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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 동물과 식물
허영엽 지음 / 가톨릭출판사 / 2025년 8월
평점 :
<본 게시물은 가톨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올해는 다시 청년 성서 모임에 발을 담그게 됐다. 과거에 그룹 공부는 했지만 연수는 다녀오지 않았던 요한복음도 교재가 새롭게 개정되어 다시 그룹 공부를 시작했고, 지난주부터는 사도행전 그룹 공부도 함께하고 있다.
군 시절부터 이어온 신앙생활이지만, 본격적으로 성경을 깊이 접하게 된 건 첫 청년활동을 연합회, 전례부에서 하게 되면서였다. 당시 전례부이자 청년회장 누나의 추천으로 연합회로 시작해 전례부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때가 내 성경 여정의 출발점이었다. 하지만 첫 연수는 늦었다. 그 후로 청년 성서 모임에서 창세기 연수, 마르코 연수까지 꾸준히 이어갔고, 그룹 봉사로 3년을 함께했다. 마지막 그룹 봉사를 2013년에 마무리했으니 꽤 오래전 일이다. (지금의 그룹 봉사자가 당시 내 그룹원이었던 걸 떠올리면 새삼 시간이 흐른 걸 실감한다.)
그나마 매일 미사를 읽고, 그날그날 말씀 구절을 뽑아 ‘말씀 사탕’을 만들어 온 지도 벌써 15년이 되어간다. 이제 성경은 내게 독서와 함께 생활의 한 부분이 되어 있다.
그런 내게 허영엽 신부님의 신간 『성경 속 동물과 식물』은 자연스러운 만남이었다. 신부님은 과거 직장인 탈출기 연수 지도 신부님이셨고, 예전에 읽었던 『성서의 풍속』이나 사람들 같은 책도 인상 깊게 기억에 남아 있다. 이번 책도 성서 공부를 다시 시작한 시기에 만나게 되어 더욱 반가웠다.
책은 크게 두 장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말씀 속 살아 숨 쉬는 동물 이야기’, 또 하나는 ‘하느님의 정원을 가득 채운 식물 이야기’다. 1장에서는 43종의 동물이 등장하는데, 각 동물은 짧은 설명과 함께 대표적인 성경 구절로 시작된다. 그리고 그 구절에 담긴 상징적 의미와 신학적 해석이 덧붙여진다.
성경을 읽을 때 종종 부딪히는 어려움 중 하나가 바로 ‘상징과 비유의 벽’이다. 비둘기, 양, 사자, 물고기 같은 동물들은 단순한 등장인물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등장하지만, 그 의미를 깊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직관적으로 접근하는 방법도 있고, 읽고 공부하며 다시 접하게 될 때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시간은 꽤 걸려야 하고 그만큼의 다른 공부도 필요한 부분이다.
이 책은 그런 독자들에게 ‘상징의 언어’를 해독하는 열쇠를 건넨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였다. 가톨릭 신앙 안에서 ‘물고기(익투스)’는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상징으로 자주 등장한다. 내가 가방에 달고 다니는 작은 인형이나, 가톨릭 성서 모임의 상징으로 사용하는 물고기 표식을 떠올리며 책을 읽으니 한층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구약에서는 인간을 바다의 사는 물고기에 비유를 했다는 게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괜히 예수님께서 '사람을 낚는 어부'라고 하신 게 아님을 확인하게 된다. 더 생각을 해보니 물고기는 물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가지만, 동시에 생명의 근원인 물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그 모습이 마치 하느님의 사랑 안에 머무는 신앙인의 삶을 닮아 있다는 것이 아닌가도 생각을 해보게 된다.
책의 또 다른 축은 식물에 대한 이야기다. 올리브나무, 포도나무, 무화과나무, 겨자씨 같은 익숙한 식물들이 성경 속에서 어떤 상징으로 쓰이는지 하나씩 짚어낸다.
특히 올리브나무는 구약과 신약을 잇는 상징으로 등장한다.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서 홍수가 끝났음을 알리는 비둘기와 올리브 가지는 평화의 상징이자, 생명이 회복되는 신호였다.
결국 신앙과 생태는 별개의 이야기가 아니라, 같은 뿌리에서 자라난 한 그루의 나무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책을 읽으며 단순히 동식물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성경을 읽는 또 하나의 감각”을 깨워주고, 키우는 안내서가 아닌가도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하느님의 말씀을 통해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피조물이 함께 구원받는 이야기로 성경을 다시금 바라보게 된다.
『성경 속 동물과 식물』은 신앙인에게는 말씀을 깊이 묵상하게 하는 책이자, 자연과 생태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신앙의 언어로 세상을 읽는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는 책이다. 책을 덮고 나면 어느새 눈앞의 나무와 새, 풀 한 포기까지도 다른 의미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성경 속에 스며든 자연은 결국 하느님의 손길이 닿은 생명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잎사귀 하나, 물가에 앉은 비둘기 한 마리에서도 그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성경은 더 이상 활자에 머무르지 않을지 모른다. 그 말씀은 살아 있는 생명으로, 오늘의 우리 곁에서 여전히 숨 쉬고 있음을 다시금 깨달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