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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 공간 제작의 기술
김재선 지음 / 가능성들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 제목에 끌려 책을 읽게 됐다. '공간'을 통해 사유의 변화를 경험한 과거의 기억이 있기에 관심을 가졌는지 모르겠다. 띠지의 "가장 완벽한 인테리어는 '나다움'을 담는 것입니다."라는 문구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사실 내 집이기 보다 우리 가족들과 함께했던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나다움'을 드러내진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이 집이 처음 지어질 때 자신 있게 초등학생이던 나는 이 집 '아들'이라고 이야기했으니 그 당시는 우리 집(House)에 대한 자부심 같은 게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은 '철학의 현실화', '빛과 그림자', '색', '소재와 질감', '집', '철학을 현실로' 총 6장으로 구성된다. 가장 첫 장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30대 부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가 떠오른다. 그리고 그 부분을 읽으며 하우스와 홈에 대한 내용을 들으며 현재 살던 우리 집을 돌아보면 그들과는 다르지만 새로 지었던 그 시절에는 하우스와 홈 모두를 갖추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전에 있던 집을 헐고 연와조로 3층으로 지은 집. 같은 자리였고, 겉모습만 달라졌을 뿐. 내게 집은 그렇게 나와 함께 나이가 들어가며 내 방들을 옮겨가며 나만의 공간을 이어오는 듯했다. 지금 쓰고 있는 공간도 아버지께서 병원에 입원하시며 내 방이 되었고, 돌아가신 후에도 내 생활 공간이자 작업의 공간이 됐다. 작은방에서 옥탑방을 거쳐, 안방으로 이어지지만 그 안에서도 구석진 공간은 꼭 유지하며 책을 쌓아가고 있으니...
사실 이 책은 우리 집의 공간을 떠올리기보다는 앞으로 일을 하며 오랜 시간 있어야 할 공간을 구상하기 위해 읽게 된 책이었다. '나'의 개성보다는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위해 그래도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또, 배워두면 훗날 정말 내 집을 꾸밀 때에도 많은 도움을 받을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카페 일을 하면서도 과거 아쉬웠던 내용들도 이 책에서 배우는 것 같았다.
3장을 읽으면서는 워낙 '색'에 관심이 많기에 다루는 내용들이 낯설지 않으면서도 새롭게 알게 되는 내용도 있었다. 4장을 읽으며 프롤로그에서 소개된 사람의 이야기가 다시 나온다. '홈 Home'과 '하우스 House'의 차이를 확실히 보여준다. 또 해당 장의 주제와 맞는 내용을 보며 우리 집의 거실을 보며 그 당시에는 참 목재로 거실 마감하는 게 어찌나 유행이었는지... 새집이었을 때의 모습이 문득 떠오르기도 한다. 나무의 촉감은 과거와 다른 듯하지만 그만큼의 우리 가족들의 숨결과 손길이 묻은 공간이라는 것도 되새기게 되는 듯했다.
새로운 공간을 만들기는 어렵겠지만 앞으로 새로운 공간을 만나게 될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배워간다. 36년 전 넓었던 공간을 채워가는 동안 비효율적이겠지만 또 우리 나름의 공간들을 만들어 갔던 것은 아닌가도 생각해 보게 된다. 어린 시절은 경계가 중요했지만 이제는 역으로 어머니의 보호자가 되는 입장이 되어 그 경계는 중요하지 않았다. 마지막 장의 내용은 과거 카페 일을 하며 일하던 업장이 새로운 매장 인테리어로 회의하던 때를 떠올린다. 과거 우리 집을 지을 때도 그랬을 것이다. 당시에는 아버지께서 다 하셨지만... 몇 번의 공인중개사 사무실 인테리어를 하던 때도 떠올린다. 온전히 우리가 가구만을 배치하며 완성했던 때도 있고, 건물주가 본인의 욕심으로 채운 공간은 내 일터였지만 낯설고 불편하기만 했던 공간이었음을...
각 장 마지막에는 3단계에 거쳐 각 장의 내용들을 구체화할 수 있는 질문에 답을 채워가며 독자 각자의 공간을 만들어 가는 시간이다. 자신만의 새로운 공간들을 만들어 가려는 이들에게 막연함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나만의 공간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행복하다. 하지만 나만의 공간을 새롭게 만들어 가는 이들은 거기에 설렘이 더 추가되지 않을까?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가려는 이들에게 유용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집이 주가 되지만 집이 아니라도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가는 지침서로 활용하기 좋은 실용서이자 각자의 철학까지 녹여내는 데 도움이 될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