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컬러 - 당신의 감각을 다시 디자인할 시간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최경원 지음 / 길벗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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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미술을 전공한 적도 없고, 그림 실력도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 추상화 몇 점과 흑백 사진이 칭찬을 받았던 게 전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림보다는 사진에 더 마음이 갔고, 사진과 시(詩)가 닮았다는 걸 깨닫고 나서야 색이라는 감각에 조금씩 빠져들기 시작했다. 아마 웹디자인을 직업 훈련으로 배웠던 그 시절부터일까. 사진을 본격적으로 취미로 삼게 된 순간부터일까. 확실한 건 그 이후로 ‘컬러’는 내 작업과 일상에서 점점 중요한 주제가 되었다는 점이다.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컬러』(최경원 저, 길벗, 2025). 이미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Good Design』과 『디자인 미학』으로 저자의 시선에 깊이 공감해왔기에, 이번 책에 대한 기대감도 낮지 않았다. 책을 펼치기도 전에 마음을 사로잡은 건 표지 디자인이었다. 모든 색을 섞으면 검은색 계열이 된다고 배운 게 떠오른다. 검은색 표지 위에 정렬된 여덟 줄의 선은 빛을 받아 다양한 색을 보인다. 책 하단부를 감싸는 흰 띠지 같은 디자인. 색과 색 사이의 간격, 대비 등 표지부터 이미 한 편의 색채 이론의 도표처럼 느껴졌다.


  책은 크게 두 개의 파트로 나뉜다.

  파트 01 ‘색이란 무엇일까?’에서는 색을 감각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게, 색의 본질을 감성적으로 풀어낸다. 챕터 01에서는 우리가 왜 아름다운 색에 끌리는지를 문화와 감성의 관점에서 이야기하기에 익숙한 그림과 일상의 풍경에서 만나는 요소, 디자인적 요소들을 만나볼 수 있다. 챕터 02에서는 눈이라는 기관이 색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개론적이고 기초 입문에 해당하는 내용을 앞서 다루기에 분량은 많지 않은 편이다.

  본격적인 내용은 파트 02부터라 할 수 있다. ‘색을 움직이는 원리’는 본격적으로 색을 구조적으로 다룬다. 챕터 03에서는 색상환과 보색 개념을 통해 색 간의 관계를 설명하는데 과거 웹디자인 공부를 할 때 봤고, 종종 디자인 책들을 볼 때 컬러 부분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내용이지만 여전히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 내용들이었다. 예술 작품들과 디자인 상품 등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부분과 연계해서 설명이 되는 게 참 마음에 들었다. 챕터 04에서는 ‘명도’를 색의 뼈대로 삼아 밝기 조절이 주는 시각적 효과를 분석한다. 사진을 통해 그레이 스케일로 비교해서 보니 더 이해하기 수월했던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챕터에서는 채도를 중심으로, 색의 맑음과 탁함이 색의 깊이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도 배울 수 있었다.

  사진을 찍을 때도, 디자인이라 하기 부끄러운 작업을 할 때도 늘 ‘느낌’으로만 색을 골랐다. 그러나 이 책은 그 느낌 뒤에 숨어 있는 원리를 끄집어낸다. 그 덕분에 내가 왜 이 색을 좋아했는지, 왜 저 조합이 불편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색상환이 단순한 원이 아니라 논리의 지도처럼 느껴졌고, 명도와 채도의 차이를 구별하기 시작하면서 이미지 편집이나 블로그 작업을 할 때 색을 다루는 나의 눈이 조금이나마 업그레이드 된 것 같은 기분이랄까?


  이 책은 디자인을 막 배우는 사람에게도 좋지만, 오히려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인 사람에게 더 강력하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내가 그랬듯, 감각만으로 색을 선택하던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것 같다. 색채 심리에 관심 있는 사람, 콘텐츠 크리에이터, 혹은 패션이나 인테리어를 아는 이들 그밖에 색을 쓰는 모든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컬러는 결코 감정만의 언어가 아니었다. 이 책은 색을 ‘이해하는 언어’로 인식하게 해준다.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컬러』는 단순한 디자인 입문서가 아니다. 감각에만 의존하던 나의 시선을 구조화하고, 색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언어 능력을 키울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책을 덮고 나면, 일상 속 수많은 색들이 전과는 다르게 보일지도 모르겠다(뭐 그렇게 많이는 아닐지 모르지만...). 어쩌면 색은, 우리가 가장 먼저 인식하고도 가장 나중에 이해하는 세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남기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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