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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사유의 시선 - 우리가 꿈꾸는 시대를 위한 철학의 힘
최진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올해 들어와 가장 기대되던 책 중 한 권이다. 저자의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을 인상 깊게 읽고 소장 중이다. 과거 어느 독서토론 모임에서 『도덕경』을 선택했을 때 읽었던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도 좋았다. 오강남 선생의 『도덕경』을 소장 중이라 한 번 읽어본 일로 끝났으나 다시 도덕경을 접하게 될 경우 저자의 책으로 읽어보며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과 함께 읽어볼 계획이다.
표지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저자가 5강을 각각 분류한 한자들을 꿰뚫는 노란 글씨. 요즘 눈이 안 좋아 확 들어오지는 않으나 목차에 나오는 각 부분의 주제 텍스트를 적고 있어 독특했다.
책은 저자 서문에서도 밝히듯 건명원(建明苑)에서 했던 철학 강의를 묶은 책이다. 건명원에 대해서는 이미 다른 책들에서 종종 접했지만 직접 가서 강의를 들어본적은 없다. 그러나 그곳이 인문학 교육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생각은 다른 책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책을 처음 읽을 때 '탁월한 사유의 시선'이란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했다. 저자의 노자 관련 책들을 읽었기에 이 책도 그런 분야라 생각했으나 오산이었다. 자신만의 철학을 가질 수 있는 생각을 이끌어 주는 책이었다. 그동안 다른 이들의 생각만 받아오던 책과는 다르다는 것을 서문을 통해 알고 읽기 시작한다.
책은 총5강으로 되어 있다. 1~4강까지는 세부적으로 4부분으로 나눠지고, 마지막 5강은 두 부분으로 분류되어 구성된다.
1강에서 배우는 '부정否定 : 버리다' 명, 패를 거쳐 복으로 향하는 흐름. 우리 나라가 거치지 않은 과정이지 않은가 싶다. 그래서 여전히 흔들리는 게 아닌가 싶다. 일제 강점기 시절 외국의 도움 없이 자체적 독립이었다면 보다 나았을텐데 그 부분이 지금과 같은 현실을 만든 원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중국의 예를 들어 그들이 어떻게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사고를 버리고, 지금처럼 다시 강대국으로 설 수 있었는지 보여준다. 조건이 달랐다고 할 수 있으나 생각을 해봐야 할 내용이다. 저자가 말하는 우리 상태가 중국 역사 발전 단계에 비유한 부분에 공감이 가는 건 씁쓸하지만 인정을 해야 부정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2강 '선도先導 : 이끌다'에서는 앞서 1강에서 저자가 말한 어느 도사의 전언 "철학은 국가 발전의 기초다."와 함께 시작하며 첫 부분은 '질문'의 힘을 내면화하는 시민의식으로 마무리 한다. 두 번째 부분에서 말하는 연주자와 음악가 예술가의 차이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된다.
세 번째 부분에서 다루는 내용과 글을 통해 『임제어록』의 '살불살조(殺佛殺祖)-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도 여기서 다루는 뜻이 아닌가 싶었다. 결국 깨어나기 위한 일. 깨달음도 철학적 사고가 보다 더 높아진다는 일임을 이미 깨달은 자들은 말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나를 위한 삶' 보다 '타자를 위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를 떠올리게 된다. 나에 집중하기에 괴테는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고 했던게 아닐까 싶다. 이끌기 위한 삶을 위해 벗어나려 하고 발버둥 치고, 꿈을 꾸는 게 아닐까?
3강 '독립獨立 : 홀로 서다' 첫 부분에서는 어떻게 신화의 시대에서 철학의 시대로 넘어 왔는지, 탈레스와 공자 등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내 예민함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 조금 더 나아가려 했던 생각들이 과거 경험에 의해 막혀버렸던 일들이 떠오른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러나 그 벗어남에서 새로운 발상과 세계가 나옴을 알 수 있다. 그러기 위한 '단절'은 독립성 확보에 필요함을 알 수 있다.
한 호기심 하지만 익숙해지면 다른 새로운 것으로 눈을 돌리는 나를 떠올려 본다. 그러나 한 번 몰입 할 때는 집요한 모습도 공존하기에 책에서 만나는 조언을 떠올려 봐야겠다. 『노자한비열전』의 일화는 어쩌면 지금 내가 추구하는 삶 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후일의 계획이 더 먼저 다가오는 이유가 그런 삶을 지향하는 내 무의식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안정 보다 너머를 추구하는 삶'에 대해 더 생각을 해야겠다.
4강 '진인眞人 : 참된 나를 찾다'에서는 자기살해 후 새로운 '나'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기존의 가치를 부정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나아가는 일이 그러한 것이 아닌지 생각을 해본다. 이 또한 책에서 말하는 훈고적인지도 모르겠다. '흔들리는 불안을 자초해야 합니다'라는 4강의 문장이 틈을 노리고 훅을 날리는 기분이다.
마지막 5강 '문답問答 : 공유하다'에서는 인터뷰에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이뤄진다. 전반적인 강의 내용을 토대로 하는 질문과 대답이 주를 이루며 책은 마무리 된다.
그동안 철학적으로 성장하고 싶어 철학 도서들을 봐왔다. 돌아보면 내 오독이 저자가 원했던 방향으로 갔는지도 모르겠다. 받아들이기 위주였으나 다르게 생각을 해보려 하고, 다른 이들의 철학을 까먹으며 내 멋대로 보려 했던 부분이 일부는 맞았는지도 모르겠다.
철학 도서들은 대부분 사상가의 사상을 받아들이기 위해 읽었던 게 대부분이었지만 이 책은 어떻게 철학적 사유를 할지에 대해 더 나은 시선을 제시한다. 그동안 읽은 철학 서적들과 다른 의미에서 보다 내 생각을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책이라 말하고 싶다. 자기만의 생각이 없고, 타인에 의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 전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