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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점 그림으로 읽는 경제 - 투자의 초석을 쌓는 부자 수업
김치형 지음 / 포르체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경제 책이라 하면 기본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텍스트와 그래프, 숫자, 표. 나도 그 공식에서 크게 벗어난 적이 없다. 그런데 “그림으로 경제를 읽는다고?” 이 책의 부제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궁금증이 먼저 앞섰고, 솔직히 말하면 약간의 의심도 있었다. 그림을 미끼로 경제를 쉽게 풀어내려는 시도 아닐까?
하지만 책장을 넘기고, 프롤로그까지 읽고 나서는 이 의심이 적절히 깨졌다. 저자는 정직하게 말한다. 그림은 독자를 경제로 끌어들이기 위한 일종의 미끼라고... 그런데 그 미끼가 꽤 영리하다. 그림은 생각을 여는 장치일 뿐, 진짜 메시지는 경제의 구조적 흐름에 있다.
책은 '세금의 미로, 그림이 보여 주는 돈의 길', '세계를 잇는 무역과 금융의 비밀', '빛과 욕망, 산업의 무대 뒤에서', '기업과 기술의 생존법'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에서 처음 등장하는 모네의 그림은 확실히 독자를 끌어당긴다. 그런데 곧이어 연결되는 이야기는 올해 뉴스에서도 뜨거웠던 '트럼프발 관세 정책'. 모네가 그린 세관 건물의 풍경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림을 미끼 삼아 경제 구조의 핵심을 꺼내는 방식은 흥미로웠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기법은 반복되는데, 처음에는 장난처럼 보이다가도, 결국에는 독자의 사고를 확장하게 만드는 장치로 작동한다. 지금은 크게 세금으로 인한 불편을 못 느끼는 것은 다행이겠으나 과거 각국이 어려운 시기와 연계가 되고 이 장에서 만나는 그림들은 책의 경제적 상황 및 거기에서 파생된 내용으로 이어간다.
2장에서는 익숙한 그림들이 보이지만 해당 장과는 이질감이 느껴지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시창(현실은 시궁창) 같기도 했으니... 보티첼리의 템페라화에서 시작해서 소개되는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달걀 모양 이론'으로 이어지다니. 그래도 이미지와 함께 설명이 잘 된다. 그림을 도구로 썼지만, 결코 그림에 머물지 않는 설명이다. 이 책이 ‘그림 책’이 아니라 ‘경제 책’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되는 지점이다.
3장을 펼치며 고흐의 익숙한 그림과 이름만으로도 그리 마시고 싶지 않은 압생트가 나오는데 압생트를 맛본 후 굳이 찾아 마시려 하진 않았던 개인적 일화도 떠올리게 한다. 이어지는 '유전과 오일러시'에서 만나게 되는 첫 그림의 작가 제임스 해밀턴은 익숙하지 않은 작가였으나 뒤에 윌리엄 터너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는 내용을 통해 내가 느낀 게 틀리지 않았음도 확인한다. 드비어스의 다이아몬드 일화는 실로 끄덕여지게 되는 내용이었다.
마지막 장에서 '진주 목걸이와 삼성의 애니콜 신화'는 무슨 연계가 될까 했는데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전개가 기억에 남는다. '생존을 위한 선택일까? 변절일까?'에서 다비드의 일화가 어떻게 기업의 변신으로 이어지는 것까지도 내 예상은 대부분 빗나갔음이 허탈하지만 책에 대한 몰입도는 좋았던 것 같다.
그림이라는 미끼에 홀려 책을 읽게 됐는데 '경제를 바라보는 시야'를 조금이라도 넓힌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여전히 내가 알아야 할 것이 많고 갈 길이 멀다는 것도 확인하게 된다. 그래도 경제의 구조가 어려운 독자들이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고, 이미 경제 서적에 익숙한 이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