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커레이드 나이트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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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고 꾸준히 쓰고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여전히 힘들다. 이런 거 익숙해질 때도 있을까. 사실 요새는 엄청 쓰기 싫다. 이런 거 생각 안 하고 쓸 때가 있고 쓰기 싫은데도 억지로 쓸 때도 있다. 지금이 그때다. 이 책보다 먼저 본 몇권은 책 읽는 것부터 힘들었구나. 이 책 《매스커레이드 나이트》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작가가 되고 스물다섯해 된 기념으로 쓴 《매스커레이드 호텔》 그리고 《매스커레이드 이브》에서 이어진 거다. 매스커레이드라는 말 때문에 매스커레이드 시리즈라고 하는가 보다. 사실 호텔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얼마나 더 이야기로 쓸 수 있을까 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는 앞으로도 쓸 게 있을까.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이 나오고 잠깐 경찰이 나오는 건 어렵지 않겠지만, 형사인 닛타 고스케와 호텔에서 일하는 야마기시 나오미 두 사람을 다 나오게 하려면 어려울 듯하다. 다음 이야기가 나올지. 나오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호텔로 가게 됐다. 내가 별 걱정을 다 하는구나.

 

 앞에 나온 책을 보고 난 호텔에 가 본 적이 없다는 말을 했는데, 그건 여전하다. 갈 일이 없구나. 집에서 잠시 다른 곳으로 피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야마기시 나오미는 호텔 코르테시아도쿄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손님이 가면을 쓰면 그걸 그대로 받아들인다. 호텔에는 정말 이런 저런 사람이 올까. 나오미는 얼마전부터 다른 일을 맡았다. 컨시어지다. 이건 손님이 바라는 게 어떤 것이든 들어주는 거다. 호텔에 정말 그런 담당 있을까. 손님한테 ‘안 됩니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뭐든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 호텔은 돈 많이 들겠다. 호텔 코르테시아도쿄가 비싼 곳이기는 하다. 어떤 방은 며칠 묵는 데 백만 엔(한국 돈으로는 거의 천만원)이 넘기도 하다니. 호텔은 정말 나랑 멀구나. 그렇게 비싼 방만 있는 건 아니겠지만 나 같은 사람은 못 갈 듯하다. 돈 많은 사람이 가기에 쉽게 가면을 쓰는 것일지도. 사람은 누구나 가면을 쓰기는 하지만.

 

 어떤 맨션에 여자 시체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이름을 밝히지 않은 사람이 경찰한테 말했다. 그 말대로 가 보니 그곳에는 여성 시체가 있었다. 범인은 여자한테 수면제를 먹이고 감전시켜 죽였다. 얼마 뒤 여자 시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한 사람이 12월 31일에 호텔 코르테시아도쿄에서 열리는 파티에 범인이 나타난다고 한다. 경찰이 이런 걸 그냥 넘길 수는 없겠지. 그 말을 한 사람은 범인을 알면서 바로 말하지 않다니. 이것 때문에 또 닛타 고스케가 호텔리어로 변장한다. 전에는 나오미와 함께였는데 이번에는 다른 사람 우지하라와 함께 프런트를 맡았다. 우지하라는 나오미보다 더 깐깐했다.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고집 같은 게 있고 규칙은 꼭 지켜야 한다 생각했다. 우지하라는 아주 어려운 일이 아니어도 닛타가 못하게 했다. 우지하라는 손님은 웃는 얼굴로 대했지만 손님이 가면 감정이 사라진 얼굴이 되었다. 그렇게 쉽게 바꿀 수 있다니 참 대단하다.

 

 한해가 끝나고 새해를 맞이하는 12월 31일에 호텔 코르테시아도쿄에서는 밤 11시부터 파티를 열었다. 이름은 ‘매스커레이드 나이트’다. 거기에는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코스튬이다. 옷은 평범하게 입어도 가면을 써야 했다. 형사는 12월 28일부터 호텔에 오는 사람을 감시했다. 호텔에 갔는데 형사가 살인범을 잡으려고 변장하고 있다면 그렇게 기분 좋지 않겠다. 호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는 걸 눈치챈 사람도 있었다. 범인도 그걸 조금 알았다(이건 나중에 알았다). 쿠사카베라는 사람은 여자한테 프러포즈를 하려고 여러 가지를 나오미한테 부탁했다. 그리고 프러포즈를 받을 여자는 상대 마음을 다치지 않게 거절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한다. 이런 부탁이라니. 나오미는 잘 해 냈다. 부부가 온 것처럼 꾸미고 혼자 온 여자 나카네 미도리는 12월 31일이 남편이 태어난 날이라면서 사진을 보여주고 그 사진과 똑같은 케이크 모형을 만들어 달라고 한다. 나카네 미도리 이야기는 마음이 찡했는데. 결혼하기로 한 남자는 암으로 죽었다. 나카네 미도리는 호텔 코르테시아도쿄에서 모형 케이크로 남자가 태어난 날을 축하하고 싶었다.

 

 드디어 12월 31일이 다가왔다. 그날은 변장을 하고 온 손님도 많았다. 형사들은 어떻게 범인을 알아보나 한다. 그전에 죽임 당한 여자와 사귀었던 것 같은 사람을 알아냈다. 다 나오지는 않았지만 감시 카메라 영상을 본 사람도 많았겠지. 형사는 사람 얼굴이나 이름 잘 기억해야 할 것 같다. 형사를 하다보면 그렇게 될까.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이나 손님을 맞는 일을 하는 사람 가운데도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는 사람 많겠다. 가게 사람이 손님을 알아보면 그 손님은 기분 좋겠지. 호텔은 모두 다 그렇지는 않다. 기억한다는 걸 나타내도 괜찮은 사람과 모르는 척해야 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손님이 하는 말을 잘 듣지만 그걸 다 믿지는 않는 듯하다. 그럴 수도 있다니. 어쩐지 이 소설은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과 호텔에 오는 여러 사람을 보여주려는 듯하다. 그게 재미있게 보이기도 하고 어쩐지 씁쓸해 보이기도 한다. 어떤 호텔에서 좋은 일을 겪으면 또 거기에 찾아가기도 하겠지.

 

 범인은 뜻밖의 사람이다. 감쪽같이 속았다. 앞에서 좋은 이야기다 여긴 것도 물거품이 되었다(이것만 말해야겠구나). 사람은 모두 살면서 마음을 다친다. 그러면서 자라는 거겠지. 그게 안 좋게 비틀리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은 자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겠지. 자신이 이상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건 좀 나을지도. 이 세상에 누군가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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