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가 체 게바라... 혁명이라는 단어와 나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체 게바라의 평전도 아직 읽어보지 않은 내게 이 책의 의미는 혁명가 체를 알아가는 것보다 시를 사랑하던 혁명가를 알아가는 방법이었다(그러나 여전히 그에 대해 아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다). 그 동안 체 게바라의 평전을 읽지도 않던 내게 이 책은 그에게 다가가는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해준 것 같다. '체'와 '나'의 공통 관심사인 '詩'가 바로 그것이다. 그렇기에 난 체 게바라의 마지막 시기를 그가 아프리카에서 구입한 노트에 필사한 시들을 통해 그리고 저자의 글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보여주기 위한 혁명가의 모습이 아닌 말 그대로 민중을 위한 위대한 혁명가의 모습을 이 책에서 종종 엿볼 수 있었고, 그가 필사한 시인들의 시를 통해서 그는 자신의 심정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었으며 빠른 이동을 위해 배낭을 가볍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신이 직접 손으로 써 엮은 애송 모음시집이 만들어진 것이다. 처음 이 책을 접하고 속으로 '뭐야? 시는 별로 안 보이는데...'라는 생각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그의 마지막 녹색 노트에 필사된 몇 편의 시들과 함께 그의 마지막 모습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읽는 것이야 말로 필사된 시들만을 읽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전장 속에서도 피곤에 지친 몸을 이끌고 지친 행군을 하는 '체'의 부대를 생각하며 그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정말 정신력으로 버틴다는 말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해주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생각한 다른 것들은 이 책의 디자인이 손에 딱 들어오는 작은 다이어리 같아 '체'가 마지막까지 가지고 다닌 배낭에 들어있던 그 노트의 모습을 상상하게 해줬으며, '홀쭉한 배낭'이라는 제목을 보면서 과연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 끝까지 가져가야 할 것은 무엇이며 부피만 크고 그 내실이 부실한 것들을 가지는 욕심에 대해 반성을 해보기도 했다.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비현실적 환상에 빠진 돈키호테...체 게바라는 풍차가 아닌 현실의 부당함에 돌진하는 깨어 있는 정신의 돈키호테가 아니었나 싶다. 그렇기에 그의 정신은 여전히 살아 세계적으로 숨쉬고 있는 것이 아닐까?-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