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사망법안, 가결
가키야 미우 지음, 김난주 옮김 / 왼쪽주머니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사람은 어느 정도나 살면 ‘살만큼 살았다. 이제 죽어도 미련이 없다.’고 생각할까. 그게 일흔살은 아닐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일흔살이 된다고 모두 어른이고 자기대로 살까. 그것보다 나이를 더 먹어도 어린이 같은 사람은 많을 거다. 사람마다 다르니 그것도 개성이다 생각하면 나을지도 모르겠다. 나이를 먹었다는 것만으로 대접 받으려는 것도 별로다. 세상에는 그런 사람도 있다. 나이가 벼슬은 아닐 텐데. 이런 생각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만 살고 죽어야 한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걸까. 예전에는 오래 사는 걸 복으로 여겼는데, 지금은 저주로 여기지 않나 싶다. 이건 나이를 먹은 사람이 아니고 나이를 많이 먹지 않은 사람이 생각하는 거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는데, 어릴 때는 그걸 생각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다르지 않은가. 그래도 난 몇살까지 살아야 한다는 걸 법으로 정하는 건 반대다.

 

 책 제목은 ‘70세 사망법안, 가결’이다. 말 그대로 일흔살이 되면 한달 안에 죽어야 한다. 이 법은 앞으로 두해 뒤부터다. 일흔살이 넘은 많은 사람은 두해 뒤에 죽어야 한다. 그때 일흔살이 되는 사람도. 무슨 이런 법을 생각하고 찬성했는지 모르겠다. 예외는 왕족과 노벨상을 받은 사람 그리고 암 연구를 하는 사람이다. 암 연구를 해서 사람이 오래 살게 된 것이기도 한데, 충격스러운 법이기는 하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그건 오랫동안 시어머니 병 수발을 한 다카라다 도요코다. 책 제목을 보면 오래 사는 사람이 많아져서 생기는 문제만 말하는 것 같은데 꼭 그렇지는 않다. 어쩌면 그래서 책을 끝까지 본 것일지도.

 

 한국이나 일본은 비슷한 점이 많다. 시어머니 병 수발을 거의 며느리가 하는 것도. 정말 한국도 그럴까. 그런 거 별로 못 본 것 같다. 다른 일본 소설에서도 시어머니 병 수발을 며느리 혼자 했다. 아들이나 딸은 그걸 해야 한다 생각하지도 않았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부려 먹으면서도 고맙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고 그걸 당연하게 여겼다. 한국 시어머니는 어떨까. 이 소설은 한 식구를 중심으로 보여준다. 문제가 많은 집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다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다카라다 도요코는 시어머니 병 수발에 지쳤다. 딸한테 도와달라고 했더니 싫다면서 집을 나가 일을 했다. 아들은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일자리를 구했지만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고 그만두고 집에만 있다. 도요코는 아들 밥을 잘 챙겨줬다. 그런 건 자기가 챙겨먹게 해야지. 남편은 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되자 조금 일찍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 여행을 하겠다고 하고 떠난다.

 

 집에 아픈 사람이 있고 혼자만 돌봐야 한다면 무척 힘들 거다. 그건 집안 사람이 조금씩 나눠서 하면 좋을 텐데. 아들은 자기 방에만 있고 남편은 자기만 즐겁게 살려하고 시누이도 도움을 주지 않고 딸은 집에 없어서 도요코는 집을 나간다. 그렇게 마음 먹기도 쉽지 않았다. 도요코가 집을 나가고서야 집안 사람이 달라진다. 좀 더 일찍 그랬다면 좋았을 텐데. 70세 사망법안, 가결은 참 어두워 보이지만 소설은 어둡게 끝나지 않는다.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자는 거겠지. 한국도 나이 많은 사람이 늘고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더 많다. 가정이 잘 돌아가면 사회도 좀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집안 일이 힘들다는 것도 알고 여자뿐 아니라 남자도 집안 일을 해야 한다. 서로 돕고 살면 좋겠다.

 

 아픈 사람도 아프다고 다른 사람한테만 의지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하려고 해야 한다. 아프면 다 귀찮을지도 모르겠지만. 집안에만 있는 것보다 휠체어라도 타고 마당에라도 나가면 기분이 훨씬 좋을 거다. 나갈 마당이 없다면 동네 한바퀴 돌기. 병 수발은 한사람한테만 맡기면 안 된다. 병든 사회도 모두가 힘을 합해야 괜찮아지겠구나. 나이를 먹지 않는 사람은 없다. 나이를 잘 먹고 다른 사람한테 피해주지 않고 살려하면 낫겠지.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