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 일기
서윤후 지음 / 샘터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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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쓰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어린 시절 일기는 숙제였기에 더 반발했는지 모른다. 문예 창작을 전공하던 때에도 그리 일기를 쓰진 않았다. 내가 가장 일기를 꾸준히 썼던 것은 그나마 군대 시절인지 모르겠다. 수양록 외에 내 개인 일기도(그렇다고 매일 쓰진 않았다) 썼으니... 지금도 기록의 중요성은 알고 있으나 일기까지는 아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며 그나마 매일 사진으로 기록을 하는 게 내겐 일기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일기와 거리가 있는 내게 시인의 산문집 제목이 '쓰기 일기'라 끌린 것은 아이러니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일기의 중요성과 꾸준한 쓰기를 지향하는 내게 끌릴 수밖에 없는 제목이었다. 서윤후 시인을 잘 모르지만 시인이 쓴 산문도 좋아하기에 여러 니즈가 잘 맞아 읽게 된 책이라 하겠다.


  시인은 나와 다르게 어릴 때부터 일기 쓰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역시 문인들은 분명 다른 게 있다. 나는 시인이 되려고 문예 창작과에 갔던 게 아니었으나 어쩌다 보니 시를 쓴 케이스니... 자신이 쓴 일기를 누군가에게 들킬 수도 있다는 은밀한 스릴을 더 즐긴 것 같지만 이 나이에 들어 블로그나 그 외의 곳에 글을 쓰며 느끼는 것은 결국 꾸준히 쓰려는 욕심? 습관도 글에 대한 재능은 아닌가도 생각하게 된다.

  책은 '쓰기 일기 | 2017~2023'과 '부록 | 문학 소고' 크게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일기의 순서는 일정하지 않다. 다만 그 시기에 쓰인 글들이라는 것. 시인의 일기라 우선적으로 아직 시를 종종 쓰는 내게 눈에 들어온 일기는 '시 제목 짓기'였다. 그 글을 보며 과거 나 역시 그렇게 제목 먼저 정하고 시를 썼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제목을 나중에 정하는 습작들이 많아졌음을 떠올린다. 대학시절 교수님께서 제목에 걸맞은 시를 써주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한때 제목은 정말 잘 정했던 기억도 나는데... 결국 그 말씀이 부담이 되었다고는 할 수 없으나 나이가 들며 습작의 변화가 온 것 같다.

  '시 하는 삶'을 읽으며 과거같이 시를 썼던 시인 누나가 낭송에 앞서 자신을 소개할 때 "시 쓰는 누구"라고 하던 말도 떠오른다. 김혜순 시인과도 이어지는 부분이 있기에 그 누나가 떠오른 게 아닌가 싶다. 해당 글에서 "시를 곁에 두고, 시를 그러니까 '하는 것'이라고" 저자의 말은 시를 간혹 끄적이지만 결국 그 곁에서 벗어나지 않는 나 역시 여전히 '시 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음도 생각하게 한다. 어쩌다 시를 전공했기에 주변에 아는 시인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먹고살기 바빠 그들과의 만남도 소원하더라도 여전히 그 거리 사이에 시가 있기에 오래간만에 만나도 반가운 것도 시 덕분이지 않을까?

  저자처럼 해마다 블로그 이름을 바꿀 정도의 부지런함은 없다. 현재의 블로그로 이름을 바꾼 게 10년 전이었으니... 그래도 여전한 나의 정체성을 잘 나타내는 게 아닌가 싶다. 시인의 글을 읽으며 기존에 돌아보지 않았을 여러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부록에 소개되는 네 편의 '문학 소고'는 '쓰기 일기'와는 다른 시인의 산문을 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흐르는 글의 분위기는 크게 차이는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쓰기 일기' 외에 내가 읽어보고 싶던 시인의 산문이 '문학 소고'에 보였기에 책 읽는 만족감을 더 채우며 책을 덮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며 다시금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블로그가 아니었다면 내가 글을 지금보다 더 쓰지 않았을지도 모르기에 그런 느낌이 든 게 아닐까? 저자인 시인처럼 대단한 글은 쓰지 못하지만 내 소소한 기록으로도 내 쓰기의 시간은 연장되는 중임을 느낀다.

  글을 어떻게 쓸까?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걱정하는 이들이 읽어보면 좋겠다. 결국에는 글을 어떻게든 쓰는 게 잘 쓰기로 가는 밑거름이 되어준다는 것은 보여주는 책이었다. 일기를 매일 쓰지 않더라도 당신의 쓰기에 적절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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