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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하는 인간의 태도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동규 옮김 / 쌤앤파커스 / 2026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최초의 과학자 아낙시만드로스. 나름 세계사를 좋아했지만 처음 듣는 이름이다. 내가 아는 가장 오래된 과학자로는 과학보다는 철학자로 더 유명한 아리스토텔레스나 유레카 하면 떠오르는 아르키메데스였다. 하지만 이 사람은 그보다도 250년 정도 전에 살았던 사람이었다.
그가 왜 최초의 과학자로 불리는지는 프롤로그를 읽으면 이해가 간다.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이 우주 공간에 떨어지지 않고 떠 있는 돌이라 생각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다른 사람이었음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우리야 어린 시절부터 학습을 통해 배웠기에 알 수 있었으나 과거 다양한 학설들 가운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는지는 궁금할 뿐이다. 그런 궁금증과 호기심에 이 책을 읽게 됐다.
책을 읽으며 당시의 천문학이나 문학적인 요소들을 둘러본다. 중국은 천문학이 17세기까지만 해도 서양에 못 미쳤다는 사실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도 조선은 세종대왕 시절에 역법이 많이 발달했다는 자부심을 갖는 것도 잠시... 그러나 그런 역법이 과학에 큰 역할을 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나마 과학적으로 무기들이 발달한 것은 현대로 이어지는 기술의 유전자라 할 수 있을까? 아낙시만드로스가 태어나 자란 밀레토스가 정치나 문화, 경제적인 부분들이 그 사람의 사고에 영향을 주었기에 과학적 사고 혁명은 시작된 것 같았다.
두 번째 장을 통해 아낙시만드로스의 문헌과 사상에 파편을 약간 엿볼 수 있다. 워낙 오래전 시대였고, 그의 문헌이 온전히 전해지는 것이 아니기에 수수께끼처럼 전해지지만 그의 자연주의 관점을 도입한 방법론으로 인해 평가가 달라지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이어지는 장을 읽으며 어떻게 아낙시만드로스는 물의 순환 과정을 간파한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다음 장에서 그동안 생각했던 편견에 대한 팩폭이 이뤄진다 이미 아리스토텔레스 시대의 그리스에서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었다니... 콜럼버스 대서양 횡단 계획의 반대 사유로 나오는 네이 이전에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은 처음부터 지구가 둥글다고 말하며 시작한다는 말은 주입식 교육이 익숙한 내가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게으름을 돌아본다. 이 장 마지막에 아낙시만드로스에 대한 찰스 칸과 칼 포머의 말에 이의를 제기하긴 어려울 듯하다.
단 하나의 근원을 찾고 스승에게 반항으로 아낙시만드로스는 자신의 사상을 굳혀간 것 같다. 동양의 가르침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부분이었기에 동서양 과학의 발달에 차이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에 대한 생각은 수긍할 수 있을 듯하다. 나 역시도 주입식 교육이 익숙했기에 내가 옳다 해도 그 의견을 함부로 표현하지 못하던 학창 시절을 보내왔던 것 같다. 그런 시기를 겪은 후에 깨달음은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것 같았다. 7장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교훈도 크게 보면 앞장의 내용에 이어지는 글 같았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될 것인지 공포를 극복하고 우물 밖으로 과감히 나갈 수 있을지...
여덟 번째 장 마지막 부분에 '과학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험'이라는 말을 이제는 알 것 같다. 과거에는 맞다고 생각했던 논문들이 현재는 오류를 찾아 새로운 검증을 도출하게 된다. 그런 것들이 반복되며 더 보완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긴 어려울 것이다. 마지막 부분으로 오며 종교와 이성적 사고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전쟁도 어떻게 보면 전혀 연관이 없다 볼 수는 없을지 모르겠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걸쳐 있지만 책에 나오는 다음 문장에 나 역시 동의한다. "나는 불확실성을 기꺼이 인정한다."(p.259)
책을 읽으며 과학하는 인간의 태도와 최초의 과학자라 불리는 아낙시만드로스에 대해 알게 된다. 이 책이 일반적인 과학 책이었다면 머리가 아팠겠지만 이야기 형식의 인문서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기존에 내가 알았던 잘못된 오류들에 대해서도 바로잡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여전히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기에 더 알아갈 시간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아직 경험하지 않은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약간의 두려움은 나를 더 성장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키워주게 한다. 어쩌면 과학하는 인간의 태도가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편협하고 틀에 박힌 사고에서 벗어나는 한 걸음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자세가 아닐까 생각하며 리뷰를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