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 - 제9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42
황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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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우리 모두는 나무들처럼 혼자야. 좋은 친구라면 서로에게 햇살이 되어 주고 바람이 되어 주면 돼. 독립된 나무로 잘 자라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  (156~157쪽)

 

 

 학교 다닐 때 나만 새학년으로 올라가는 게 힘든지 알았는데, 나 같은 아이가 많은가 보다. 아니 지금 더 많아진 것이거나,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 걸 지금은 크게 생각하는 걸지도. 요즘은 예전과 다르게 별거 아닌 일로 아이들이 한 아이를 괴롭히거나 따돌린다. 힘있는 아이가 누군가 한 아이를 찍으면 그 둘레에 있는 아이는 자신이 괴롭힘 당하지 않으려고 내키지 않는데도 찍힌 아이를 괴롭힌다. 혼자가 되지 않으려고 그러기도 하겠지. 누군가와 함께 다른 아이를 괴롭힌 적은 없지만 어렸을 때 나도 혼자 있기 싫어한 듯하다. 친한 친구는 없었는데 아이들과 함께 다니려고 했다. 어릴 때는 왜 그럴까. 학교도 작은 사회여서 그렇겠지. 남과 다르지 않게 보이려고. 지금 아이도 학교 친구 많이 생각하는 듯하다. 이 책을 보니.

 

 다현이는 중학교 2학년이다. 친구도 다 중학교 2학년이다. 다현이는 초등학생 때 따돌림 당한 적이 있다. 그때 일 때문인지 다현이는 누군가한테 미움받는 걸 무척 두렵게 여겼다. 초등학생 때 아이들한테 따돌림 당하는 다현이한테 설아가 먼저 말하고 세 친구도 소개했다. 그리고 다섯은 다섯손가락이라 했다. 다현이는 친구들한테 그렇게 솔직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거짓말 했다는 건 아니다. 친구가 자신을 싫어할까봐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고 친구한테 맞췄다. 그럴 때는 친구가 곁에 있겠지. 그런 관계는 그리 좋지 않은데. 다현이와 같은 반이 된 아람이는 다현이 짝이 된 은유를 싫어했다. 은유가 나쁜 아이여서 그랬을까. 아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은유가 아람이하고 친구가 되려고 하지 않아서였다. 그때 은유 마음은 별로였다. 하지만 그때가 지났다고 다시 친해지기는 어렵겠지. 그러면 그런가 보다 하면 될 텐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구나. 자신을 받아들여주지 않은 게 마음에 안 들면 자신만 그렇게 생각하면 될 텐데 다른 사람한테도 싫어하라고 강요하다니(다른 사람은 받아들이는데 자신만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괴롭다. 그런 마음 나도 좀 알지만). 옆에서 안 좋은 말을 듣고도 “맞아, 맞아.” 하는 것도 우습다.

 

 처음에 다현이가 아람이 병희 설아 미소 눈치를 보는 게 답답했다. 다현이는 그 친구들이 자신을 떠나지 않기를 바라고 이것저것 사 주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니 예전에 나도 그랬구나. 난 다현이 마음과는 조금 달랐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걸 친구한테 알려주고 싶어서 그랬다. 그런 걸 조금 부담스럽게 생각한 사람도 있는 듯하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관계, 그저 그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관계가 아주 없지 않겠지. 사람을 사귀다 보면 좋은 거나 맛있는 걸 나누고 싶지 않을까. 그건 괜찮겠지. 어쩌면 친구는 서로 부담을 주고받는 사이일지도 모르겠다. 다현이와 네 아이 사이는 건강하지 않았다. 누군가 한사람이 다른 아이를 보고 쟤 이상해 하면 모두 맞장구 치고 그러지 않으면 따돌린다니. 다현이는 마음속으로는 다르게 생각하면서도 네 아이 말에 맞장구 쳤다.

 

 좋지 않은 관계는 언젠가 깨어지고 만다. 네 아이가 다현이를 다섯손가락에서 뺐구나. 다현이 대신 예전에 밉상이라 하던 아이를 넣었다. 그러면 즐거울까. 초등학생 때도 다르지 않지만 중, 고등학생 때는 친구가 무척 중요하다. 따돌림 당하면 마음이 많이 아플 거다. 다현이가 다른 네 친구에서 떨어져 나왔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주 혼자는 아니었다. 다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아이도 있었다(그걸 보고는 소설이니 그렇지 했다). 은유는 혼자여도 괜찮다 여겼다. 하지만 한사람과 친해지고 싶지 않았다. 그 사람과 헤어지는 게 싫어서. 이 마음 모르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 은유가 다르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만나고 헤어지기를 되풀이한다고. 만나고 헤어졌다 다시 만날 수도 있지만 한사람이 죽으면 그럴 수 없겠지. 은유가 두렵게 여기는 건 다른 사람 죽음이다. 다현이는 아빠가 세상에 없지만, 여기 저기 있는 것 같다고 여긴다. 언젠가 은유도 세상을 떠난 엄마가 여기 저기 있다고 여기길. 다른 네 아이도 지금 그대로 자라지 않겠지. 그러기를 바란다.

 

 “평생 친구? (……) 그런데 나는 영원한 친구 이런 거 안 믿어. (176~177쪽)” 친구라고 영원한 건 아니구나. 난 아직도 그걸 바라고 그렇게 되지 않는 걸 아쉽게 생각한다. 언제쯤 난 그런 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사람은 다 혼자다. 혼자면서 함께 하기도 하겠지. 서로한테 안 좋은 영향을 미치기보다 조금이라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게 좋겠다. 자신한테 마음을 열지 않는 사람을 원망해봤자 자신만 괴롭다.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을 좋아할 수 없다. 자신을 좋게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자(나한테 하는 말이구나). 그전에 자신을 소중하게 여겨야겠구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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