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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당의 사계절 막걸리 레시피 - MAKGEOLLI Recipes for All Four Seasons
윤나라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주당은 아니지만 애주가로 술을 좋아한다. 최근에는 위스키 취미가 생겨 여러 권의 책을 사서 읽고 소소하게 마시는 중이다. 그런 내가 처음 접한 술은 무엇이었을까? 어린 시절 우유로 알고 마셨다던 막걸리가 아닌가 싶다. 집에서 고사를 지내면 막걸리에 사이다를 타서 마시기도 했던 기억이 나니... 알고 마시기 시작한 술은 막걸리가 처음이 아닐까?(아니라면 어릴 때부터 주당 소리를 듣게 한 포도 담금주이거나...)
이 책은 그런 내가 처음 마신 술에 대해 입과 혀가 아닌 눈과 머리로 다가가게 되는 책이었다. 내가 커피와 위스키, 맥주를 제대로 접하기 전 책을 읽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커피와 위스키 책의 중간적인 성격이라 할까? 커피는 2014년부터 일을 하며 배운 로스팅 기술로 현재까지 로스팅에서 추출까지 직접 내가 만들어 마시고 있고, 위스키는 증류소별 특징과 맛에 대한 공부를 하며 마시고 있으니... 커피 책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내게 구매했거나 읽은 커피 전문서는 20여권 정도지만) 어머니께서도 과거 집에서 막걸리를 담가 보셨다고 하시니 나도 한 번 도전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접하게 된 책이었다.
책은 부록까지 총 9개의 챕터로 구성된다. 첫 챕터에서 '전통주'에 대해 살펴보게 되는데 소주에 대한 역사는 이미 다른 책들에서 접했기에 이제는 낯설지도 않았다. 다만 저자가 추천하는 전통주 대부분 마셔보지 못했음에 내 호기심을 자극한다. 몇 해 전 처음 마셔본 요구르트 같은 막걸리도 참 신기했었는데... 전통주도 종종 찾아 마셔봐야 될 것 같다.
발효에 대한 부분은 어느 정도 위스키 작업에도 겹치게 되는 부분이었다. 다른 점은 재료의 차가 있을 뿐. 어딘가에서 들어본 단어인 단양주와 이양주와 삼양주의 구분은 흥미롭다. 술 빚기의 준비물을 읽으며 종종 술 친구 같은 지인분이 쌀 소비량을 늘리기 위해 '우리나라도 쌀로 다양한 술을 만들면 될 텐데...'라는 말을 떠올리게 되기도 한다. 분명 꿇릴 것은 없으나 과거 일제강점기에서 현재로 발달해 오며 그 많던 양조장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기에 아쉬울 뿐이다.
책에는 '조곡', '이화곡', '백수환동곡' 등의 누룩을 만드는 법도 소개된다. 가정에서 막걸리를 만들 때 누룩은 따로 구입해서 넣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누룩 만드는 방법까지 나온다면 온전한 나만의 막걸리를 완성해 가는 게 아닌가도 싶었다. 기왕 하는 것 직접 만드는 게 낫지 않는가. 물론, 그만큼 손이 많이 가는 단점은 있으나 완성 후 그 단점은 바꿀 수 없는 기쁨으로 바뀌니 의미 있는 일 같다.
고두밥을 전기밥솥으로도 만드는 방법도 있는 게 이상하지 않았으나 아마 책이 아니었으면 생각하지 못했을 듯하다. 과거 막걸리를 만드는 영상을 볼 때에도 주로 찜솥을 사용하는 게 익숙했으니...
챕터 6~7에서는 사계절 막걸리 레시피와 사계절 맑은술 레시피를 다루는데 익숙한 재료를 사용한 다양한 막걸리 제조법을 만날 수 있다. 모주는 그나마 상용 막걸리를 사와 과거 만들어 본 경험이 있었기에 반가웠다. 초당옥수수 막걸리와 딸기, 참외, 단호박 막걸리는 경험이 없기에 맛이 궁금하기도 했다. '망한 술 살리기' 막걸리 초보들이 실패로 인해 의욕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한 저자의 노하우가 잘 들어간 것 같고, '해외에서 누룩 못 구했을 때 술 빚는 방법'은 지인 중에 술을 종종 만들어 마시는 분은 주조를 배울 때 이런 내용도 배웠을까 하는 궁금증도 들게 했다.
챕터 8에서는 소주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데 위스키를 좋아하기에 관심이 생기는 부분이기도 했으나... 직접 집에서 위스키를 만들어 마시는 이들을 보면서 느낀 생각은 역시 과일을 길러서 먹는 것이나 술을 만들어 마시는 것보다 역시 최강의 가성비는 사 먹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물론, 취미로 술을 빚는 즐거움이 더 클 수 있으나 아직 그 정도까지의 경지에는 내가 다다르지 못했을지도... 커피 로스팅도 주로 지인의 카페에 가서 상용 로스터기로 로스팅을 해 오니 그나마 직접 로스팅을 해서 먹는 것이니 비교하기도 애매한 듯했다. 마지막 부록에서 다루는 내용들도 짧지만 임팩트 있는 내용들이었다.
책을 읽으며 내 지인이 일본 여행에서 지역마다 참 다양한 사케와 소주가 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직 취미로 막걸리를 만들 여유는 없기에 직접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듯하다. 하지만 언제고 시작해 볼 수 있는 수제 막걸리 주조를 위한 모든 노하우가 담긴 책 같았다.
막걸리와 전통주를 좋아해 마시는 것을 뛰어넘어 직접 만들어 마시고픈 이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는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