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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고마워 - 가속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낙관주의자의 안내서 ㅣ Nous 7
토머스 L. 프리드먼 지음, 장경덕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7월
평점 :
책을 읽을 때 관심 분야의 책이라면 두께가 무관하지만 자주 접하지 않는 분야일 경우 그 두께가 부담이 될 때가 있다. 토머스 프리드먼의 책들은 그런 경우다. 겉표지도 벗겨내면 붉은 정장이라 벽돌책이라는 느낌이 강해 처음부터 거리감이 생기는 건 그 높이와 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읽어봐야 할 내용이기에 마음을 다잡고 책을 읽어간다.
총 4부로 구성이 되는 책은 1부 '통찰을 위한 시간'이 프롤로그처럼 느껴진다. 글의 진행이 저자의 말이자 프롤로그의 인상을 준다. 분량도 전체 비율해 적은 편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1부에는 두 부분의 글이 기억에 남아 옮겨본다. 지금의 현실이자 내 현실과 연관이 있기에 남는 게 아닌가 싶다.
"지금은 누구나 물결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제 누구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것만으로도 역사를 만들 수 있지요." -도브 사이드먼(p.39)
자신의 가슴에서 우러나오지 않은 것은 결코 누군가의 가슴에 젖어들지 못할 것이다.(p.43)
2부에서 본격적인 내용이 시작된다. 제목이 곧 내용인 '가속의 시대' 돌아보면 처음 컴퓨터를 접하던 시절에 비해 근 30년 동안 많은 것이 변화되었음을 체감하게 된다. 글에서 마주하는 변화 보다 체감하는 변화로 인해 저자의 글에 반론을 하기 어렵다. VTR에 환호하고 비디오 게임기로 행복했던 시간도 오래된 과거의 추억일 뿐이다.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를 쓰다 3.5인치 디스켓에 놀라워 했고, CD로 변화에도 아쉬워 했던 시절이었는데 그 모든 것은 빠르게 압축되고 잊혀져 간다. 속도에 제대로 매달리기도 어려운 시대에 도태 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을 하게 된다.
클라우드에 대해서는 현재 내가 사용하는 부분이 정말 한정적임을 다시금 깨닫는 방대함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시발점에 2007년이라는 것도 놀랍다. 저자가 왜 슈퍼노바라고 불렀는지는 책을 읽어가면 동의를 하게 된다. 10년이 지나 많은 것이 변화되었지만 그때보다 많은 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내 현실을 비교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한숨만 나온다. 아무래도 현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3부에서는 '혁신의 시대'에 대해 다룬다. 마지막 4부는 1부가 프롤로그 같았듯 에필로그와 같은 느낌을 주며 마무리가 된다.
책을 읽으며 빠른 변화에 뒤처지지 않으려 방황했던 것은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변화의 속도가 받아들이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기에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책의 제목을 '늦어서 고마워'로 정한 이유는 가장 중요하다 생각된다. 속도에 정신을 못차리기 보다는 잠시 편승한 속도에서 벗어난 순간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의 제목과 전체를 꿰뚫는 핵심은 1부에 나오는 저자의 친구이자 스승이라는 도브 사이드먼의 가장 중요한 건 '당신이 멈춘 사이 무엇을 하느냐는 것'이라는 말이었음을 생각하게 된다. 속도에 따라가려 발버둥치기 보다는 잠시 그 속도에서 벗어나 세상을 보고, 랠프 월도 에머슨의 말처럼 '멈출 때마다 나는 듣네'를 실천할 수 있는 삶. 빠른 변화의 시대에 살아가며 소외감을 느끼는 내게도 큰 조언이 되어줄 내용이 아니었나 싶다.
꽤 두꺼웠으나 1부만 읽어도 좋은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빠르게 읽기 보다는 여유 있게 읽어보자. 안 된다면 1부라도 읽어본다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라 전하며 글을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