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대화 - 그리스도교 관상의 길
토머스 키팅 지음, 이청준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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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가톨릭 신앙을 갖게 된 후 본당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20대부터 40대 초반까지 달려온 시간을 돌아본다. 제 삶의 궤적은 늘 신앙과 함께였으나, 영성적으로 가장 깊이 다가갔던 시기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는 관상기도도 나름대로 잘 되었고,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는 않아도 안정적인 직장이 있었기에 신앙생활에 오롯이 몰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30대에 접어들면서 직장 생활에 부침이 생기기 시작했고, 신앙의 중심은 기도보다 외적인 단체 활동으로 기울어졌다. 봉사를 위해 공부하고 여러 연수에 참가하며 겉으로는 열심을 냈지만, 정작 관상기도에 몰입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졌다. 결국 재작년, 모든 단체 활동을 내려놓고 홀로 미사를 드리거나 다른 본당에서 청년 성서 모임만 이어가는 선택을 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접하게 된 토마스 키팅 신부의 『침묵의 대화』는 내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불안정한 생활 속에서도 나를 다시 관상의 길로 인도해 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실제로 책을 읽으며 키팅 신부가 말하는 관상 기도의 본질이 단순한 수행이나 업적이 아니라는 점을 깊이 깨달았다. 그는 관상 기도를 통해 내면의 소음과 '거짓 자아'를 내려놓고, 하느님 앞에서 진정한 자유와 신뢰를 배우는 길을 제시한다.

  책은 관상 기도를 심리학적 통찰과 현대적 언어로 풀어내어 오늘날의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거짓 자아’라는 개념은 내 삶을 뼈아프게 돌아보게 만들었다. 직장 문제와 단체 활동에 매달리며, 어쩌면 나는 내 안의 소음에 더 집중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겉으로는 성실한 신앙인처럼 보였을지라도, 내면 깊은 곳에서는 하느님과의 진정한 대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었던 것이다.

  『침묵의 대화』는 나에게 기도의 본질을 다시금 상기시켜 주었다. 기도는 무엇을 성취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하느님 앞에 서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라는 사실이다. 키팅 신부는 관상 기도를 통해 욕구와 통제 구조를 내려놓고 하느님께 자신을 완전히 맡기는 법을 배우라고 권한다. 이 메시지는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처방전 같았다.

  가장 크게 와닿은 부분은 ‘침묵 속에서 하느님과의 대화가 이루어진다’는 대목이다. 나는 늘 기도할 때 말을 많이 하려 했다. 청원, 감사, 중보… 하지만 침묵 속에서 하느님께 마음을 열어두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대화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관상기도가 잘 되던 시절에는 그 침묵이 자연스럽게 찾아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침묵이 두려워 오히려 그것을 피하며 살아왔음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은 단순한 이론서가 아니라 실천적인 안내서다. 읽는 내내 ‘이제 다시 시작해 볼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었다. 단체 활동을 내려놓고 혼자 미사에 참여하며 느끼는 최근의 평화로움이, 이 책을 통해 관상기도의 길로 다시 이어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게 된다.

  『침묵의 대화』는 초판 이후 28년 만에 새로운 번역과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고 한다.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고전답게 현대 가톨릭 영성의 정수를 잘 담아내고 있다. 새롭게 번역된 문장은 저자의 사유를 더 자연스럽게 전달하며, 책의 구성 또한 독자의 영적 여정을 돕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다.

  책을 덮으며 다시금 신앙생활의 핵심을 짚어본다. 단체 활동이나 외적인 성취가 아니라, 내면 깊은 곳에서 하느님과의 관계를 새롭게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신앙의 본질일 것이다. 『침묵의 대화』는 단순한 독서 경험을 넘어, 삶 속에서 침묵과 기도를 실천하며 하느님과 다시 연결되도록 이끄는 든든한 영적 안내서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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