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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가 알려주는 증명의 함정 - 팩트가 통하지 않는 시대, 진실을 가려내는 과학적 방법
애덤 쿠차르스키 지음, 고호관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6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학창 시절 그 많은 수포자 중 한 사람이다. 사실 제목을 보고는 걱정이 앞섰지만 요즘 같은 과잉 정보의 시대 가짜 뉴스 때문에 팩트 체크를 신경 쓰는 내게 끌리는 내용을 담은 것 같아 읽게 됐다. 걱정처럼 많은 수식을 만나지 않았기에 '수학'이라는 단어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었다.
책은 '유클리드에서 독립선언까지, 국가적 공리의 균열', '논리가 수학적 괴물을 만들다', '죄인 100명 vs 무고한 한 명, 정의의 거울은 어디로 기우는가?', '차 시음과 맥주 양조, 우연이 낳은 통계의 규칙', '패러다임이 흔들릴 때, 불확실성의 과학', '거짓의 사다리, 반복이 진실이 되는 순간', '기계의 증명, 설명 없는 정답을 믿을 수 있을까?', '불확실성 속에서 얼마나 손해를 감수할 것인가' 총 8장으로 구성된다.
1장을 읽으며 유클리드의 기하학이 나오는가 걱정을 했지만 링컨이 어떻게 그렇게 논리력을 키울 수 있는 근거를 유클리드에서 찾았다는 게 남달랐다. 수학이라는 과목을 우리도 시험을 위해 접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논리적인 근거로 활용을 하며 더 친근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닌지도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다. 본론에서도 특별한 수식은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이 강하게 당긴 이유가 그랬을지도 간혹 표나 도형과 텍스트가 설명이 되어 있지 내게 빠르게 페이지를 넘길 수식은 잘 보이지 않았고, 링컨이 공부한 증명의 구조를 설명하는 삼각형과 텍스트가 보였을 뿐이다. 그러고 보니 공인중개사 공부를 할 때 법은 수리와 비슷하다던 말이 떠오른다. 오히려 문과생들에게는 웃으며 틀리고 나오는 문제에 대한 얘기를 떠올리게 한다.
2장을 읽으며 '부분이 때로는 전체보다 클 수도 있다는 사실'이라는 바나흐-타르스키 역설을 보며 문득 성경의 오병이어의 기적을 떠올리게 된다. 물론, 그 기적과는 다르겠지만 수학과 거리가 있는 내게는 명확한 이미지는 성경의 내용이었기 때문이지 않았나 싶다. 미적분 자체가 내 삶에서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했고, 여전히 제대로 알려고 노력하지 않기에...
1장과 2장의 내용을 통해 유클리드 기하학에서 미국 독립선언문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자명한 진리(공리)' 위에 문명을 쌓아왔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저자는 이 기초에 균열이 가기 시작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준다. 절대적이라고 믿었던 논리가 때로는 현실과 동떨어진 '수학적 괴물'을 만들어내며,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결론으로 우리를 인도하기도 한다는 점은 머리는 아프지만 흥미롭게 다가오는 부분이었다.
중반부에서는 수학이 사회적 정의와 일상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100명의 죄인을 잡는 것과 1명의 무고한 사람을 구하는 문제 사이에서 '증명의 무게'를 어떻게 잴 것인가에 대한 통찰은 매섭다. 얼핏 그럴싸한 내용 같지만 과연 그걸로 충분한가에 대한 의문도 드는 부분을 보며 무엇이 중요한지를 간혹 잊는 것은 아닌가도 생각하게 한다.
또, 차(Tea) 시음과 맥주 양조라는 사소한 일상에서 탄생한 통계의 규칙들이 어떻게 현대 과학의 뼈대가 되었는지 설명하며, 그 이면에 숨겨진 '우연'의 요소를 끄집어낸다. 과학이 발전할수록 확실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얼마나 '불확실성' 속에 살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것 같았다.
6장의 내용은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계기 '가짜 뉴스'와 연결이 되는 듯했다. 논리적 근거가 없더라도 반복되는 정보가 어떻게 진실의 탈을 쓰는지... 어제도 근거 없는 '카더라 통신'을 통해 위기감을 조장하는 SNS를 차단하게 됐다. 자신과 반대되는 집단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라면 무슨 수단이든 쓰려 하는 것 같아 보기가 싫었다. 이어지는 7장에서는 인공지능(AI) 시대의 화두를 던진다. 기계는 정답을 내놓지만, 그 '과정'을 인간이 이해할 수 없다면 그것을 진정한 증명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AI를 활용은 하지만 전적으로 그 답을 믿지는 못하는 편이다. 자료를 통한 증명이 있을 수 있으나 인간사가 모든 일에 정답이 있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이 부분은 더 고민을 해봐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마지막 장을 읽으며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증명에 함정이 가득하다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제목에 '수학'이 들어가 수학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읽기 시작했던 책. 가짜 뉴스와 과잉 정보 속에서 무엇을 믿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을 하며 리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