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 (50주년 기념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 / 을유문화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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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출퇴근길을 반복하는 이들과 멍하니 스마트폰 화면만 넘기는 모습들을 종종 보게 된다. 그런 모습들을 보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저들과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렇게 시간과 에너지를 쏟으며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는 걸까. 서로 조금 더 나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혹은 조금 더 안정적인 내일을 만들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이 때로는 꽤나 피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 내 이름표를 단 무언가를 세상에 남기고 싶고, 팍팍한 현실에서 나를 지켜줄 자산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고 싶다는 욕망. 하지만 뭔가 풀릴 듯하면서도 뜻대로 흐르진 않은 삶의 연속이었다. 어쩌면 그러한 부족함을 채우고자 하는 노력이 지금까지의 나를 움직여온 힘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복잡한 마음을 안고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다시 펼쳐 들었다.


  책이 던지는 이야기는 생각보다 단순하고, 그래서 오히려 서늘했다. 우리는 유전자를 운반하고 복제하기 위한 존재라는 것. 내가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한다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내 몸속 유전자가 자기 복제본을 널리 퍼뜨리기 위해 만들어낸 결과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DNA와 염색체가 단순히 몸을 구성하는 부품이나 설계도가 아니라, 나라는 인간의 행동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낯설었다. 내 삶의 주도권이 온전히 내게 있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 앞에서는 한동안 책장을 쉽게 넘기기 어려웠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고, 때로는 내 몫을 챙기기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했던 그 모든 감정과 행동들.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일상적인 모습들조차 생존과 번식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해석하게 된다.

  특히, 부모가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행동마저도 결국 자신의 유전자를 공유하는 개체를 살아남게 하기 위한 전략으로 설명되는 부분에서는 묘한 허탈감도 느껴진다. 나와는 거리가 먼 진화생물학자들의 이야기라고 밀어내고 싶다가도 주변 사람들의 행동을 돌아보고, 때로는 나 자신에게서 발견되는 이기적인 모습을 생각해 보면 저자의 통찰에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사실 이 책은 과거에도 한 번 과제를 위해 오독했던 책이다. 그때는 너무 급하게 읽고 쉽게 글을 썼는데, 추후 타인을 통해 내가 책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얼굴이 화끈거리기까지 했다.

  책 중반을 넘어가면서 문득 내가 꾸준히 하고 있는 블로그와 콘텐츠 제작에 대한 생각도 떠올랐다. 유전자가 생물학적인 복제를 통해 살아남으려 한다면, 인간은 '밈(Meme)'이라는 문화적 유전자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남긴다는 이야기 때문이다.

  내가 자산화를 꿈꾸며 글을 쓰고, 누군가에게 내 경험과 지식을 전달하려고 애쓰는 일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일이나 자기만족이라고 생각했던 행동이 어쩌면 내 육체가 사라진 뒤에도 나라는 사람의 생각과 흔적을 누군가의 머릿속에 남기고 싶은 또 다른 생존의 방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과거에는 온라인에 내 지식과 경험을 기록하는 일이 그저 소소한 수익화 정도로만 느껴졌다. 지금도 엄청난 자동화 수익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만드는 콘텐츠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결국 나 역시 나만의 '밈'을 만들어 세상에 남기고 싶은 사람이었던 것은 아닐까.

  책을 덮고 나니 내가 살아가는 팍팍한 일상도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보인다. 여전히 눈앞의 현실적인 문제에 치여 살아가겠지만, 적어도 내가 왜 끊임없이 무언가를 남기려고 하는지 그 근원적인 갈증의 이유는 조금 알 것 같다.

  유전자의 맹목적인 복제 기계로 태어났을지언정, 그것을 인식하고 거기에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이라는 생각도 오래 남는다. 그렇다면 나 역시 유전자에 끌려다니는 수동적인 존재로만 살아가기보다는 내가 가진 생각과 경험을 나만의 방식으로 다듬어 세상에 남겨보고 싶다.


  약 22년 전에는 제대로 읽지 못하고 덮었던 책을 50주년 기념판으로 다시 펼쳤다. 같은 책을 다시 읽었지만 그때와 지금의 나는 분명 달라져 있었다. 어쩌면 책이 달라진 것보다 내가 살아온 시간이 달라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독서는 단순히 『이기적 유전자』라는 오래된 과학책을 다시 읽은 경험에 그치지 않았다. 내가 무엇을 위해 무언가를 남기려 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남기며 살아가고 싶은지를 스스로에게 다시 묻게 한 시간이었다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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