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하루는 날씨가 아주 좋았어
파란 하늘에 드문드문 뜬 하얀색 구름
살살 부는 바람은 시원했어
비가 내린 뒤여서였을까
날씨가 좋아도 거의 생각한 적 없는데,
그날만은 그런 날씨가 늘 이어지면 좋겠다거나
어딘가에 저장해둘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날은 하루가 가는 게 조금 아쉬웠어
날씨가 좋다고 무언가를 하지도 않고
좋은 일도 없는데
왜 그게 이어지기를 바랐는지
곧 깨달았어
똑같지 않다 해도 날씨 좋은 날은 또 오리라고
날씨가 좋으면 좋은대로
안 좋으면 안 좋은대로
지내야지
좋은 일이 일어나면 많이 기뻐하고
안 좋은 일이 일어나면 그 시간이 가기를 기다려야 해
기쁨은 더 크게
슬픔과 괴로움은 더 작게
느끼기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