. 그래도 글을 안 쓰는 것보다 쓰는 게 조금 낫다고 생각해. 가끔 안 좋은 감정에 휩쓸려 쓴 적도 있지만, 할 수 있는 한 그런 건 쓰지 않으려 했는데 그러지도 못했어.

 

 글을 읽지 않아도 쓰지 않아도 사는 데 큰 문제는 없어. 난 별로 바쁘지 않지만 많은 사람이 바쁘게 살겠지. 시간이 있을 때 책을 보거나 글을 쓰기보다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게 더 나을 거야. 시간이 별로 없어도 글쓰기 좋아하는 사람은 할 것 같아. 좋아해야 하는 거군. 나도 글쓰기 좋아해서 하는 거겠지. 이 말 예전에도 했군. 가끔 이런 생각하고 내가 쓰는 글이 유치해도 써야겠다 다짐하는 것 같아.

 

 얼마전에 예전에 내가 쓴 걸 봤더니, 그렇게 나쁘지 않더라구. 자신이 쓴 글을 자신이 가장 좋아하겠지. 다시 보면 창피할 때가 더 많지만. 예전에 쓴 글을 보고 지금보다 더 나은 자신을 찾아내기도 해. 옛날 자신한테 지는 건가. 예전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겠지만 예전 자신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지려 하는 게 좋겠지. 힘든 일이지만.

 

 난 그렇게 괜찮은 사람은 아니야. 마음 좁고 자주 우울함에 빠져. 어떻게 하면 여러 가지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데 잘 안 돼. 그래도 글을 쓰면 아주아주 조금 자유로워지는 것 같아. 자유로워지려고 글을 쓰는 건가. 그런 마음이 없지 않을지도. 사람이든 자연이든 잘 보고 싶어. 보이는 것에만 가두지 않고.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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