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이 없다
조영주 지음 / 연담L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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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경찰은 언제까지 일을 할까. 예순이 정년인 것 같다. 공무원 정년을 예순다섯으로 한다는 말이 보이기도 하던데, 그건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왜 이런 말을 했느냐면 이 소설에 나오는 이친전이 경찰로 정년을 한해 앞두고 사람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안면인식장애가 생기고 반년 뒤 유급휴가를 받아서다. 경찰은 누구보다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해야 할 텐데. 친전은 식구 얼굴뿐 아니라 가끔 자기 얼굴도 낯설게 느꼈다. 한해 전에 그렇게 됐으니 그때 뭔가 큰일이 일어나서인 것 같다. 아쉽게도 그 이야기는 끝까지 풀리지 않았다. 친전은 자신이 믿었던 후배 정의정한테 배신당했다고 여겼는데 정의정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친전이 정의정한테 배신당했다고 생각해선지 정의정 얼굴만은 기억했다. 그건 신기하구나.

 

 잠시 여기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지 말해볼까 한다. 난 이런 거 정리하는 게 조금 어렵다. 실제 현실에서도 그럴지 모르겠지만, 어떤 일은 이어져 있기도 하다. 친전은 손자인 나무가 우비 입은 할아버지를 잡아달라고 하는 말을 듣고, 얼마 뒤 친구가 불러서 간 곳에서 우비를 입은 할아버지가 책에 깔려 죽었다는 걸 알게 된다. 얼핏 보면 사고 같지만 그건 사고가 아니었다. 친전이 그곳에 가서 그게 살인사건이라는 걸 깨닫는다. 지금은 쉬고 있지만 경찰이기도 하니 경찰로 일한 경험 때문에 다른 사람은 그냥 넘긴 걸 친전은 알아봤겠지. 친전은 추리소설도 아주 좋아한다. 책을 읽기도 하고 많이 모으기도 했다. 다시 사건으로 돌아가, 죽은 사람은 김성국으로 재일교포에 일본 야쿠자였다가 그만뒀다. 책에 맞은 얼굴이 뭉개져서 누군지는 시간이 지난 뒤에 알게 된다. 김성국 얼굴을 때린 책을 보니 모두 뒤쪽이 찢겨 있었다. ‘반전이 없다’는 건 바로 이걸 가리킨다. 그 책은 다 추리소설이다.

 

 살인사건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김성국과 상관있는 출판사 사장과 헌책방 사장은 김성국과 똑같이 책에 맞아 죽었다. 스무해 전에 세 사람은 같은 출판사에서 일했다. 그때 서적 도매상이 망해서 출판사도 다 빚더미에 앉게 됐다. 그런데 세 사람이 일했던 리문 출판사 사장 이문석이 2억엔을 가지고 야반도주했다고 한다. 리문 출판사와 상관있는 사람은 세 사람만이 아니기는 하다. 김성국이 스무해 전에 일어난 일을 소설로 쓰고 그걸 책으로 내려 했다. 그때 김성국을 죽였을지도 모를 사람으로 이문석 이름이 나왔다. 정말 이문석은 김성국이나 다른 사람을 죽였을까. 이 말은 그게 아니다 말하는 것과 같겠구나. 자세한 말을 하면 안 되겠다. 자세하게 하려 해도 잘 안 된다. 어쩐지 글로도 버벅대는 듯하다. 자주 이러던가.

 

 누가 왜 사람을 추리소설책으로 때려 죽였는지 알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건을 풀어 나가는 모습 보는 것도 재미있다. 지금 친전은 쉬지만, 사고로 보인 일을 맨 먼저 살인사건이라는 걸 알아채서 사건을 조사하기도 한다. 그것도 김나영과 함께. 김나영은 조영주가 쓴 《붉은 소파》에도 나온 형사다. 여기 나온 김나영 보면서 예전에도 김나영이 이랬던가 했다. 지금도 많이 다르지 않지만, 예전에 난 누가 범인일까를 더 생각했을 것 같다. 나영은 친전과 함께 다니면서 친전이 정말 사람 얼굴을 못 알아보는지 몇 번이나 시험해 본다. 짧은 가발을 쓰고. 그런데 하루는 친전이 여러 사람 아내, 딸, 손주 얼굴을 다 구별했다. 헌책방을 돌아본 날이다. 친전이 좋아하는 책을 많이 봐서 다른 사람 얼굴도 알아보게 됐을까. 그런 일은 겨우 하루였다. 친전은 다시 경찰로 돌아갈지.

 

 친전이 사람 얼굴은 알아보지 못해도 책은 잘 알아봤다. 추리소설을 잘 아는 친전이 있어서 범인을 알 게 된 거겠지. 하지만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책 제목인 ‘반전이 없다’와는 달리 이야기에는 반전이 있다(제목 반전이 없다는 책이 뜯긴 걸 뜻하지만). 스무해 전 일어난 일뿐 아니라 다른 일도 그렇다. 사람은 돈 앞에서는 잔인해질까. 앞에서 나온 말은 뒤에서 맞아 떨어진다. 추리소설은 앞에 나온 말을 잘 기억해두기도 해야 하는데, 난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 친전이 말했을 때 맞아 그랬지 했을 뿐이다. 친전은 경찰 일 다하고 탐정이 되어도 괜찮겠다. 아직 한국은 탐정이 일이 아니던가. 탐정을 일로 인정하겠다는 말 나온 지 몇해 지난 것 같은데. ‘한국탐정협회’는 있다. 탐정이 아주 없는 건 아니구나.

 

 

    

 

 

 

 어쩐지 책 잘 읽고 잘 써야지 하면 더 안 된다. 여기에는 작가와 아주 비슷한 사람이 나온다. 여기 나오는 사람 모두에 작가 자신을 투영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작가 모습과 비슷한 사람은 친전 아내 침례가 하는 카페에 오는 바리스타다. 그 사람은 다른 카페에서 일하고 침례가 하는 카페에 와서는 글을 쓰고 때로는 침례 일을 도왔다. 그리고 초이세. 많은 사람이 알겠지만 초이세는 일본 작가 마쓰모토 세이초를 한국 작가처럼 쓴 거다. 이 책 시작하기 전에는 그장소(조송희) 님 이름이 나온다. 어느새 한해가 넘게 지났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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