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환하니 서러운 일은 잊어요 - 문태준 시인의 초록문장 자연일기
문태준 지음 / 마음의숲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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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서러운 일은 몸이 지치고 마음이 힘들 때 더 생기는 듯하다. 무너져 있기에 상처를 받게 되고, 그로 인한 생채기는 오래가는 편이다. 시인의 산문을 3년 만에 읽는 것 같다. 제목부터 끌렸고, 문태준 시인의 글이기에 읽게 되었다. 시인이 제주에 내려가 살고 있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접하게 된다.


  책은 여름, 가을, 겨울, 봄의 사계절 순으로 구성된다. 극한 호우와 폭염의 여름에 읽는 글. 제주 애월이라는 곳에서의 며칠이 기억에 있기에 풍경을 떠올려 보기도 한다. 내가 마지막으로 그 동네를 다녀왔을 때 뱃속에 있던 조카가 중학생이 될 정도의 시간이지만... 가뭄으로 물 도둑 뉴스도 기억에 남아 있다. 우리가 서울로 돌아오는 날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하루만 더 참았더라면... 했던 순간과 10월이지만 여름 같은 날씨의 제주 애월을 기억한다.

  '자연일기'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문태준 시인의 귀촌 생활을 산문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삶 속에서 나온 시들도 만나게 되는 일은 나 역시 일상에서 만나거나 찾는 내 습작들을 떠올리게 된다. 어린 시절 서울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일부 모습은 어린 시절 동네를 떠올리게 한다. 분명 그때와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공간들도 있기에 더 회상을 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며 가끔은 그 시절이 그리울 때도 있다. 이웃집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을 알고 지냈기에 낯설지 않던 날들. 지금은 같은 집에 사는 이들도 잘 모르니(뭐 그때처럼 교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아직은 여름이 한창이라 여름의 글들이 많이 공감 갔지만 가을, 겨울, 봄의 글들도 가슴에 와닿는 것은 우리가 당연한 듯 알고 지내왔으나 이제는 그 계절들의 소중함을 알아가기 때문이 아닌가도 싶었다. 분명 어린 시절보다 갈수록 짧아지거나 길어지며 전에 알던 계절과 조금 달라졌긴 하지만...

  김남조 선생님의 1주기 이야기도 가슴에 와닿는다. 돌아가신 우리 교수님께서도 제자셨고, 신달자 선생님이 선배님이셨기에 몇 번 뵌 기억이 겹쳐지며 나름 우리 교수님의 애제자였는데 마지막 가시는 길 찾아뵙지 못했던 후회도 되살아난다.


  문태준 시인의 시와 산문은 자주 찾지 않아도 늘 다시 돌아오게 된다. 그래서일까, 내 시 스타일을 물었을 때 챗GPT가 그와 닮았다고 답한 것도 우연이 아닐지 모른다. 학창 시절 탐독하던 시들과 달라진 내 취향은 나이가 준 자연스러운 변화일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문태준 시인의 문장은 내 안에 작은 파문을 일으킨다. 폭우와 폭염이 번갈아 지배하는 여름의 끝자락, 꽃마저 지쳐 보이는 이 계절에, 서러운 일들 또한 맥을 못 추고 잊히기를 바라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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