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뺀 세상의 전부 - 김소연 산문집
김소연 지음 / 마음의숲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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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시집 《극에 달하다》를 보았다. 그 시집에 담긴 시 잘 생각나지 않지만 시가 어려웠다는 건 기억한다. 언제부턴가 시인 김소연이라는 이름을 들었다. 《마음 사전》 《시옷의 세계》 《한글자 사전》 같은 책 제목과 함께. 그때 난 내가 예전에 본 시집 《극에 달하다》를 쓴 김소연과 같은 사람일까 했다가, 멋대로 이름만 같은 사람인가 보다 했다. 김소연을 잘 아는 것도 아니면서 그런 생각을 하다니 조금 우습다. 찾아보면 바로 알 텐데 난 왜 찾아보지 않고 다른 사람이다 믿었을까. 그것도 좀 오랫동안. 《극에 달하다》는 《마음 사전》이나 《시옷의 세계》와 좀 달라 보여서였다. 시를 기억하는 것도 아닌데. 몇해 전에는 김소연이 라디오 방송에 나오는 것도 들었다. 그때 받은 인상은 어딘가에 잘 다니는 사람이었다. 나하고는 아주 다르다. 라디오 방송에 나오면 그날 준비해 온 시를 읽고 어딘가에 갔던 이야기를 했다.

 

 김소연 이름은 예전에 알았지만 책은 이번이 두번째다. 앞에서 말했듯 시집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산문과 시는 조금 다르기도 하겠지. 이 책 제목 봤을 때 난 안 좋은 쪽으로 생각했다. 책 제목을 그렇게 지을 리 없을 텐데. 어쨌든 제목을 봤을 때 난 세상에서 나만 빠진 듯한 느낌을 가졌다. 그런 느낌은 자주 갖는구나. 이 책 제목은 나를 뺀 세상 모두를 좋은 마음으로 본다는 뜻이었다. 그게 자신을 좋아하는 것이기도 하다니. 난 잘 모르겠다. 세상 모든 걸 좋은 마음으로 볼 수 없을 것 같고 거기에서 나를 좋게 보는 것도 느낄 수 없을 것 같다. 난 참 긍정스럽지 못하구나. 이 책 보면서도 그런 거 많이 느꼈다. 김소연은 친구도 많은 것 같고(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나, 나보다는 많다), 좋은 어린 시절 기억도 있다. 모든 사람이 같지 않고 다 다르게 살 텐데. 다른 것만 많이 본 듯하다. 다르면 다른가 보다 하면 될 텐데. 지금은 그런다.

 

 여기에서 괜찮게 생각한 이야기가 있다. 그건 잘 모르는 사람을 만날 때 그림책 주기다. 내가 모르는 사람을 만날 일은 없겠지만. 부담스러운 책보다 그림책 주는 거 괜찮을 것 같다. 김소연은 남한테 무언가를 주어서 기쁘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 했다. 그건 어릴 때 일일까. 김소연은 남한테 이것저것 잘 주었다. 그건 기뻐서가 아닐까. 난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한테 주는 게 더 좋았다. 그러면서 난 받는 거 어색하게 여겼다. 주고받기 다 좋게 여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난 다른 사람이 무언가를 받는 걸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편지를 썼다. 편지는 가벼우니까. 하지만 이것도 가벼운 게 아닌가 보다. 여전히 난 잘 모르겠다. 사람을 어떻게 사귀어야 할지. 많은 사람은 무거운 사이보다 가벼운 사이를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겠지, 나도 그런 마음이 없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깊이 사귀면 뭐 할 건데 싶기도 하다. 딱히 할 건 없다. 그저 나를 생각하는 사람이 어딘가에 있다고 믿고 싶은 거겠지. 많은 사람은 그런 관계를 식구와 만들지도.

 

 한해는 겨울에서 시작하고 겨울로 끝난다. 그런데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 말하는구나. 한해 시작을 조금 늦추려는 마음 같구나. 이 책 차례는 겨울 이야기에서 다시 겨울 이야기로 끝난다. 내가 어떤 한철이 좋다고 말한 적도 있는 것 같은데 지금은 딱히 하나를 고르기 어렵다. 이건 철만 그런 건 아니다. 사람 마음이 그렇기는 하겠지. 그래도 여전히 난 어딘가에 가는 건 싫다. 모르는 사람 사이에 있는 것도 무척 싫다. 그것보다 알지만 말 한마디 못하는 사람과 있는 게 무척 싫구나. 아는 사람도 얼마 없지만. 난 그저 익숙한 곳을 걷고 다니고 싶다. 나 같은 사람도 있는 거 아닌가. 잘 모르는 곳에 가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김소연은 세상 여기저기를 다녔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도 했다. 김소연은 처음 보는 사람하고도 말을 잘 하는 걸까. 아니 그것보다 그곳 사람이 김소연을 반긴 거겠지.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을. 그렇게 만난 사람 기억은 오래 가겠다. 여기에는 사람 이야기가 많은 듯도 하다. 어머니 아버지 친구 후배 선생님 오가다 만난 사람 바닷가에서 본 사람.

 

 글 잘 쓰지 못하지만 앞으로도 써야겠다. 뜬금없이 이런 말을 하다니. 읽고 쓰기는 꾸준히 하려는 거다. 그런 게 하나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생각하는 게 거기에서 거기여서 아쉽다. 자꾸 쓰고 생각하면 조금 달라질까. 남한테 별로 도움은 안 되겠지만 내 마음은 나아질 거다. 세상도 잘 보려 하겠지. 김소연처럼 나를 빼고 모든 것을 좋게 보기는 어렵겠지만.

 

 

 

희선

 

 

 

 

☆―

 

 그 선생님 앞에서 나는 농담을 잘하는 아이였다. 무슨 말을 하든 깔깔 웃어주었고 재미있다고 말해주셔서 나는 재미있는 아이가 될 수 있었다. 선생님 눈치를 살핀 적도 없고 불편해해본 적도 없었다. 선생님은 언제고 나를 아주 멋진 사람으로 여겨주었다. 나한테만 그러지 않고 모든 아이한테 그랬다. 그 선생님은 아직도 먼 발치 엄마처럼 등뒤에서 함께 사신다. 그 선생님 때문에 내가 남한테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살면서 많은 사람을 잃었고 서로 멀어졌다. 그런데도 남한테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낙관 하나가 아직도 내게 보존돼 있다.  (240쪽~2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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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0-03-25 01: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마음사전
오해는 실수로 알게된 상대의 진실
그게 아직도 얼얼하게 남아있어요 :-)

희선 2020-03-25 23:27   좋아요 0 | URL
오해를 멋지게 말했군요 정말 그런 일 있겠습니다 자기 멋대로 생각하면 안 되겠지만, 그걸 알면서도 자주 혼자 생각하고 마는군요 나중에 다른 걸 알게 되면 어쩐지 미안합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0-03-26 14: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저자의 책이 두 번째예요. 마음사전을 샀고 최근 이 책을 샀죠.
다 읽지는 못했어요. 완독이 앞으로의 과제...

희선 2020-03-27 23:37   좋아요 0 | URL
저는 두번째라 해도 첫번째는 거의 생각나지 않아요 자기만이 생각하는 말 뜻이 있다는 건 좋은 듯해요 그건 꼭 자기만 생각하는 건 아니기도 하겠습니다 다른 사람은 그걸 보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겠지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