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은유 지음, 임진실 사진 / 돌베개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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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에 몰두하던 소년은

스크린도어 위의 시를 읽을 시간도

달려오는 열차를 피할 시간도 없었네.

 

갈색 가방 속 컵라면과

나무젓가락과 스텐수저

나는 절대 이렇게 말할 수 없으리.

“아니, 고작 그게 전부야?”

 

읽다 만 소설책, 쓰다 만 편지,

접다 만 종이학, 싸다만 선물은 없었네.

나는 절대 이렇게 말할 수 없으리.

“더 여유가 있었더라면 덜 위험한 일을 택했을지도.”

 

전지전능한 황금열쇠여.

어느 제복 주머니에 숨어 있든 당장 모습을 나타내렴.

나는 절대 이렇게 말할 수 없으리.

“이것 봐, 멀쩡하잖아, 결국 자기 잘못이라니까.”

 

갈가리 찢긴 소년의 졸업장과 계약서가

도시의 온 건물을 화산재처럼 뒤덮네.

나는 절대 이렇게 말할 수 없으리.

“아무렴, 직업엔 귀천이 없지, 없고말고.”

 

소년이여, 비좁고 차가운 암흑에서 얼른 빠져나오렴.

네 손은 문이 닫히기 전에도 홀로 적막했으니.

나는 절대 이렇게 말할 수 없으리.

“난 그에게 최대한 손을 뻗었다고.”

 

허튼 약속이 빼앗아 달아났던

네 미래를 다시 찾을 수만 있다면.

나는 절대 이렇게 말할 수 없으리.

“아아, 여기엔 이제 머리를 긁적이며 수줍게 웃는 소년은 없다네.”

 

자, 스크린도어를 뒤로하고 어서 달려가렴.

어머니와 아버지와 동생에게로 쌩쌩 달려가렴.

누군가 정말 큰 소리로 “저런!”하고 외쳐주세요!

우리가 지옥문을 깨부수고 소년을 와락 끌어안을 수 있도록.

 

-<갈색 가방이 있던 역*>, 심보선 (《오늘은 잘 모르겠어》, 129~131쪽)

 

 

*이 시는 비스와바 심보르스카의 시 <작은 풍선이 있는 정물>을 2016년 5월 28일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 죽은 열아홉살 소년을 생각하며 고쳐 쓴 것이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인문계학교뿐 아니라 실업계 고등학교도 있었다. 언제부턴가 실업계 고등학교라 할 수 있는 상고나 공고라는 말을 못 들어서 그런 학교 이제는 없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학교를 나오면 그런 데 관심 갖지 않으니 어쩔 수 없지. 이제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특성화고라 한다는 걸 알았다. 아주 없어진 게 아니었다. 공부를 못하면 실업계 같은 데 가서 기술을 배우고 빨리 돈을 벌라고 하기도 하는데 이 말도 사라지지 않았다.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술이라고 쉽게 익힐까. 기술은 이론보다 몸으로 익히는 게 더 빠르겠지만 이론도 알고 다른 공부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예전에는 서울에 있는 상고에 들어가는 거 어려웠다고도 하던데(경기 상고던가). 그런 학교는 얼마 안 될지도. 특성화고는 적성에 맞아야 할 것 같다. 그저 공부 못하거나 집이 가난하다고 가는 곳이 아니어야 할 텐데. 이런 건 중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데 중학교는 고등학교에 들어가지 못하는 아이가 없게 하려고 어디에나 가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한국 교육은 초등학교부터 바뀌어야 하는구나.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 구하기 힘든 요즘인데, 어디든 대학을 나와야 한다고 한다. 대학에 간다고 공부 싫어하는 사람이 할까. 내가 이런 거 말할 처지는 아니구나. 학교와 가정에서 공부나 일 돈 그런 걸 말하기보다 좀 다른 걸 말했으면 좋겠다. 공부에서는 마음 공부가 중요한데. 경제는 어릴 때부터 알아야 하다지만. 난 돈이 많으면 뭐 해, 하는 쪽이 되었다. 이것도 그렇게 괜찮은 건 아니겠다. 돈 많이 벌어봤자 쓸데없다 생각하고 좀 가난하면 어때 한다. 세상에 돈을 벌려는 사람만 있으면 안 좋을 거다. 지금은 한쪽만 생각하고 보는 사람이 더 많겠지. 돈 없으면 못사는 자본주의 사회니. 부모가 아이를 대학에 보내려는 것도 돈 많이 벌게 하려는 거구나. 특성화고는 어떨까. 특성화고는 대학에 가는 사람보다 일찍 돈을 벌 수 있다 할까. 특성화고에 갔다고 하면 낮잡아 보면서 돈을 번다고 하면 부러워한단다. 그게 그렇게 부러워할 일일까. 돈을 벌려면 일해야 한다. 왜 그건 생각하지 못하지.

 

 세상에는 바뀌어야 할 게 많지만 쉽게 바뀌지 않는구나. 회사 같은 데는 돈 덜 주고 사람한테 일을 시키려 하고 대졸과 고졸에 월급 차이를 둔다. 그러니 대학에 들어가려는 거겠다. 지금은 바뀌었지만 예전에는 특성화고는 3학년에 현장실습을 갔단다. 돈은 조금 주고 일은 많이 시켰다. 위험한 일을 하는데 한주 가르쳤다. 일이 익숙하지 않으면 잘 못할 수도 있을 텐데 아이한테 욕도 하다니. 나이를 먹으면 자신이 어렸을 때 일은 생각하지 못하기도 한다. 사람에 따라 작은 일도 크게 생각하기도 하는데. 회식도 갈 사람만 가면 될 텐데 가기 싫다고 하면 뭐라 하고 술을 억지로 먹인다. 왜 이런 건 바뀌지 않을까. 학교 군대도 그렇구나. 밑에 있다 위로 올라가면 바꾸려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윗세대가 한 걸 그대로 한다. 살기 좋은 세상이 됐다지만 그렇지도 않다. 마음이 여리면 그래가지고 어떻게 사느냐 하고. 난 맞서기보다 피하기로 했다. 그게 모르는 사람일 때는 이해하지만 가까운 사람일 때는 다르게 말할지도. 난 식구가 굴레가 되면 안 된다 생각한다. 안 맞으면 어쩔 수 없잖아. 그러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데. 이런 말을 하다니.

