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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사랑의 여정
마누엘 루이스 후라도 지음, 이경상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5년 5월
평점 :
가톨릭 신앙생활을 하면서 영적 독서에도 나름의 관심을 두었다. 성당에서 전례 봉사를 하며 관련된 교육과 서적을 읽었으나 일반 서적에서는 '글쓰기' 분야에 꾸준한 관심을 두듯, 신앙서적에서는 '기도'와 관련된 책에 꾸준한 관심을 둔 것 같다. 그래서 집에 '성서 공부' 관련 도서 외에는 제목에 '기도'가 들어간 책들이 유독 눈에 띈다.
글쓰기와 기도는 내 신앙생활에서도 이어져왔다. 청년연합회를 하면서 매주 청년 미사의 지향만 있는 보편 지향 기도를 완성시켜야 했던 일을 떠올리며 아직도 내게 그 일을 지시한 누나들에게 한 말이 떠오른다. "난 문예 창작과이지 기도 창작과가 아닌데..." 이 책 외에 다른 책이 작년에 들어왔으나 너무 두껍게 학문적으로 다가가는 책 같아 손이 안 갔는데 이 책은 제목과 표지부터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듯했다.
책은 '기도의 의미', '기도의 방법', '기도의 적용', '기도의 열매'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된다. 그에 앞서 '옮긴이의 글'과 '이 책을 시작하며'에서도 저자이신 신부님의 겸손함을 느낄 수 있었다.
1부를 읽으며 기존에 읽은 가볍게 다가가는 기도의 책들과는 깊이가 다름을 알 수 있었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좋지만 가벼워질 수 있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기도 습관을 들이는 일에서는 어쩌면 책의 내용은 좀 엄격할 수도 있겠으나 깊은 기도를 위해서는 지양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기에 수긍이 가는 내용들이었다.
2부에서는 기도의 방법에 대해 다룬다. 첫 글에서는 그동안 크게 의식하지 않았던 기도의 세 가지 단계와 오류에 대해 접하게 된다. 기도 어느 정도 습관이나 형식에 머물 때의 문제들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다음으로는 '렉시오 디비나'가 나오는데 그래도 교육이나 책으로 익숙하게 접한 내용이었고, 이 책에서는 간단하게 소개된다. 그리고 이냐시오 관상과 다양한 기도에서 대해서도 낯설지 않은 것은 역시 '기도' 관련 여러 서적을 접한 것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호흡의 리듬을 따라가는 기도'는 새롭게 시도를 해보면 좋겠다는 관심이 생기기도 한다.
3부를 읽으며 '기도가 어려운 날에'의 내용들이 와닿는 것은 현재 나와 내 주위의 신앙생활의 모습들이 보이는 것 때문이 아닌가도 싶다. 메마르고 분주하고 산만한 형식적인 신앙생활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렇기에 전보다 더 시크해진 것은 아닌가도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나이가 먹었기 때문이 아니라 일상에 찌들고, 신앙생활이 습관적인 형식에 머물러 있기에... 이 부분을 읽으며 잠시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다.
4부에서는 '기도가 사랑으로 향할 때'의 글이 지금의 내 마음의 분심을 잘 알아주는 듯했다. '비난'의 이유는 내가 답답했던 일들에 대한 답이 되어 준다.
각 챕터별로 하나의 글이 끝날 때 나오는 '마음에 새기기'는 해당 글을 더 생각하고 묵상하게 해주는 내용이었다. 책을 읽는 것에서 끝난다면 휘발되기 쉬운 내용이기에 마음에 새기기 위한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책을 읽으며 내가 마지막으로 관상기도에 성공했던 시절을 떠올려 본다. 전례 단장을 하던 시절이었는데... 그때에는 온전히 맡겨진 봉사에 집중하고 있었고, 직장을 다니며 풍족하지는 않더라도 안정적인 시기였기에 가능했던 것은 아닌지 생각을 해본다.
신앙에도 삶의 균형이 필요하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는 않더라도 일정한 경제활동은 신앙생활 속에서의 자존감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삶과 신앙생활의 불균형의 시기가 길어지는 요즘. 예전처럼 기도에 몰입하지 못하고 신앙생활에서 날카로워지는 내게 기도가 어떻게 사랑의 여정이 될 수 있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