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 스토리는 무엇이 다른가 - 인간의 본능을 사로잡는 세계관―캐릭터―플롯의 원칙
전혜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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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꾸준히 어떻게든 글은 써왔다. 하지만 내 글이 많이 읽히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예전처럼 특정 장르에만 집중하지 않고 다양한 글을 쓰고 있어서 더 그런 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마음이 끌리는 건 좋은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다. 순수문학이든 마케팅 글쓰기든, 결국 중요한 건 ‘이야기’니까.

  『살아남는 스토리의 법칙』이라는 제목에 자연스레 시선이 갔고, 띠지에 적힌 “결국 모든 이야기는 인간의 결핍에서 시작된다”는 문장에 마음이 동했다. 이 책은 그 문장처럼, 스토리의 본질을 결핍에서 찾고 그것을 어떻게 구조화하고 설계할 것인지를 다룬다.


  책은 총 3부, 21강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인간은 왜 그런 이야기를 쓰는가’라는 물음에서 시작해, 글쓰기 이전에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적을 알고 나를 알자’가 아니라, ‘내 문제’를 먼저 돌아보게 하는 방식이다. 나 역시 글쓰기에 많은 편견과 고정관념을 지닌 고지식한 사람이었는지 모른다. 삶의 방식이 글에 그대로 묻어났고, 이제야 그 편견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요즘 부쩍 ‘스토리’라는 키워드에 끌리는 것도.

  ‘인간은 개연성과 당위성을 갈망한다’는 구절은 최근 내가 생각한 이야기 아이디어들에도 꼭 들어맞았다. 3강에서 다룬 ‘당위적인 세계관’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인상 깊게 봤던 작품들이 모두 그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사실도 새삼 떠올랐다. 세계관, 인물, 플롯의 삼각 구도에 대한 막연한 이해는 오히려 실패로 이어질 수 있기에, 이야기의 본질인 ‘결핍’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4강의 말로 1부는 마무리된다.

  2부에서는 1부에서 던진 질문들 위에 본격적인 이론과 설계법이 얹어진다. 특히 ‘나의 결핍은 무엇이었는가’라는 질문은 내 문청 시절을 돌아보게 했다. 혹시 나는 결핍을 외면한 채, 관심 가는 주제나 그때그때 시류에 편승한 글을 써왔던 건 아닐까. 지금의 시련들이 어쩌면 그 무심함이 현실로 다가온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목표 없이 먹고살기 위해 자격증을 따고 이리저리 떠돌았던 삶이 오히려 내 글쓰기의 외연을 넓혀준 것 같기도 하지만, 그 또한 어쩌면 자위일지도 모른다.

  5강과 6강을 읽으며 결핍이란 결국 성장을 위한 시련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구성의 디테일도 풍부해지지만, 동시에 너무 세부적인 설계에 집착하다 보면 오히려 이야기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겠다는 경계심도 들었다.

  3부에서는 내가 늘 어렵게 느껴온 ‘플롯’의 구조와 원형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세계관–인물–플롯’의 6단계 구조는, 플롯을 멀리하던 나조차도 그것과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게 해준다. 자유로운 걸 좋아하면서도, 일정한 룰 속에서 배워가는 걸 선호하는 내 성향 때문이었을까. 이후 소개되는 여섯 가지 플롯 원형은 과거 익숙한 교재보다 잘 정리되어 있고, 왜 그것들이 지금까지 사랑받고 살아남았는지도 흥미롭게 설명된다.


  ‘살아남는 스토리’라는 호기심에서 시작해 읽기 시작한 책. 순수문학이든 마케팅 글쓰기든, 결국 살아남는 이야기는 인간의 본능과 결핍에서 비롯된 서사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스토리 설정이 막막한 크리에이터라면, 혹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더 진정성 있게 만들어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전하며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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