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와 여행하는 남자
아시베 다쿠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세상에는 여러 가지를 찾으려는 사람이 있다. 무언가를 찾으려는 건 그게 자신하테 중요하고 기억에 남아서겠지. 어린시절이나 힘들 때 부모나 가까운 사람이 해줘서 먹은 먹을거리가 무엇인지 찾는 사람도 있던데. 사람한테 먹을거리는 중요하기는 하다. 먹을거리에는 좋은 기억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난 그런 게 없구나. 지금 난 찾고 싶은 것도 없다. 아니 쓸거리를 찾던가. 그건 내게 어떤 일을 할까. 난 딱히 어떤 비밀을 알고 싶지 않다. 글을 써서 자신이 알고 싶은 답을 찾으려는 사람도 있다. 그저 난 잠시 동안 기분이 좋기를 바라는 것일지도. 많은 사람이 알 것 같거나 본 적 있는 이야기를 써도 난 기분 좋다. 그건 다른 사람이 쓴 게 아닌 내가 쓴 거니까. 세상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을 텐데 난 그걸 잘 찾지 못하는구나. 그건 누가 찾아줄 수 있는 게 아니다. 난 내 힘으로 찾는 걸 더 좋아하는가 보다.

 

 이 책 제목을 봤을 때 읽은 적 없지만, 에도가와 란포 소설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가 생각났다. 그 소설 어떤 내용인지 모르는데. 그림을 가지고 여기저기 다니는 남자 이야기라고 할까. 그 사람은 왜 그림을 가지고 여기저기 다니는 건지. 이 책에서 ‘악보와 여행하는 남자’는 누군가 찾아달라고 하는 악보를 찾아주는 사람이다. 악보 찾는 탐정이라 해도 괜찮겠지. 이 사람은 자주 나오지 않고 수수께끼에 싸였는데, 악보를 찾아달라고 누군가 부탁하면 어디든 가서 찾는다. 어디든은 세계 곳곳이다. 소설은 여섯편 담겼고 배경은 저마다 다르다. 영국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루마니아 중국 프랑스다. 이 사람은 악보를 찾으러 여기저기 다녀서 좋을까. 조금 힘들겠다.

 

 소설 여섯편에는 거의 제2차 세계전쟁이 나오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증조고모할머니 비밀을 알려 하고, 어떤 사람은 우연히 자동 풍금에서 흘러나온 이류 작곡가가 쓴 대작 악보를 찾으려 하고, 어떤 사람은 벌써 죽었는데 그걸 모르고 다시 살아났을 때 들은 악보를 찾으려 하고, 나치를 도운 작곡가, 서태후가 쓰게 한 경극 악보, 암호를 담아 쓴 악보. 마지막은 악보가 아닌 사람을 찾아 그 사람한테 악보를 그리게 했다. 악보기는 하지만 음악과 얽힌 이야기라고 해도 괜찮겠다. 음악은 연주하면 사라지지만 악보는 그 음악을 써둔 거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를 언제부턴가 글로 남기기도 했는데. 옛날에 연주한 음악과 똑같지 않다 해도 악보를 보면 작곡가 마음을 조금은 알 수 있겠지.

 

 두번째 이야기 <잘츠부르크의 자동 풍금> 에 나온 노인은 이류 작곡가 알프레트 크리스테마이어였을까. 알프레트가 살았을 때는 곡을 머릿속에 그린 것처럼 쓰기 어려웠다. 피아노 건반이 예전에는 적었다. 알프레트는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곡을 썼는데 끝맺지 못했다. 시간이 흐른 다음에야 바람을 이뤘다. 지금보다 피아노 건반이 적었을 때는 알프레트뿐 아니라 다른 작곡가도 자기 마음에 드는 곡을 쓰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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