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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내가 잊고 있던 단 한 사람
정채봉 지음 / 이미지앤노블(코리아하우스콘텐츠) / 2009년 5월
평점 :
아동문학가 정채봉 선생님
그분의 작품들을 보면서 '한 번 뵙고 싶은 분이다.' 라고 생각했지만 안타깝게도 몇십년만의 폭설이라던 내가 전방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던 2001년 1월 세상을 떠나셨고, 난 그분의 부고를 부대에서 볼 수 있던 샘터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해 그렇게 눈이 많이 내린 이유가 바로 그분의 마지막 길을 더 하얗게 꾸며주려 한 것이었을까?
이 책은 정채봉 선생님의 따님이자 동화작가인 정리태 작가가 직접 엄선한 책이라고 한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아버지의 삶을 보았고 마지막을 지켰고 이제는 아버지가 가신 길을 걷고 있는 딸이 뽑은 작품이라 선생의 마음을 잘 표현한 작품들처럼 느껴졌고 또 그렇게 내 마음으로 다가왔다.
특히 가장 눈에 들어오던 글들은 선생께서 병원에서 겪은 일들을 쓰신 글들이었는데 작가는 수술대로 가는 순간의 상황들도 기억해 두었다가 작품으로 승화 시킨다는 것을 말이다. 그 이야기를 쓴 시를 같이 써본다.
신발
이른 아침에
수술실로 향하는 밀차에 누워
창가에 어른거리는 햇살을 보고 있었다
곁에는 어린 딸이 어디 소풍이라도 가는 양
졸졸 내 뒤를 따르고 있었다
내가 금방 수술을 마치고 나와
신발을 찾을 줄 알고
그 단풍잎 같은 손에 슬리퍼 한 짝을 들고 있었다
아빠는 한동안 신발을 신을 필요가 없을 거예요
빨리 갖다 두고 와요
나는 여전히 밀차에 누운 채
수술실로 가는 복도 한켠에 잠시 멈추어 서서
간호사가 딸에게 하는 말을 들었다
급한 걸음으로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딸이 내 곁을 떠나가자
나는 마음속으로 고요히 되뇌어 보았다
어쩌면
영원히 신발을 신을 수 없게 될지도 몰라
'나'이기에 너그러울 수 있으며 '나'이기에 용서할 수 있는 사람들 하지만 그 '나'가 과연 내가 맞는지 가끔은 나조차 모르는 나의 모습은 아닌가를 생각하게 될 때가 있는데 이 책은 그런 '나'를 돌아보며 살아가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쉽고 좋은 글들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고 하던가, 정채봉 선생은 이미 우리 곁에 없으시지만 그분의 작품은 지금도 책을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있는게 아닐까?
내가 잊고 있던 '나'를 바라보게 만드는 이 책 故정채봉 선생의 숨결과 딸 정리태 작가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는 이 책이 읽는 사람들에게 그 사랑을 전달해주는 것은 아닐까?-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