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가는 자 - 익숙함에서 탁월함으로 얽매임에서 벗어남으로
최진석 지음 / 쌤앤파커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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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으로 시작하는 『반야심경』. 부모님과 어린 시절 절에 다닐 때마다 들어보긴 했기에 부분부분의 구절들의 음은 알지만 명확한 뜻은 모르는 불경이었다. 내 종교는 다르지만 부모님의 종교이기에 멀지 않았고, '노자'관련 도가의 책으로 익숙한 최진석 교수의 책이라 시선이 갔다. 무엇 때문에 제목이 『건너가는 자』라고 했을지도 궁금했고 띠지에 보이는 "당신의 고삐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의 의미도 뭔가 정체되어 있거나 후퇴하는 시기를 보내는 듯한 내게 궁금증을 갖게 만들었다.


  '들어가며'를 통해 저자가 왜 반야심경을 택했는지에 대해 엿볼 수 있다. 그동안 저자의 책은 도가 사상과 관련된 책이었기에 의아했으나 들어가며의 설명을 읽으며 약간은 알 것도 같았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는데 본문 시작에 앞서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전문을 읽어보며 시작하는데 처음인 것 같아 전문을 읽어보는 게... 꽤나 짧아 보이나 결코 글자 수에 한정되지 않는 사상이 느껴지는 것은 심경 중 '색즉시공 공즉시색'만으로도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되는 일화들을 과거 다른 매체를 통해 접했기 때문이 아닐까도 싶다.

  1장의 첫 글을 읽으며 내 고삐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최근 뉴스에서 언급되는 유명인들의 사건들을 보더라도 그들의 고삐가 무엇이었을지도 생각하게 한다. 유명인이라 그들이 두각을 보이는 것이지 그 외에 비슷한 일들은 비일비재할 것이다. 특히, 회사 관련된 갑질은 내가 경험한 일들도 꽤 많았으니... '천상천하 유아독존'에 대한 글을 읽으며 진리를 먼저 알고 그 진리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공의 진리를 터득한다는 내용이 눈에 든다. 아무리 故 김수환 추기경의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까지 내려오는 데 70년이 걸렸다"라는 말씀이 떠오르기도 한다. 1장을 읽으며 역시 저자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도가 사상이나 조금이나 접해본 경전을 통해 막연한 『반야심경』의 모호함을 조금은 해소시켜 주는 것 같았다.

  2장은 심경의 제목을 보다 알게 해주는 데 가톨릭 신앙을 가지고 있는 내가 얼마 전 예비신자와 나눔 했던 내용과도 이어지는 부분이 보인다. '함께' 간다는 것. 결국 진리는 통한다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건너가기'에 대한 내용을 읽으며 나는 현재 멈춰 있는 것인가? 건너가려 하고 있는가?를 돌아보게 되는 부분이었다. 대답하기보다는 질문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는 내용은 더 많은 변화를 만들어 가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시작부에서는 용어 해설과 같았으나 뒤로 갈수록 저자가 일상에서 겪은 내용들을 통해 이상에서 현실로 다가오는 심경의 의미를 좀 더 가깝게 다가가게 하는 내용들도 인상적이었다.

  3장의 첫 글을 읽으며 우리가 비우라는 것들의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려 했기에 오히려 거기에 갇혀 버린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신앙생활을 하며 나눔을 하는 것도 결국은 정해진 틀에서의 벗어나는 게 아닌가도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다. '타성에 젖는다'라는 말이 떠오르기도 한다.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생각하기 보다 기존에 배워왔던 익숙한 것에서 어긋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기에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추구하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4장과 5장에서 나머지 『반야심경』 구절들에 대해서 알아보게 되며 그 주문이 초월적인 존재에게 요청하는 행위가 아니라 외는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는 것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주문을 외는 것이 전부는 아니겠으나 뜻을 생각하며 외우는 이에게는 아무래도 더 익숙하기에 실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반야심경』을 과연 언제 지금처럼이라도 들여다봤을까? 지금의 때가 만날 때였고, 내 생각에 영향을 주기 좋은 때였고, 평소 즐겨 읽는 저자의 책이라 다가온 게 아닌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지금도 나는 어딘가에서 어디로 건너가고 있는 중일지 모른다. 물론, 이동한다는 느낌보다는 정체되어 있는 시기라 여겨지긴 한다. 심경의 사유를 통해 정체되어 있는 내 사유를 다시 움직이며 더 나아갈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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