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며 - 창세기에 담긴 하느님의 약속
손희송 지음 / 가톨릭출판사 / 2024년 6월
평점 :
작년 11월 말에 세례를 받은 나이차 많이 나는 동생에게 세례 받기 전부터 꼭 청년 성서 모임을 하라고 했었다. 나도 청년 성서 모임을 하며 성경을 접하는 게 익숙해졌고, 군대에서 받은 세례가 지금의 신앙으로 이어오는 데 큰 힘이 되었다고... 그렇게 올해 봄 학기 청년 성서 모임 모집 때 신청해서 창세기 그룹 공부를 마친 동생은 곧 내 견진 대자가 될 예정이다.
창세기 연수를 다녀온 게 벌써 17년이 지났다. 그런데 이 책이 내게 온 것은 연수로 마무리 지지 못한 요한 공부를 다시 하기로 마음먹은 시점이었고, 올가을 있을 본당 음악회 주제가 '희망'으로 정해졌다니 더 끌리듯 다가왔다. 부제가 '창세기에 담긴 하느님의 약속'이었기에 주교님의 성경에 관한 책이라는 것에 기대를 하게 됐다. 이미 주교님의 성경과 미사와 관련된 책을 읽어왔고 그 책들이 와닿았기에 더 그랬다. 제목도 여러 일이 있었음에도 신앙을 이어가는 나의 상황과도 비슷한 듯했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첫 장에서부터 희망의 근거를 보여준다. '주님의 기도'에서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라는 청원이 "세상살이의 어려움과 근심에 짓눌려서 하느님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잃지 않게 해 주십시오."로 바꾸어 표현될 수 있다는 것도 아마 얕기만 한 내 신앙이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힘이 아니었나 싶다. 성경을 읽지 않았다면 더 차가워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만큼 치이며 살아 냉정해진 부분도 있으나 신앙과 매일 읽고 있는 성경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이 내 신앙을 이어가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지금 내 휴식이 불안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신앙에 더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시기가 아닐까도 싶다. 또, 어느 한구석에 하느님께서 만드신 선함을 기억해야 하는 때이기도 한 듯하다.
2장은 '야휘스트'가 저술한 내용이라는 글이 눈에 들어온다. 창세기 그룹 나눔을 하기 위해 준비하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간은 하느님과 함께해야 하는 존재라는 부분에 시선이 꽂히고 『천주교 요리 문답』의 인용구도 그걸 보여주는 것 같았다. 전혀 다른 종교들을 거치다 군대에서 결국 천주교 신앙으로 오게 된 내 본능도 그러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얼마 전 축일이었던 아우구스티노 성인과 모니카 성녀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 부분이다. 2장의 마지막 문단은 창세기 2장을 잘 정리하고 있다.
3장은 하느님께서 얼마나 자비로운지를 보여주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아담과 하와의 원죄로부터 바벨탑까지... 죄는 갈수록 증가한다고 하는데 지금의 현상들도 결국 인간들의 욕심이 만들어낸 죄의 벌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자비가 크지만 그만큼의 죄는 줄어들기보다 늘어나고, 우리 스스로가 만든 죄로 인한 벌의 시대를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
4장에서는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에 대한 창세기 내용에서부터 예수님, 그리고 현재로 이어지는 신앙인의 삶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분명 머리로는 아는 내용이나 행동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문제들은 신앙의 선조들 역시 겪게 되는 부분이었음도 보여준다. 하지만 거기에서 머물러 죽음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회개하여야 한다는 것도 재확인하게 된다.
창세기 성서 모임 그룹 공부와 봉사를 했던 게 16년도 넘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때를 회상하게도 하고 다시금 잊혀가던 기억을 되새기게 된다. 최근 창세기 그룹 공부를 했던 예비 대자가 읽어보면 좋을 내용이었다. 또, 왜 성경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이들이 읽어보면 그 물음의 답을 얻고 다가갈 수 있는 계기도 만들어 줄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본 게시물은 가톨릭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