 

 텔레비전을 안 보니 뉴스도 안 본다. 인터넷 기사 같은 거라도 보면 좋겠지만 거기에도 그렇게 관심 갖지 않는다. 남의 뒷이야기는 그런가 보다 해도 다른 일에는 조금 관심가져야 할 텐데. 옛날에는 일하는 아이가 많았다. 지금은 별로 없겠지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돈 적게 주고 고등학생 아르바이트 쓰는 곳도 있겠다. 집이 가난해서 아르바이트하는 아이도 있겠지만 돈을 마음대로 쓰고 싶어서 하는 아이도 있을 것 같다. 따돌림 당하지 않으려고 하는 아이도 있겠구나. 어쩐지 슬프구나. 돈이 없어도 친구와 놀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이런 것보다 아르바이트 같은 비정규직이 일하는 환경이 좋아져야겠다. 아르바이트 비정규직을 생각하는 것도 바뀌어야 한다. 일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는 생각. 일하는 곳이 옛날보다는 나아졌겠지만 여전히 안 좋다. 기계는 오래되고 자꾸 고장 나는데도 돈을 아끼려고 바꾸지 않다니. 새 기계로 바꾸는 게 돈이 덜 들지 않을까. 기계가 고장나고 사고가 나면 큰돈이 들고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 그런 거 생각하는 사람보다 지금 바로 많은 돈을 벌려는 사람(회사)이 많을지도. 특성화고에서 현장실습을 갔다가 다치고 죽은 아이가 있었다. 제주도 생수 공장에서 사고가 났다는 말 들은 적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아이는 기계가 오래되고 자꾸 고장났는데도 일했다. 그러다 사고가 나고 죽었다. 그렇게 아이를 보낸 부모 마음은 어떨지. 책 앞에 있는 이름 김동준도 현장실습을 갔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동준이는 게임 프로그래머가 꿈이었다. 실습하러 간 곳은 햄과 소시지를 만드는 공장이었다. 왜 그런 델 갔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는데. CJ라는 이름 때문은 아니었을까 싶다. 동준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 무서워서였다. 선배가 때리고 그걸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죽인다고 하고 겁을 주었다. 동준이가 죽은 날 담임선생님이 공장에 와서 말하겠다고 했다. 동준이는 그 뒤 일어날 일이 무척 무서웠겠지. 엄마한테 회사에 가기 싫다고 했지만 가야 했다. 많은 사람이 힘들어도 참아야지 한다. 그걸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말이다. 동준이는 자신을 지켜줄 사람이 없다고 여기고 그런 결정을 했을 거다. 그냥 일하러 가지 말지 하는 생각이 드는데, 나도 그러지 못했을 거다. 난 아파도 학교에 가야 한다 생각하고 다녔다. 어쩌면 그렇게 바보 같을 수가. 동준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알려지자 사람들은 없는 이야기를 꾸며냈다. 집 안이 안 좋고 부모와 말하지 않고 어두운 성격일 거다고. 어떻게 그럴 수가. 동준이는 많이 여렸다. 좀더 살았다면 아주 달라지지는 않더라도 조금 괜찮았을 텐데. 나도 여전히 소심하고 바뀌지 않았구나.

 

 해마다 11월이 오면 대학수능시험을 말한다. 마치 한국에는 수능시험을 보는 학생만 있는 듯. 수능시험 보는 사람에는 고등학교 3학년이 많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고등학생이어도 시험 안 보는 아이도 많다. 나도 한국 고등학교 3학년은 수능시험 본다고 생각했을지도. 특성화고라고 해서 공부를 거의 안 해도 된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성화고에 가도 대학에 가려는 아이도 있을 거다. 노동인권은 특성화고 아이들 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회사는 그런 거 싫어하겠구나. 대학을 나왔든 고등학교를 나왔든 일을 처음 할 때는 노동인권 모른다. 거기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도 잘 모른다.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거다. 자신의 권리는 자신이 지켜야 하지만 그걸 지켜주려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일하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세상이 되면 좋을 텐데.

 

 

 

희선

 

 

 

 

☆―

 

 저는 제 아이한테도 그렇고 자라나는 다른 아이들한테도 이렇게 얘기해주고 싶어요. “싫으면 하지 마.” 넌 하기 싫은 것을 안 할 권리가 있어. 본래 있는 잣대로 널 재려고 하지 마. 그 자가 틀렸을 수도 있어. 다른 이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넌 자유롭게 네가 하고 싶은 걸 할 수도 있어. 때론 식구도 너 자신보다 중요하지 않아.”  (김동준 이모 강수정, 95쪽)

 

 

 한국에서는 돈 없는 사람은 살 가치가 없어요. 돈 없고 힘없는 사람을 위한 정책은 안 나와요. 왜? 정책을 만드는 사람은 다 힘있는 사람이에요.  (이민호 아버지 이상영, 1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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