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집으로 간다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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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시인'이라는 나태주 시인의 시는 읽기 좋고 입안에서도 잘 구르는 듯한 시라 읽게 된다. 새 시집 제목이 와닿는다. 일상에서 길어 오르는 시인의 시는 따뜻하게 읽는 이들에게 다가오기에 어떤 따뜻함이 담겨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읽게 된다. 과거보다 사람들의 온도는 식어 갔기에 시인의 시가 더 따뜻하게 다가오는 것일까?


 총 4부로 구성된 이번 시집의 표지도 그런 따뜻함이 느껴지는 듯했다. 1부의 시가 엄청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시인의 시. 우리의 일상이 시가 된다. 그럴싸하게 쓰는 것보다 삶에서 떨어져 나온 글들이 한편 한 편의 시가 되는 게 아닌가 싶은 듯한 각각의 글들은 어쩌면 그동안 시인이 쌓아왔던 세월이 조금씩 부서져 뿌리를 내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2부에서는 내가 좋아하며 요즘 피어나고 있는 '능소화'와 관련된 시들이 눈길을 끈다. 정작 나는 능소화로 시를 써볼 생각도 해보진 않았던 것 같다. 다만, 사진으로 담을 뿐. 첫 꽃이 피기 시작할 때부터 마지막 꽃이 필 때까지 능소화는 내가 사랑하는 피사체라 그에 관한 시 또한 시선이 갔던 게 아닐까? 장소와 관련된 시들은 내가 좋아하는 카페들을 이렇게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좋겠다. 그동안 너무 이미지에 집착해 놓친 순간들을 떠올리는 시간이다.

  3부의 시들을 읽으며 떠오르는 이들이 얼핏 스쳐간다. 한때는 떨어지면 안 될 것처럼 행동하던 이들도 어느 순간 떨어져 생활하는 게 익숙해지는 그런... 이미 세상을 떠난 이도 연락을 오래 하지 않아 자연스레 잊힌 이들도 시를 통해 그들과의 추억과 감정을 되새기게 되는 시인의 시는 그런 힘이 있다. 누군가를 위해, 누군가를 떠올리며 쓰던 마지막 시가 언제였는지도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다.

  4부의 제목부터 흔들리게 한다. 잠시 잊고 지냈던 대학시절 즐겨 쓰던 닉네임이 떠오른다. 습작시인. '습작'의 수식을 아직도 떼지 못했고, 그때처럼 시도 쓰지 않고 있는 내게 뾰족하지 않게 다가온다. 제대로 인사드리진 못했던 내 사조님의 소천 소식과 관련된 시도 만나게 된다. 내가 좋아하며 바라보는 것들과 마치 내게 말하는 듯한 시까지 아직 내게 시심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나태주 시인의 시는 어렵지 않게 읽힌다. 그렇기에 독자들이 꾸준히 시인의 시를 읽는 게 아닐지... 그리고 꾸준히 시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기에 독자와 시인 사이의 거리감이 줄어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찾아낸 일상을 시로 옮겼다. 그러나 돌아보지 못하면 그 반복의 고마움을 알기 힘든 분주한 이들도 읽어보면 좋을 시집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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