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 수면과 꿈의 과학
매슈 워커 지음, 이한음 옮김 / 사람의집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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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잠은 죽은 다음에 자면 되지.’ 예전엔 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야망은 없었지만 부지런한 사람이라 여겼고, 할 수 있는 한 시간을 꽉 채워 쓰려 했다. 하지만 그 말이 결국 내 몸을 망칠 수 있다는 걸, 나는 아픈 후에야 깨달았다. 수면에 관심을 갖게 된 건 12년 전, 30대 중반에 대상포진을 앓으면서였다.

  흔히 노인성 질환으로 알려진 대상포진이 내게 찾아왔을 때, 나는 어리둥절했다. 분명 전조증상은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고, 낮에는 회사 일, 밤에는 성당 봉사, 틈틈이 술자리까지 소화하느라 수면은 늘 부족했다. 특히 그해 여름은 무더웠고, 밤늦게 자고 새벽 햇살에 일찍 깨는 일이 반복됐다. 결국 내 몸은 무너졌고, 그제야 나는 ‘잠’이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건강을 지탱하는 열쇠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최근 읽은 매슈 워커의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는 이런 내 경험에 과학적 설명을 덧붙여줬다. 저자는 수면을 생존의 필수 조건으로 규정한다. 수면 부족은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암, 치매, 심장병 등 중대한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다시 12년 전의 나를 떠올렸다.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나름 꾸준히 걸었다. 그런데도 몸무게는 줄지 않았고, 만성 피로는 누적됐다. 수면 부족이 신진대사를 교란하고 체지방을 축적하며, 피로를 해소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던 것이다. 최근 건강검진에서 고혈압 진단을 받은 것도 어쩌면 그 연장선상에 있는 건 아닐까. 지금은 과거보다 더 자려고 노력하지만, 여전히 불규칙한 생활은 내 몸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더 놀라웠던 건, 수면이 감정과 기억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렘수면 중 우리의 뇌는 감정을 정리하고 기억을 분류하며, 창의성까지 증진시킨다. ‘잠자고 나면 기분이 나아진다’는 말이 단순한 기분 전환이 아니었던 것이다. 과거 수면 부족으로 무기력하고 예민했던 감정들, 요즘 들어 잦아진 건망증마저도 수면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됐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수면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왜 잠을 잘 자야만 하는지를 뇌과학, 생리학, 심리학의 언어로 설득력 있게 증명한다. 특히 ‘잠은 길게 잘 필요 없다’, ‘바쁘니까 조금 자도 괜찮다’는 사회적 통념에 반기를 들며, 학생들의 이른 등교와 야근을 미덕으로 여기는 문화, 스마트폰 중독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강조한다.

  나는 그 지적에 깊이 공감했다. 건강이 나빴던 과거의 나, 그리고 요즘 다시 수면을 뒤로 미루는 현재의 나는 모두 그 구조 안에 있었다. 지금은 구직 중이라는 이유로 더 많은 생각과 불안에 사로잡혀, 다시 수면의 우선순위를 낮추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는 단순히 “잠을 자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수면의 중요성을 뒷받침할 충분한 과학적 근거와 명확한 설명을 제공하며, 수면이 우리 삶에 얼마나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지를 일깨워주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과거의 경험을 다시 돌아보았고, 그 속에 숨어 있던 원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우리는 게을러서 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살아남고 싶다면, 더 오래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수면을 우선시해야 한다.

  바쁘게 살아가느라 “죽으면 실컷 잘 텐데”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꼭 필요한 경고이자 회복의 기회를 준다. 잠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것, 그 변화가 결국 우리를 지키는 시작일 것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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