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철도 분실물센터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나토리 사와코 지음, 이윤희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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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펭귄을 좋아하는 사람 많을까. 난 잘 모르겠다. 고양이나 개는 사람이 쉽게 기를 수 있어도 펭귄은 어렵지 않을까 싶다. 내가 많이 본 건 아니지만 펭귄 나오는 책 많은 것 같다. 펭귄은 그냥 동물인지 날지 못하는 새인지. 몇해 전에 <흰(백)곰 카페>라는 만화영화를 봤는데 거기에도 펭귄이 나왔다. 펭귄은 남극에 살고 흰곰은 북극에 사는데 같은 곳에 나오다니(펭귄은 더운 곳에도 조금 살던가). 만화영화니 그렇겠구나. 그 카페는 동물뿐 아니라 사람도 다녔던 것 같다. 꽤 건방진 황제펭귄이 흰곰이 하는 카페에 즐겨 다녔다. 새끼 펭귄도 나왔는데, 잿빛털에 싸여서 무척 귀여웠다. 펭귄을 보면 흰색과 검은색으로 겉이 매끈하다. 가까이에서 보면 그건 털이겠지. 흰곰 카페에 펭귄과 다른 동물이 하나 더 다녔는데 그게 뭐였지 했다. 이렇게 쓰다보니 생각났다. 조금 게으른 팬더 곰이었다. 실제 팬더는 무섭다는데 만화영화에 나온 팬더는 귀여웠다. 동물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별거 안 하고 놀았다. 만화영화는 정말 상상력이 뛰어나다. 그것도 원작은 만화였겠구나.

 

 예전에 이 책 제목을 보고 생각한 건 만화 같은 이야기였다. 펭귄이 사람한테 말하는. 책을 보니 환상이 아닌 진짜 세상이다. 펭귄은 사람 말 못한다. 그래도 전철 안에서 펭귄을 보면 무척 신기할 듯하다. 처음 펭귄을 본 사람은 아주 신기하게 여기지만 거기에 익숙한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 이야기는 전철에 두고 내린 물건을 야마코기타 여객철도 나미하마선 유실물 보관소로 찾으러 가는 거다. 역무원 모리야스 소헤이는 머리카락을 빨갛게 물들였다. 별난 느낌이 들지 않는가. 소헤이는 유실물 보관소라는 말이 어렵다고 생각해서 <분실물센터>라는 말을 쓴다. 한국 사람인 나도 이 말이 더 알아듣기 쉽다.

 

 펭귄과 머리카락을 빨간색으로 물들인 역무원. 분실물센터와 그 둘레도 참 신기하다. 바다가 보이고 거기에는 공장이 있다. 예전에는 공장에 다니는 사람만 거기로 가는 전철을 탔는데 지금은 일반 사람도 갈 수 있다. 가까운 곳에는 공원도 있다. 그런 곳 생각만 해도 참 조용하고 괜찮을 것 같다. 전철은 자주 다니지 않지만. 분실물센터는 숨어있는 듯하다. 벽과 잘 구별되지 않는 나무로 만든 미닫이 문을 열어야 분실물센터로 들어갈 수 있다. 그래도 그곳에 사람이 찾아온다니 어쩐지 신기하다. 첫번째 사람은 한해 동안 들고 다닌 고양이 유골단지를 찾으려 했다. 두번째 후쿠모리 겐은 고등학교에 들어가고는 학교에 다니지 않고 은둔형 외톨이로 살다 누군가 부탁해서 잠시 밖으로 나왔다가 부적으로 삼은 편지를 떨어뜨렸다. 세번째 사람 다이라 지에는 문구점에서 산 물건을 잃어버리고 분실물센터로 찾아간다. 네번째 사람은 아들이 소헤이라고 해서 모리야스 소헤이 아버지인가 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네번째 사람은 무언가를 잃어버렸다기보다 기억을 잊어버렸다.

 

 한사람 한사람 이야기가 나오다가 마지막에 하나로 모이기도 하는데 여기에 나오는 네번째 이야기도 그렇다. 그걸 보면 펭귄이 왜 분실불센터에 살게 되는지 알 수 있다. 펭귄은 분실물센터에 사는 게 무척 익숙하고 가끔 전철을 타고 어딘가에 다녀오기도 한다. 실제 그런 모습 보면 아주 귀엽겠다. 사람들이 전철에 두고 내린 건 물건이지만 찾는 건 마음인 듯하다. 고양이를 사랑한 마음, 용기를 내고 바깥으로 나와 사람과 이어지려는 마음, 다른 사람한테 떠밀려서 한 일이다 생각했지만 그건 자신이 결정했다는 걸 알게 되는 마음, 자신과는 다른 자식을 받아들이지 못해 미안한 마음과 그걸 잊어버린 일. 모두 따듯한 이야기다.

 

 펭귄도 나오고 잠깐이지만 고양이도 나온다. 펭귄이 사람들을 분실물센터로 이끈 건 아닐까. 펭귄이 알고 그런 건 아니겠지만 어쩐지 그렇게 보인다. 펭귄은 사람을 알아볼까. 일상과 동떨어진 동물이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정말 펭귄철도가 있다면 거기에 사람 많이 가겠다.

 

 

 

희선

 

 

 

 

☆―

 

 “내가 지금 있는 곳이 내가 있을 자리라 생각하는 게 마음이 홀가분하고, 마음으로 이어진 누군가를 소중히 여길 수 있게 되면 그 순간부터 혼자가 아니야.”  (169쪽)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나 사람을 부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부정 당하면 당한 쪽도 다시 어르신을 부정할 거예요. 교류는 거기서 끊겨요.”  (3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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