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뎐
김점선 지음 / 시작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지난 3월 암으로 세상을 떠난 화가 故 김점선

나는 내 아지트인 홍대의 북카페 작업실에서 그녀의 책들을 접하며 독특한 세계관의 화가 김점선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책들을 보면서 그녀의 삶에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내 어머니 보다 한 살 더 많은 그녀의 독특한 사고방식에 흥미를 느끼며 그녀의 책들을 읽어갔다.
그리고 유작이 된 그녀의 자서전이라 불리는 '점선뎐'을 만나며 그녀가 엄청난 독서가임을 알게되었다.
나 나름 취미에 '독서'라고 써넣었지만 유명한 독서가를 못 알아봤다는 것에 내 무지를 들어냄과 동시에 요즘들에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인생은 짧고 읽을 책은 많다'라는 나만의 말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들었다.

'점선뎐'
말 그대로 그녀의 자서전이다. 타인들이 쓰는 평전보다 더더욱 진솔하고 저자가 김점선이기에 더욱 솔찍 발랄했다.
그 세대의 여성으로는 엄청난 장신인 170의 신장에 외모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여성에게 결혼이란 선배의 한 마디는 자연스럽게 앞으로 자신이 살아야 할 예술가의 삶을 보여준 것이었다.

  "당신들 결혼하시오! 당신들 지금까지는 그런 대로 봐줄 수 있었소! 하지만 이따위 식으로 살아간다면 나는 곧 구역질을 할 거요! 당신들 중에 돈 벌어서 물감 산 사람 있소? 자기 배를 자신이 번 돈으로 채운 사람이 있소? 누굴 위해 언 물에 손을 넣고 빨래하는 사람이 있소?……예술은 당신들처럼 그런 식으로 하는게 아니오. 지금까지는 순수하고 진지하고 탐구적인 점만으로도 버틸 수 있어지만 그것만으로 예술이 되는 게 아니오. 결혼하시오. 그리고 아기를 낳고 기저귀를 빨기 위해 얼음물에 손을 넣고, 시장에 가서 콩나물 백 원어치를 사면서 어떻게 더 많이 받을 수 없을까를 생각하며 부들부들 떨어보시오. 그런 연후에야 예술이라는 게 될지 말지요……."

 그는 선배의 작업실에서 노래를 잘 부르는 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기로 하고 집에는 일언반구 말도 없이 결혼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녀에게 사회에서 보여주는 행사들은 모든 것이 거추장 스러운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입학식, 졸업식은 가지도 않았고(특히, 자신의 졸업식 때는 같은 날 졸업식을 하는 친구의 학교 졸업식에 참석했다), 아들의 결혼식에도 신랑부모석에는 시누이 부부를 앉혀 놓고 자신은 반바지 차림으로 하객석에 앉아있었다고 한다.  

 암이 걸린 다음에야 겉과 속이 모두 한결 같다는 그녀의 말은 가슴을 찡하게 하면서도 겉과 속이 다르게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한 마디를 하는 것 같아 좀 찔리기도 했다.  
 이런 솔직한 모습들이 자신을 과장하기 보다는 정말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자서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표현하는 김점선식 표현법이 아니었을까? 
 두꺼운 책이지만 짤막하게 제목들로 이루어진 이 책들을 보면서 웃을 수 있었고, 예술가로서의 독특한 세계관을 드러내는 모습으로도 보였고, 그런 작가의 모습에 대해서 나 자신을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게 해준 것 같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작가의 명복을 빌며, 김점선이란 화가이며 작가를 책으로나마 알 수 있었던 행운을 고맙게 생각한다.-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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