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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시계 - 몸의 리듬이 감정을 만든다
강도형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몸의 리듬이 감정을 만든다? 얼핏 들으면 고개가 갸웃해진다. 감정은 마음의 문제라고만 여겨왔기에, 몸이 감정을 좌우한다는 말은 쉽게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살아오며 경험으로 알 수 있었던 건, 몸이 지치면 마음도 따라 무너진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감정시계’라는 제목이 낯설면서도 묘하게 끌렸다. 감정이란 결국 몸의 시간 위에서 흐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책의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몸의 시계’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동안 심리서가 주로 마음의 원인을 탐구해왔다면, 『감정시계』는 몸의 리듬과 감정의 상관관계를 탐색한다. 저자가 말하는 ‘감정시계를 작동시키는 열 가지 태엽’은 장, 심장, 피부, 송과체, 척추, 편도체, 해마, 생식선, 뇌간, 그리고 섬엽으로 구성된다. 각 장은 이 기관들이 어떻게 감정의 파동을 일으키는지를 탐구하고, 각 장의 끝에는 ‘감정시계 ON’이라는 짧은 명상법이 제시된다.
첫 장 ‘우울은 장에서 시작된다’를 읽으며 내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아버지를 간병하던 시기였다. 규칙적으로 잠이 들었지만 새벽에 아버지의 용변 처리를 위해 깨야 했고, 끼니는 늘 급하게 먹기 바빴다. 몸이 극도로 피로한 상태에서 감정이 버틸 리 없었다. 그 시절 나는 이유 없는 무기력과 우울을 자주 느꼈다. 병환 중에 감정을 조절 못하는 아버지께 성질을 내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그건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몸의 리듬이 완전히 무너졌던 탓이었다. 저자의 설명처럼 ‘장이 평온해야 마음도 잔잔하다’는 말이 그제야 이해됐다.
이 책이 흥미로운 건 감정을 단순히 심리적 현상으로만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피부관리와 감정관리의 관계’에서는, 피부가 외부 자극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그것이 곧 내면의 불안 신호와 맞닿아 있음을 이야기한다. 또 ‘척추를 세운다는 것의 철학’에서는 자세 하나가 감정의 방향을 바꾼다는 통찰을 준다. 몸을 곧게 세우는 일은 단순히 건강의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의 주의력과 정신을 회복하는 일임을 생각한다. 일상에서의 자세에 따른 마음 상태의 차이도 그와 같은 게 아닌가 생각도 하게 된다.
각 장 마지막에 있는 ‘감정시계 ON’ 은 유용하다. 단순한 이론서가 아니라, 직접 실천할 수 있는 루틴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실용적이다. 나 역시 각 장의 명상법을 읽으며 작년에 선물 받은 '싱잉볼'을 떠올렸다. 그때는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장식처럼 두고 가끔 그 소리를 들었는데, 이제야 그 활용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과거 단전호흡을 배웠던 경험이 있고, 기도 등을 통해 명상과 거리가 멀지 않기에 전반적으로 해보는 데 무리가 없었다. 짧게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만으로도 감정의 톤이 조금씩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감정시계』는 자신의 감정의 주도권을 되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회피하기보다, 몸의 신호를 관찰하고 다독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감정의 ‘조절’과 ‘이해’를 통해 나의 몸이 보내는 언어를 경청하는 태도를 배우는 시간이 아닐까?
책을 덮고 나니, 감정이란 결국 몸과 마음이 함께 흘러가는 리듬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우울하거나 불안할 때, 단순히 마음을 다잡는 대신 몸의 상태를 살펴보는 일. 어쩌면 그것이 진짜 회복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감정시계』는 내면의 시간을 천천히 회복하고 싶은 이들에게 따뜻한 좋은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라 생각하며 리뷰를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